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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잔나비│MONKEY HOTEL

이야기를 담은 음악, 그 첫 번쨰

[MV] JANNABI(잔나비) _ Summer(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음악가 : 잔나비(JANNABI)
음반명 : MONKEY HOTEL
발매일 : 2016.8.4.
수록곡
 1. Goodnight (Intro)
 2.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3. Surprise!
 4. Wish
 5. The Secret Of Hard Rock
 6. HONG KONG
 7. 꿈나라 별나라
 8. JUNGLE
 9. MONKEY HOTEL (Finale)
 10. 왕눈이 왈츠 (Bonus Track)

                                                 



 여러분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나요? 어렸을 적 그림책에서 봤던 이야기, 부모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 얼마 전 극장에서 봤던 영화 줄거리까지. 우리의 삶이 곧 이야기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이렇듯 이야기가 우리 삶과 함께 하는 것은 이야기야말로 가장 쉽고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있을 때, 좋은 소식이 있을 때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는 항상 '언어'입니다. 언어에 고민 혹은 좋은 소식이 담기는 순간, 그것은 곧 이야기가 되지요. 재밌는 사실은, 언어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음악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십 년 전부터 여기, 이제 막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발표한 이들까지, 이를 증명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지요. 이야기를 담아내는 음악, 잔나비의 <MONKEY HOTEL>입니다.

 인트로인 'Goodnight'를 지나고 맞이한 첫 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부터 제목이 범상치 않습니다. "무슨 노래 제목이 이렇게 기냐?"라고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MONKEY HOTEL>에서 만큼은 다릅니다. 하나의 상황을 제시한 제목은 청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여름밤이 뜨겁다는 건 무슨 뜻이지? 설마 열대야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볼품없이 남은 건 뭘까?"하는 물음들 말이죠. 이러한 물음들이 스토리 앨범을 지향하는 <MONKEY HOTEL>의 목적과 맞물리는 순간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그룹 잔나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비록 '뜨거운 여름밤은~'처럼 제목에서부터 하나의 상황을 제시하는 곡은 더 이상 없습니다만, 가사의 작법을 보면 이야기 전개 방식은 그대로 이어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했다'와 같은 문어체의 어미보다는 '~해요', '~거예요' 등 구어체 어미를 사용함으로써 청자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어체가 이야기 전개의 필요조건은 아닙니다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청자의 감정이입이 용이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MONKEY HOTEL>은 음악입니다. 좋은 음악을 담지 않고서는 담고 있는 이야기고 뭐고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겠지요. 잔나비는 그 점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개별 곡의 선율은 한 귀에 쉽게 들어오면서도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곡과 경쾌한 곡을 균형 있게 담아냄으로써 음반의 완급조절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슬로 템포의 '뜨거운 여름밤은~'이 깔아놓은 무거운 분위기를 'Surprise!'로 반전시키는 모양새가 빼어나기 그지없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JUNGLE'에서 'MONKEY HOTEL (Finale)'로 이어지는 흐름이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JUNGLE'에서 한껏 끌어올린 분위기를 생각하면 여기서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요? 앞의 트랙에서 그렇게 흥이 올랐는데 말이죠. 'MONKEY HOTEL (Finale)'는 너무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끝내려 하고 있습니다. 두 곡 사이에 자연스럽게 끓어오른 흥을 천천히 가라앉힐 연결고리를 삽입했다면 음반의 흐름이 보다 자연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율도, 이야기의 방식도 충분히 청자를 매료시키기엔 충분합니다.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지요. 아직 이야기의 시작, 밴드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이니만큼 앞으로의 이야기는 더욱 짜임새 있고 완성도 높은 음반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직 '흥'은 가라앉지 않았으니까요.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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