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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13. 2016

가인│End Again

새로움에 대한 집착이 낳은 실착(失錯)

[MV] Gain(가인) _ Carnival (The Last Day)



음반명 : End Again

음악가 : 가인

발매일 : 2016.9.9.

수록곡

1. Carrie (The First Day)

2. Carnival (The Last Day)

3. 반딧불이의 숲

4. 비밀

5. Begin Again (Inst.)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있어서 '이미지' 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을 겁니다. 팝계의 영원한 섹스 심벌 마돈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숀 빈, 액션 스타 실베스타 스텔론 그리고 귀요미 마동석(?) 등의 인물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 인물의 이미지가 작품 내에서 드러난 캐릭터와 꾸준히 알력 다툼을 하면서 감상의 재미를 더하곤 합니다. 때로는 음악가 혹은 배우의 이름만 보고도 작품의 내용을 짐작하기도 하죠.


 그러나 이미지가 막연히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물의 작품 외적인 행보로 배우 혹은 음악가가 비호감으로 낙인 찍히는 일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작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기까지 합니다. '작품은 작품으로만 평가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요. 사진, 뮤직비디오, TV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서 연예인들과의 접촉 빈도가 영상 시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높아진 지금, 과연 성립 가능한 명제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인은 좀 특별한 음악가라 할 수 있습니다. '안 뜨니까 벗고 나오네'라는 천박한 조롱을 불식시킬 아우라가 그에게는 있었기 때문이죠. 전작 <Hawwah>가 바로 그 정점에 있습니다. 선악과, 아담과 하와, 자유의지라는 소재를 활용한 콘셉트를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Truth Or Dare>부터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관능적 이미지가 이야기와 맞물린 결과,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미지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캐릭터를 말이죠. 때문에 가인의 다음 음반이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앨범 아트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전작과 같이 관능미를 위시한 콘셉트를 갖고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꽃에 둘러 쌓인 가인표 메르헨이 펼쳐져 있었으니까요.


 <End Again>은 제법 괜찮은 곡들을 담고 있습니다. 첫 곡 'Carrie (The First Day)'에서 'My name is Carrie / 잘 부탁해'라며 말을 건네듯 이야기를 시작하는 노랫말이 음악 속 캐릭터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스윙 리듬 위에 비교적 단촐하게 진행되는 구성이,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Carnival (The Last Day)'의 프리퀄이란 역할을 확인시켜줍니다. 이후의 트랙에서는 메르헨에서 <Hawwah>로 대표되는 이전의 가인으로 잠시 돌아옵니다. 먼저, 건반과 현악기를 타고 흐르는 여린 보컬이 인상적인 '반딧불이의 숲'은 음반의 통일성, 완급조절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트랙입니다. 앞선 두 트랙의 브라스 융단폭격에 다소 지친 귀를 달래주기에 이만한 트랙은 없을 테지요. '비밀'은 기타의 아르페지오(현 하나 하나씩을 탄현하는 주법) 선율과 낮게 깔리는 전자음을 중심으로 리듬을 형성해 갑니다. 선율에 있어서도 앞선 세 곡보다 우울한 감성을 담고 있으며, 뮤지컬의 향취를 풍겼던 'Carrie (The First Day)'나 'Carnival (The Last Day)'의 선율에 비해 대중음악의 그것과 보다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제목과 대구를 이루며 이어질 이야기를 예고하는 'Begin Again'까지, <End Again>은 곡의 완성도나 통일성에 있어 상당히 치밀한 모양새를 가진 듯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가인이 이번 음반을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캐릭터는 온전히 그만의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아이유의 지난 정규 음반 <Modern Times>와 비교했을 때 말이죠. 단순히 '분홍신'과 곡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콘셉트가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동화풍의 분위기, 순수함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말이죠.


 "하다보면 닮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이번 음반의 경우, 음악을 통해 형성해 가는 캐릭터가 음악적 전략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죠. 이를 온전히 가인 만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 등 음악 제작에 참여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겠죠. 능력 있는 스태프들이 모인 만큼 발전된 부분도 보입니다. 가창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의 지난 음반과는 달리 자연스러워진 것이 눈에 띕니다. 개별 곡의 완성도, 곡 배치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른거리는 다른 음악가의 그림자가 <End Again>에 대한 완전한 이입을 방해합니다. 콘셉트 기획 단계 초기에서 '가인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자'가 아니라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자'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하물며 타이틀곡의 작사가-작곡가 콤비가 '분홍신'의 콤비였다면 말이죠. 이어서 발매될 정규 음반의 2번째 파트에서 반전을 노리지 않는 이상, 이 패널티를 만회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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