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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30. 2016

음악불평 #2_ 음악과 비즈니스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와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본 게시물은 연재물로서, 음악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 다음 회차가 언제 연재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 뮤콘에 대한 소개를 겸하고 있습니다.




1. 흑백논리와 예술


아아... 제발 부먹만은...


 흑백논리란 참으로 간편한 가치판단의 도구다. 너와 나, 우리와 너희, 자본가와 노동자, 좌파와 우파, 짜장면과 짬뽕, 찍먹과 부먹 등등.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분야 뿐 아니라 예술에서도 흑백논리는 따라온다. 작품성과 대중성,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일견 대척점에 있는 듯 보이는 두 단어는 사실 별 상관 없는 단어다. 즉, 높은 작품성을 확보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예술이 불가능한 명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굳이 두 단어를 끌어와 억지로 싸움을 붙이는 이유는 (나의 선험적인 판단에 따르면) "예술은 돈을 따라가선 안 돼!"라는 안전장치가 대중의 심리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 돈, 돈! 돈이 지배하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만이라도 살아남아다오!


2.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물론 나는 이런 걱정이 아주 쓸데없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웃기지 않은가.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명확하지 않은 정의나 내리는 꼴이라니. 웹툰 <찌질의 역사>의 한 장면은 예술의 정의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네이버 웹툰 <찌질의 역사> 23화 중


 과거 좋아했던 여성이 소개해준 음악을 현재의 인연에게 소개시켜주려던 주인공은 10년 어치 놀림감을 제 손으로 만들고 만다.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쿨의 '너의 집앞에서'를 이야기하는 여성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 비웃는다. 그리고는 "뻔한 대중가요를 좋아하다니, 음악적 수준하고는." 이라며 CDP를 꺼내 '음악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가 바로 그것.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여성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오히려 자신의 취향을 무시하는 남자를 나무란다. 남자는 할 말이 없다. 본인도 본인의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다는 것을. 


3. 뮤직 비즈니스 : 음악과 자본의 만남

 클래식 애호가건, 인디 음악 애호가건,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좋아하건, 이들 청자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돈이 있어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음반, 음원 혹은 공연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선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21세기에 예술을 자본과 철저히 분리시키려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음악과 자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둘의 분리가 아니라 둘의 공생에 맞춰지는 것이 옳다. 음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팔리는 음악'만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이를 위해 지금 유행하는 온갖 요소를 때려박기만 한 것은 아닌가? 그 과정에서 음악가가 음악의 중심에서 밀려나지는 않았는가?

 <찌질의 역사>의 민기가 부분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그가 수준 떨어지는 음악 따위로 치부했던 대중가요가 위에서 언급한 위험요소를 품게 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자본을 가진 기획사, 자본에 의해 계약된 작곡가, 작사가, 연주자 등과 만난 이상 자본의 입김이 개입될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특히 음악가 자신의 영향력이 큰 인디 음악(물론 메이저 기획사의 '인디' 레이블 설립에 의해 '인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비해서는 말이다.

 서울국제뮤직페어, 뮤콘이라는 행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였다.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음악을 비즈니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그 시선이 새롭게 느껴졌다. 

뮤콘 공식 홈페이지(www.mucon.kr) 메인 화면 중


 위의 이미지는 뮤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일부분이다. 지난 몇 번의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듯이 뮤콘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펼치는 공연을 포함한 행사다. 그 이름값이 모두 보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뮤콘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 쪽이다. 대부분 들어보지 못했을 음악 산업 관계자들의 사진을 메인 화면에 띄워놓았을 뿐 아니라(물론 쇼케이스에 참여하는 음악가들의 이미지도 출력된다), 하단에는 이번 2016년 뮤콘에 참여하는 바이어들의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뮤콘 공식 홈페이지(www.mucon.kr) '뮤콘 콜라보' 소개 중


 뮤콘 콜라보로 명명된 뮤콘의 프로젝트는 음악의 생산자를 음악가 당사자로만 한정 짓는 시각을 한층 넓혀주기 위한 노력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이름, 조르지오 모로더와 K-Pop 걸그룹 씨스타와의 만남에서 당당하게 조르지오 모로더를 이미지의 중심에 위치시킨 것은 프로듀서 또한 음악가와 버금가는 중요한 축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꾸준히 이 곳을 찾아주는 방문객, 특히 지난번의 '음악불평 #1_ 좋은 음악을 듣는 방법'을 흥미롭게 본 독자라면 홍보의 냄새가 풍기는 이 글이 어딘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음악이, 예술이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대중의 품으로 들어온 음악을 우리가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선 음악의 현 주소를 보다 정확히, 보다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뮤직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서울국제뮤직페어, 2016 뮤콘이 더더욱 기대가 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다음 주, 10월 6일(목)을 반드시 주목하길 바란다.




뮤콘 홈페이지(http://mucon.kr)

뮤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koreamu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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