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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Nov 28. 2016

빌리카터│Here I Am

사이키델릭의 홍수 속에서 발견한 빌리카터의 에고

음악가 : Billy Carter(빌리카터)

음반명 : Here I Am

발매일 : 2016.11.23.

수록곡

1. Rollin' Blues

2. Love And Hatred

3. Lazy Talk

4. You Ate My Brain

5. The Dog

6. Parking Lot Love

7. I'll Be A Good Girl

8. I'm So Lonely

9. Never Cry Again My Little Lady

10. I Am A Devil

11. We Can Fight

12. Billy Carter

13. Don't Give A Shit


*편의상 경어체는 생략합니다.


 빌리카터란 이름을 처음 들은 건 2015년의 데뷔 EP <The Red>였다. 종종 살펴보곤 하던 매체에서 이들의 EP를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하는 것을 보고 관심이 가려했으나 어찌 된 까닭인지, 미루고 미루다 두 번째 EP <The Yellow>를 지나 2016년 말까지 오게 되었다. 게으름이 참 무섭긴 무섭다. 그동안의 무관심에 대한 죄책감으로 나는 두 장의 EP부터 고이 재생목록에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The Red>와 <The Yellow>를 가리켜 '발전을 모색하는 밴드의 모습'이라고 했지만 그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빌리카터란 팀에 대한 소개'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즉, 전자는 3인조 체제로 다시 시작하는 밴드의 음악이 어떤 모습인지를, 후자는 2인조 시절로 잠시 돌아가 밴드의 뿌리를 알리는 과거의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첫 정규 음반의 의미는 남다르다. <Here I Am>이야말로 밴드 빌리카터의 진정한 행보가 시작되는 지점이며 밴드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음반이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는다는 의미다.


"빌리카터의 소리를 찾아서"
[온스테이지] 253. 빌리카터 - Lazy talk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소리'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빌리카터가 보컬,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팀이란 것을 세 번째 트랙인 "Lazy Talk"가 돼서야 알았다. (그것도 음악이 아니라 멤버 소개를 보고.) 베이스의 공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The Red>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무엇이 베이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가에서 <Here I Am>과 차이를 보인다. 개러지 록의 거친 기타 톤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드럼, 관능적인 보컬을 통해 '날 것의 소리'를 <The Red>가 들려줬다면 이번 음반은 새로운 소리를 끌어오려는 밴드의 시도가 엿보인다.


 인트로 격인 Rollin' Blues, 흥겨운 셔플 리듬 위를 노니는 하모니카와 코러스가 귀를 사로잡는 "Love And Hatred", 호쾌한 블루스 넘버 "Lazy Talk" 등은 그 전초전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전초전인가? 기타리스트 김진아의 기타 톤은 은연중에 답을 던지고 있다. 한층 저음이 강조되어 노이즈에 가깝게 느껴지는 기타는 이어지는 예고한다. 사이키델릭의 홍수가 시작될 것을.


"사이키델릭의 홍수가 밀려온다"
빌리카터 Billy Carter - The Dog MV

 기타가 만들어내는 피드백 사운드가 "You Ate My Brain"의 포문을 연다. 괴이하게 느껴질 법한 소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각종 노이즈와 기타의 슬라이딩 주법을 활용한 리프는 음반이 사이키델릭의 물살을 타기 시작했음을 알린다. 바통을 이어받은 "The Dog"는 청자를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여기에 말려든 청자는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았다간 범람하는 음(音)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빌리카터의 내면으로 침전한 청자는 어쩌면 욕망일지도 모를 사랑을 경험한다("Parking Lot Love"). 하지만 관능미에는 불안정성 또한 잠재되어 있다. 불안 심리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하는 "I'll Be A Good Girl"과 "I'm So Lonely"는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당신'에게 기대려는 화자가 그려진다. 그런가 하면 힘 있게 발을 내딛는 "Never Cry Again My Little Baby", 음산한 분위기의 클린 톤 기타가 인상적인 "I Am A Devil"에서 밴드는 반전을 꾀한다. 그리고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의지를 표명하는 "We Can Fight"까지. 이러한 흐름은 어지러이 흩어진 빌리카터의 의식을 훑어가는 과정이다.


 다시금 흥겨운 셔플 리듬으로 우리를 반기는가 하면("Billy Carter"), 즉흥성과 재치가 재미를 선사하는 "Don't Give A Shit"이 난입하니 밀당의 고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정신없이 13곡이 지나고 나면 <Here I Am>은 끝이 난다. 그런데 어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아직 나의 의식이 사이키델릭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이다. 이 음악을 듣는 것이 누가 됐건 조심하길 바란다. 빌리카터가 불러온 사이키델릭의 홍수에 잠기고 말 테니.


4.0/5.0


[온스테이지] 253. 빌리카터 - You ate my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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