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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Dec 09. 2016

KCM│Reflection Of My Mind

감정 과잉 혹은 갈증, 양 극단에서 헤메이는 보컬리스트

KCM│Reflection Of My Mind│세번걸이 Ent., 2016.


음악가 : KCM(케이씨엠)

음반명 : Reflection Of My Mind

발매일 : 2016.11.26.

수록곡

1. 전부 너

2. 우리도 남들처럼 (With LYn)

3. Guitar Skit. (Feat. LEARZ)

4. 다시 시작해 볼래

5. 당신이 싫어요 (Feat. 하림)

6. 흑백사진 Part. 2

7. 악녀 (Feat. ABC)

8. 오지랖 사랑 (Feat. 공세영)

9. 5일

10. 그땐 내가

11. 사랑 랩소디 (Feat. 슬리피 of 언터쳐블)

12. 없는 번호

13. 오랜나무 (Solo Ver.)

14. 기억

15. 엄마의 착각 (Feat. 조맹순여사 & 하림)

16. 울 엄마 (세상의 모든 어머님께)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동물인 남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유치함의 절정을 달리는 순간이 있다. 첫째는 바로 게임. 못 생겼다, 키 작다 소리는 참아도 게임 못한다는 소리는 절대 못 참던 그 순간이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무엇인가. 노래방이다. 그것도 이성이 함께 하는 노래방이라면 더더욱. 자기 어필에 여념이 없는 노래방 보컬리스트들은 "이번에야말로 천하제일 무술대회 우승!"을 다짐하는 야무치만큼이나 애처롭다. 하지만 야무치도 결국에는 인간. 탈 지구급 스펙을 가진 손오공이나 피콜로의 영역을 넘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탈 지구급' 스펙 보컬리스트에 KCM의 이름을 넣는 것에 큰 이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고음으로는 둘째 가면 서러운 보컬리스트니 말이다. 그러나 KCM은 굳이 따지자면 손오공보다는 베지터에 가깝다는 인상이다. "날 물로 보지마!"를 연신 외쳐대며 선제공격을 펼치지만 이내 쓰러져 버리고 마는 뻔한 패턴. 무려 6년 만의 정규 음반이건만, <Reflection Of My Mind> 또한 신파라는 뻔한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슬픈 곡에서도 기쁜 곡에서도 KCM의 보컬은 눈물 범벅이다. 세상만사를 신파로 그려내는 그의 표현력은 이번 음반 최대의 장해물이 되고 말았다.


[MV] KCM _ Ordinary Love(우리도 남들처럼) (With LYn(린))

 첫 곡 "전부 너"에서부터 이러한 불안감은 현실이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이 다짜고짜 튀어나온다. 문제는 이어지는 절(節, verse)과의 연결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보컬리스트로서의 기술(음역 또한 기술이라 본다면)을 뽐내려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의도도 찾아볼 수 없다.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KCM의 약점인 감정 과잉은 6년 만에 돌아온 지금도 족쇄처럼 그를 옭아맨다.


 때문에 "우리도 남들처럼 (With LYn)"에서 린의 참여는 반갑기 그지 없다. 곡의 초반부를 이끌어 가는 린의 목소리는 KCM이 넘겨 받는 절정부까지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여리디 여린 도입부에서 KCM의 고음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며 KCM이 고음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순간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OST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단순히 다작(多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다시금 증명하는 순간이다.


 음악가의 고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짧은 기타 연주곡 "Guitar Skit. (Feat. LEARZ)"은 청자가 린이라는 지원군의 흔적을 지우고 오롯이 KCM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장치다. 두 사람의 보컬리스트가 청자의 마음에 씌워놓은 감성의 장막을 걷어내면 "다시 시작해 볼래"가 기다린다. 흡인력 있는 선율, 선을 넘지 않고 (비교적) 절제된 감정 등을 통해 그 동안의 음악 인생이 헛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보컬리스트가 음반의 주연이었던 탓일까, 군데군데 놓인 음악적 장치들은 KCM의 넘쳐 흐르는 표현력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특히 래퍼 ABC가 참여한 "악녀 (Feat. ABC)"나 공세영이 목소리를 빌려준 "오지랖 사랑 (Feat. 공세영)"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지만, 전혀 맞지 않는 조각을 억지로 짜맞춘 듯한 이질감만 남았다. 아코디언 선율이 인상적인 "당신이 싫어요 (Feat. 하림)"에서는 가성 중심의 후렴 진행이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는데, 이는 곡이 내포하던 고전미를 '낡은 것' 혹은 '촌스러운 것'으로 격하시킨다. 결국 중도를 모르는 그의 보컬은 과잉 혹은 갈증 양 극단에 있을 뿐이다. 과유불급이란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아, 베지터여. 안타깝도다.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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