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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Feb 05. 2017

레드 벨벳│Rookie

그룹 레드 벨벳은 가고, 5명의 소녀들이 남았다

Red Velvet(레드 벨벳)│Rookie - The 4th Mini Album│S.M. Ent., 2017.

음악가 : Red Velvet(레드 벨벳)

음반명 : Rookie - The 4th Mini Album

발매일 : 2017.02.01.

수록곡

1. Rookie

2. Little Little

3. Happily Ever After

4. Talk To Me

5. Body Talk

6. 마지막 사랑 (Last Love)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나의 예상이 틀렸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전에 다룬 적 있는 <Russian Roulette>에 대한 이야기다. 레드 벨벳이 내세워 왔던 두 가지 상반된 콘셉트, 즉 강렬함의 '레드'와 부드러움의 '벨벳' 간의 연결고리라 평가했고 이들의 향후 행보가 콘셉트 굳히기로 나아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채 반년도 되지 않아 복귀한 레드 벨벳은 상반된 두 세계에 대해 교묘히 무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마치 그 때의 레드 벨벳과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Red Velvet 레드벨벳_Rookie_Music Video

 이러한 밑장 빼기의 흔적이 엿보이는 부분은 우선 타이틀곡 "Rookie"의 뮤직 비디오다. 도입부부터 위화감이 느껴진다.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슬레이트의 등장 직후 카메라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비춘다. 놀란 듯 읽던 책을 덮는 슬기, 언짢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찻잔을 던지는 조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카메라를 마주하는 아이린 등 멤버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며 인간적이다. "Dumb Dumb"과 "Russian Roulette"에서 (안무 파트를 제외하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모습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부여된 인간미는 표정, 각기 다른 헤어스타일 및 의상 등과 맞물려 멤버 각각에게 어떠한 개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Ice Cream Cake"의 금발과 같은 장치에서부터 강조했던 '통일성'이 깨지는 순간이다.


 유감스러운 점은 통일성이라는 기조가 콘셉트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장치였다는 사실이다. '이상한데 좋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을 만큼 개성 있던 이들의 콘셉트(특히 '레드')가 그저 '이상하다'에 머무르지 않은 것은 개별 멤버가 아닌 그룹 레드 벨벳에 집중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가누가 예쁜가'와 같은 외모 경쟁에 매몰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Rookie"는 이러한 전략을 내던짐으로써 스스로를 평범한 걸그룹의 위치로 격하시키고 말았다.

 

 그렇다고 본 음반이 거둔 음악적 성취가 뛰어난가? 그렇지도 않다. 가창을 대폭 줄이고 하이톤의 랩 비중을 높인 "Rookie"만 해도 후크송을 노려보겠다는 속셈이 너무 뻔히 보인다. 중독성 만이 좋은 음악의 척도라면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좋은 음악의 지향점이 아닌, 수많은 방법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루키 루키'라는 반복 어구 너머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직 중독성을 원한다면 차라리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 게 빠를 것이다.


 부실한 타이틀곡의 완성도로 인해 콘셉트는 흔들리고 있다. 다채로운 악기 활용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R&B 성향의 "Little Little", 클랩 사운드와 속도감 있는 비트가 돋보이는 "Happily Ever After" 등의 트랙은 '레드'와 '벨벳'을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녹여내려는 시도인 듯하나, "Rookie"에서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한 순간부터 이들 트랙은 완급조절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그냥저냥 들을 만한 수준이라며 위로하기엔 SM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끊임없이 파격을 시도했던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이라기엔 너무나도 평범하다.


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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