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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Feb 09. 2017

안녕의 온도│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미지근함으로 끝난 그들의 기억

안녕의 온도│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top2, 2017.

음악가 : 안녕의 온도

음반명 :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발매일 : 2017.02.01.

수록곡

1. 평생 겨울일 것만 같아 (Feat. Grace)

2. 사랑의 한가운데 (Feat. 선우정아)(Remastered)

3. 잔인해 (윤석철 of 안녕의 온도)

4. 어쩌면 좋을까 (Feat. 지언)

5. 겨울로 가기 위해 사는 밤 (Feat. 노티스노트)(Remastered)

6. 짝사랑 (Feat. Grace)(New Version)

7. 늪이라 하여도 (Feat. 박준하)(Remastered)

8. 이별이 유일했던 날 (Feat. 안녕하신가영)(Remastered)

9. 별, 안녕의 꽃 (Feat. 모하)

10. 지금이야 (이소월 of 안녕의 온도)(Remastered)

11.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정상이 of 안녕의 온도)


 '프런트맨'이라는 말이 증명하듯 다수로 구성된 팀에 있어서 보컬이란 얼굴과도 같다. 외모가 출중해야 인기를 끈다는 등의 일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음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노랫말이 보컬을 통해 청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 메시지는 청자로 하여금 메시지를 건네는 가상의 화자에게 보컬의 이미지를 투사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특정인으로 설정된 화자에 의해 음반은 통일성을 획득, 온전한 하나의 작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안녕의 온도 (Temperature of Saying” hi”) - 평생 겨울 일 것만 같아 (Forever Winter) (Feat. Grace) MV

 그러나 안녕의 온도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Hello' 또는 'Bye', 저마다 다른 안녕이라는 말의 온도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팀의 의도처럼 첫 정규 음반에 담긴 11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빌어 구현된다. 시작은 바버렛츠(The Barberettes)의 전 멤버였던 김은혜로 익숙한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담긴 "평생 겨울일 것만 같아 (Feat. Grace)"이다. 겨울의 차디찬 속성과 흩날리는 눈의 이미지를 빌려와 떠나가는 인연에 빗대어 음반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안녕의 속성이 비감(悲感)으로 기울 것을 암시한다. 무기력한 화자가 상대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사랑의 한가운데 (Feat. 선우정아)", 사랑의 잔인성을 깨닫는 순간을 그린 "잔인해 (윤석철 of 안녕의 온도)"가 그 증거다.


 짝사랑이라는 소재를 흥겨운 리듬으로 풀어낸 "어쩌면 좋을까 (Feat. 지언)", 건반과 코러스를 활용해 몽환감을 끌어올린 "짝사랑 (Feat. Grace)" 등 두 곡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수록곡은 '작별의 안녕'이 주는 슬픔의 감정에 기대어 이야기를 펼쳐간다. 어느 정도의 통일성이 확보된 셈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음반이 아쉬움을 자아내는 요인 또한 통일성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안녕의 온도가 다양한 목소리를 빌려온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의 비애를 노래하는 와중에 다양성은 희석되고 기시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말았다.


 물론 쉼 없이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것보다 어느 정도 일관된 정서를 담아내는 쪽이 청자의 감정이입에 있어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면 곡을 다듬는 쪽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했다. 잔잔한 초반부로 시작해 하나 둘 악기가 힘을 더하는 전개 방식이 음반 전체에서 되풀이되는데 다양성이 느껴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더군다나 안녕의 온도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팀이 아니던가. 이야기를 담는 그릇에 대한 고민의 부재가 아쉬울 따름이다.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은 미지근함만을 남기고 말았다.


2.5/5.0 


안녕의 온도 Temperature of Saying "Hi" - 겨울로 가기 위해 사는 밤 (feat. 황득경 of 노티스노트) Official M/V
안녕의 온도 Temperature of Saying “Hi” - 이별이 유일했던 날 The Day We Said Goodbye (feat. 안녕하신가영) Official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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