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저나무 Mar 03. 2017

태연│My Voice

솔로 가수 태연의 이야기는 지금 막 시작되었다

태연(TAEYEON)│My Voice - The 1st Album│S.M.Entertainment, 2017.

음악가 : 태연(TAEYEON)

음반명 : My Voice - The 1st Album

발매일 : 2017.02.28.

수록곡

1. Fine

2. Cover Up

3. 날개 (Feel So Fine)

4. I Got Love

5. I'm OK

6. Time Lapse

7. Sweet Love

8. When I Was Young

9. Lonely Night

10. 수채화 (Love In Color)

11. Fire

12. Eraser

13. 기억을 걷는 시간 (CD Only)


 9년이다. 소녀시대 태연이 아닌 보컬리스트 태연을 있게 한 "만약에" 이후 첫 정규 음반을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이건만, SM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았다. "Gee", "소원을 말해봐 (Genie)" 등으로 상징되는 소녀시대표 댄스 팝에서부터 이름처럼 "Twinkle"한 옷으로 갈아입은 태티서, "I"에서 "11:11"까지 이어진 싱글 및 EP 릴레이까지 참으로 기나긴 길을 지나왔다. 기다림이 너무 길었던 탓에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결과물은 그 반대였다. <My Voice>라는 자신감 넘치는 제목이 암시하듯, 태연에겐 보여줄 것이 한참 더 남았던 모양이다.


TAEYEON 태연_Fine_Music Video

 툭툭 내뱉는 무심한 보컬이 첫 번째 트랙 "Fine"의 시작을 알린다. 어쿠스틱 기타가 받쳐주던 절(節, Verse)은 오래지 않아 폭발하는 후렴구로 이어진다. 몰아치는 드럼 라인과 신스 사운드에 의지했던 "I", "Why"와는 달리 태연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어 곡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넘치는 에너지에 놀랐다면 이어지는 "Cover Up"을 들어보자.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가 길을 열면 발랄한 목소리가 청자를 반긴다. 총천연색의 정경을 자아내는 기분 좋은 음색은 솔로 보컬리스트 태연보다는 오히려 소녀시대의 태연에 가깝다.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유연함이 강점인 그 음색 말이다. 이후로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도발적인 모습을 뽐내는 "I Got Love", 넬의 김종완이 함께 해 몽환감을 극대화시킨 "Time Lapse" 등, 수록곡 하나하나가 싱글 커트되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시야를 개별 곡이 아닌 앨범 전체로 전환하는 순간, 태연이 쌓아 올린 목소리의 탑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균열이라기보단 설계 상의 결함이라 함이 옳을까.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곡들을 하나로 묶어줄 연결고리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Cover Up"에서 "날개 (Feel So Fine)"로의 배치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발랄함을 무기로 분위기를 한껏 띄워놓고는 다시금 진중함을 내세우는 흐름은 어째 부자연스럽다.


 지나치게 발라드 성향을 강조한 후반부도 아쉬울 따름이다. "Time Lapse"까지 이어진 선율의 융단 폭격으로 지친 귀를 간결한 구성의 "Sweet Love"를 통해 풀어주려는 것은 좋았지만 확실히 치고 올라오는 트랙이 후반부에 없었다는 점이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결말부에 이르러서야 반전을 꾀했지만 이 역시 성공적이진 못했다. "Fire"에서 상대를 갈구하던 화자가 "Eraser"에서는 '너라는 악몽'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재의 관계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태세 전환은 청자에게 혼란만 줄 뿐이다.


 앨범이라 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오랜 활동을 거치면서 싱글 단위의 작업물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그러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유기성을 갖춘 이야기를 담는 것보다는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한 덕이다. 때문에 아쉬움은 이내 기대로 바뀔 것이다.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 설렘 말이다. 무엇보다도 '믿고 듣는 탱구' 아니던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솔로 보컬리스트 태연의 발걸음이 앞으로 향한다.


3.0/5.0


TAEYEON 태연_I Got Love_Music Video


매거진의 이전글 소마│Somablu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