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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18)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미 대통령 데이비드 암스테르담은 비행기에 올라탄 직후,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전한 내용은 역시 중국에 관한 일이었다.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미 정보부는 중국함대가 움직일 조짐을 보이자 국방장관에게 보고를 했고, 보고를 받은 국방장관은 자신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여겨,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것이었다.


“중국이 함대를 움직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그는 자신의 견해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국방장관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했다.


“중국이 함대를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게 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대통령님께서 가시는 뉴질랜드와 불과 하루거리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 점이 걸린다. 그들이 뭔가 냄새를 맡은 걸까?”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공식적으론 워터리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어. 워터리그는 아너스 데이와 대립관계에 있지. 아너스 데이와는 대립관계라고. 그들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문제지. 우리가 그들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해도, 그들이 그것을 알 방법이 없잖아. 믿어줄 리도 없고. ”


“그럼 우리도 움직입니까? 지금 태평양 함대를 출발시키면 오페라 시작 전에 뉴질랜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없었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태평양 함대가 뉴질랜드까지 올 시간이 없을 것이었다. 빨리 결정해야했다.


“후우...”


 그의 머릿 속이 복잡했다.


‘중국이 왜 움직이는 것일까. 그것도 내가 가는 곳과 가까운 곳에... 사황제 주원장. 도대체 당신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내가 목적입니까. 아니면 단순히 자일스와 회담을 하러 온 것입니까.’


 그는 아너스 데이와 원치않은 싸움은 피하고 싶었다. 작은 싸움이라도 일어나기만 한다면, 전쟁으로 불거질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는 워터리그 이전에 미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의 국민을 보호해야할 이유가 있었다. 그 말은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뜻도 될지 모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것이 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국방장관”


“예.”


“태평양 함대를 움직이시오. 뉴질랜드에서 3천 해리 떨어진 피지 섬에서 대기하라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는 칼을 뽑았다. 태평양 함대라는 칼을.


‘주원장. 당신 생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미국, 아니, 나의 신변을 위협한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순 없소. 미안하지만, 우리 미국지역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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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일 후, 오페라공연 2일 전. 


 뉴질랜드 월링턴.


 호화유람선을 타고 뉴질랜드에 입국하기로 되어있었던 처형인과 안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입국심사는 그리 세세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들은 어렵지 않게 입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러브는 늦고 있었다. 그는 쿼터메인의 지시에 따라 칠레군 헬기를 이용해 월팅턴에 도착 중이었다. 칠레 군의 늦장 때문에 하마터면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뻔 했으니까. 다행히도 잘 해결되었고, 그들의 헬기를 타고 이곳 뉴질랜드까지 날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워터리그 지역이었다. 공식적으로 착륙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그는 낙하를 하기로 결정했다.


“델타 섹터(Delta Sector) 까지 앞으로 20초입니다. 준비 되셨습니까?”


“오케이.”


그는 낙하부대가 사용하던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10초”


'긴장하지 말자. 긴장하지 말자.'


“5초.”


그는 고정줄 걸이를 입구에 매달았다.


“3초. 2초. 1초.”


 그가 뛰어내렸다. 동시에 고정줄 걸이가 떨어져나갔다. 그의 눈앞에 월링턴의 야경이 펼쳐졌다.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불빛들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항구 쪽에는 선적 작업을 벌이고 있었고, 시내 쪽에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등이 마치 핏줄처럼 이어져 보였다. 그리고 몇몇 높은 건물들은 거대한 불빛 괴물처럼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다. 처형인이야. 잘 들리나?”


 처형인과 안나는 건물 옥상에 있었다. 여권검사에서도 지체된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글러브의 착륙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 들린다.”


“어디쯤이야?”


“남서쪽 시청 방향이다. 그 쪽에서 내가 보이냐?”


 잠시 망원경으로 하늘을 살펴보던 처형인. 그의 눈에 부채꼴 모양의 낙하산이 보였다. 글러브가 틀림없었다.


“그래. 보인다. 아주 작은 점으로 보이긴 하지만.”


“내려가는 각도가 어때.”


“각도가 좋지 않아. 왼쪽으로 30도 정도 틀어야 할 것 같아.”


“알았다.”


바람소리 탓에 대답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는 왼쪽 레버를 당겨 낙하산의 왼쪽부분이 휘어지게 만들었다. 그러자, 낙하산이 서서히 기울었다.


“제대로 방향을 바꾸는 군.”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착륙할 곳이 도심 한복판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와줘야 했다.


“오른쪽으로 20도 정도 틀어.”


“틀었다. 됐나?”


“그래. 됐다. 그대로 내려와.”


 그런데 그때 돌풍이 불어왔다. 


“제길.”


 빌딩사이가 좁은 탓에, 그곳을 통과하려는 바람은 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돌풍은 낙하산을 접히게 만들었다. 


“뭐해! 빨리 낙하산을 다시 풀어!”


 처형인은 다급했다. 글러브의 낙하산이 완전히 접혔기 때문이었다. 그의 낙하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안되겠다. 보조 낙하산을 펴야겠어.”


“그럼 빨리 펴!”


 글러브는 간신히 보조낙하산이 달려있는 레버를 당겼다. 다행히도 잘 펴져 낙하하는 속도가 줄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전방에 건물이 있어요. 오른쪽으로 피하세요.”


 처형인의 시야에 그가 보이자 않게 되었기 때문에, 반대편 건물에 있는 안나가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 처형인은 안나가 글러브를 도와주는 사이 다른 건물로 넘어갔다.


“그 건물에서 오른쪽으로요. 그러면 약간의 공터가 보일거예요.”


“알았다. 오른쪽으로 가란 말이지?”


 글러브는 낙하산의 레버를 당겨 오른쪽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낙하산은 서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안나의 말에 따라 빌딩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간 글러브의 눈앞에 막다른 벽에 보였다. 안나의 실수였다.


“뭐야! 막다른 곳이잖아!”


“제가 왼쪽이라고 했잖아요. 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신거예요?”


“네가 오른쪽이라고 했잖아! 제길! 벽에 부딪히겠어!”


 위험했다. 그는 아직 착륙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직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높았다. 벽에 부딪히면 떨어질 것은 뻔한 일. 그는 어떻해든 반대쪽으로 돌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짧았다. 유턴하기엔 너무 거리가 짧았다.


쨍.째쟁쨍.

 글러브의 몸이 건물에 부딪히면서 그곳에 있던 유리가 깨져나갔다. 유리의 파편이 튀면서 낙하산이 찢어졌다. 그리고 글러브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쳤다. 


콰과광쾅.

 닥터 글러브와 연결된 마이크에서 묵직한 충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크가 깨진 것이 틀림없었다.


“글러브!”


“닥터!”


“글러브 내말 들려? 대답 좀 해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이미 기절해 있었다. 아니면,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진 나머지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죽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되겠어. 빌딩을 내려가야겠어.”


 처형인은 소리친 뒤,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데, 그가 계단의 반쯤 내려갔을 때,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에에에엥. 에에에엥.

 월링턴 시 경찰이었다. 근처 주민의 신고에 따라 출동한 것이었다. 십여대 정도로 보이는 경찰차가 글러브가 떨어진 곳으로 가고 있었다.


“닥터가 살아있나요? 괜찮아요? 왜 안가고 여기 서있...업.”


 처형인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봐. 경찰이 왔어. 우리의 신변이 노출되면 안돼. 이곳은 워터리그의 땅이야. 게다가 나와 글러브는 국제수사기관에 등록된 범죄자이니까 더욱 안돼.’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상황을 보자는 거야. 글러브는 저 정도 충격에 죽을 리 없어. 그는 나와 같이 전쟁을 겪어온 사내라고. 쉽게 죽지 않아.’


 틈만 나면 싸우는 그들이었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있었다.


‘그리고 글러브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진 그들도 글러브를 어찌하진 못해. 게다가 그는 부상을 입었으니, 병원에 데려가겠지. 병원에서 글러브를 치료하게 놔두자고. 치료가 끝나면 그때 우리가 빼내는 거야. 알겠지?’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것이 최선이 방책이었으니까.


‘그런데. 저 녀석은 왜 매번 저 모양이야?’


역시 처형인의 말은 그에 대한 푸념으로 끝났다.


“이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경찰관이 그의 뺨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기는 미드웨이 2nd가. 미드웨이 2nd가. 1명의 응급환자가 있다. 구급차를 불러주기 바란다.”


 그때 글러브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눈을 떠 경찰관을 바라봤다. 십여 명의 경찰관. 그들중 일부는 낙하산을 정리하고 있었고, 일부는 기자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경찰들이군. 젠장. 일이 더럽게 꼬였어.’


 피를 흘리고 정신이 아직 혼미한 상태이긴 했어도, 그는 명색이 토터스 파워의 팀장이었다. 상황파악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누구길래 낙하산이 도시 한복판에 떨어져 있는 것이죠?”


“말해주시죠. 무슨 일입니까.”


“아, 이러지들 마십시오. 저희도 무슨 일인지 모릅니다.”


기자들이 난리였다. 경찰관들은 그들의 열성이 힘에 부친 듯 했다.


“어?”


 그런데 누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경관님들 설명 좀 해봐요.”


“이상하네요. 범인은 어디갔죠?”


“그러네. 이상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안보여.”


“그는 어디갔죠? 피는 있는데 당사자가 보이지 않네요?”


기자들의 물음에 경찰관들은 코웃음을 쳤다.


“뭐가요? 설마요. 지금 여기에...”


경찰관들이 돌아봤다. 그런데 그들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뭐야.”


“어...어디 갔어?”


 닥터 글러브가 사라진 것이었다. 불과 몇 초전만 해도 앞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던 사람이 말이다. 경찰관들은 혼란에 빠졌다.


‘왜 저 사람이 나를 못 보는 거지?’


 그는 경찰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바로 앞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곧 풀렸다. 


“조용히 해. 너의 말소리 때문에, 왜곡된 이 공간이 울고 있잖아.”


 누군가 있었다. 누군가 글러브 앞에 서 있었다. 


“누구냐.”


그의 이름은... 


“다...당신은!”


 토터스 시각의 국장.


“자일스...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자일스 E. 레드펜더. 그가 공간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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