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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3)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사우디아라비아


 인간이 이 땅에 나타나면서부터 지구의 자원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 갔다. 현대 최고의 효율적 자원인 석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계량까지 앞으로 70년이라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매장량으로 인해, 석유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골칫거리였다. 대체자원을 개발하자니, 제 3의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포기하자니, 자기네들 대신에 다른 세력들이 먹을 수도 있어 놓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석유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내가 나서달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기구 (SOS) 는 현재 세계 최대 석유 배출량을 자랑하는 기관이었다. ‘거꾸로의 시대’ 인 현 세계에서 국가 형태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 직접 관할아래 두고 있었으니, 그 중요성을 짐작할 만 했다. 그 중요성 덕에 본사의 건물은 거대했다. 지하 35 층 까지 뻗어있었다. 지상은 겨우 2층 뿐이지만.


"싫다면?"


 남자는 거절하면 안되는 제안을 거절하고 있었다.


"거절하면 여기서 죽는다."


 하지만 받는 쪽도 만만치 않았다. 검은 선그라스의 렌즈가 보이지 않을 만큼 피부색이 어두운 이 사람은 사우디 석유 기구(SOS)의 개발 과장이었다.


"죽이시겠다?"


"……."


"그럼 죽여."


 철커덕.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은빛 권총이 남자에게 겨눠졌다. 탄환이 있는 것쯤은 코 앞에서 장전한 덕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이래도 안 할거냐."


"죽일테면 죽여봐."


"이 자식!!!"


 개발과장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고 느꼈다. 자존심이 강한 그로서는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타앙.

 구식 38구경의 발사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총알이 발사된 것이었다. 권총에서는 열이 식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올라왔다. 놀랍게도 그는 살아있었다. 1m 이내에서 발사된 총알이었는데, 그는 맞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피한 듯이.


"내 이럴 줄 알았지. 죽이지도 못 하면서 허풍은. 하하하."


"젠장!!!"


 개발과장은 선그라스를 집어 던지며 방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그곳에 있으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허풍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지금, 그는 다른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취조실은 방 두 곳이 붙어있다. 취조실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든 곳인데, 취조실과 그곳이 연결되어있는 부분은 거울로 되어있었다. 이곳도 일반 취조실과 다를 바 없었다. 그곳에 들어간 과장은 동료 직원에게 투덜댔다.


"저 자식 뿐이야?"


"맞아요. 저 사람이 뿐이에요."


"딴 사람은 다 실패했어요. 저 사람이 유일하죠, 뭐."


 이들은 거울 안쪽의 그 남자에게 뭔가 의뢰를 했는데 거절당한 모양이었다.


"다른 킬러들 많잖아. 돈이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다른 사람 구해!"


"안 될걸요? 누가 미쳤다고 워터리그(Water League)를 상대하려 들겠어요?"


 워터리그(Water League)를 상대로 한 살인청부. 워터리그 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이곳 사람들은 석유를 두고 쟁탈하는 그들이 눈엣가시였다. 더구나 상대는 ‘기관’ 이었다. 워터리그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는 그 곳을 이들은 함부로 건들 수 없었다. 


"뭐야. 저 자식은 할 수 있다는 거야?"


과장은 이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토터스(Toters)예요. 그 괴물집단 토터스 소속이라고요. 게다가 저 녀석 그 안에서도 꽤 유명하다네요."


"이름이 뭔데? 이름이나 알자."


"어디보자... 이름은 혜근 성은 조 라고 하네요. 다른 이름이... 아, 여기있군. 처형인. 처형인 조혜근 이렇게 불린데요."


"처형인?"


 "무기 없이 싸우는 걸로 유명하죠.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한다나 뭐라나. 과장님도 저기 다시 들어가셨다가는 죽을 걸요? 처형인에게 욕하고 권총질하고 온 마당에 다시 들어가면, 무엇으로 죽었는지도 모르시게 될 거예요."


 과장은 순간 섬뜩해졌다. 동료직원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처형인 이라는 별명답지 않게 죽인 사람이 한명도 없다네요."


"무슨 말이야?"


"살인은 하지 않는 다는 뜻이죠. 다만, 팔이 절단 되고, 목 관절이 부러지며, 아킬레스가 끊어지는 정도?"


 과장은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이런 끔찍한 말을 하는 이 녀석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 방안에 들어가 있는 저 남자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다시 보게 되었다. 알 수 가 없었다. 그다지 무서워 보이지 않는 외모와 그렇게 힘이 있어 보이는 체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이 처형인 이란 말이지?’


 과장은 생각에 잠기며 방을 나섰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답답하군."


 처형인은 여전히 그 방에 갇혀있었다. 의뢰를 수락할 때까지 그들이 내보내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거울의 건넛방엔 그를 감시하도록 배치된 2명이 있었다. 처형인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교대로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처형인은 밀폐된 공간 안에 갇혀있는 것이 지겨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형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감시하던 이들은 긴장했다. 


쨍그랑.

 사람은 보고 듣고 느끼는 생명체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죽은 존재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은 그 감각을 느끼고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행동한다. ‘쨍그랑’ 이라는 소리는 거울이나 유리가 깨질 때 흔히 나는 소리이다. 그들은 쨍그랑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들은 자신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아아아악.


 유리가 깨지고 그 유리 파편이 그들을 덮치자, 그들은 소리쳤다.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을 표현했다. 


 에엥. 에에에엥. 

 석유기구 사내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유리 파편에 피를 흘리면서도 경보기를 누른 덕이었다. 곧 경비원들이 출동하였다. 경보음을 듣자 바로 달려 나왔다. 그런데 말이 경비원이지 총으로 무장한 ‘군대’ 였다. 


"저기다 잡아라!!!"


 불과 1층 차이였기에 그들은 금세 도달할 수 있었다.


"Freeze."


 굳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용병임을 티내는 경비원들이 처형인을 막아섰다.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는 그를.


"움직이면 발포한다."


"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었을까.


"밥 좀 줘. 배고프다고."


"뭐?"


예상외의 대답이어서 그들은 당황했다.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겨우 그 따위 이유로 우리 들을 공격했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석유개발기구 기관장이었다. 경보음을 듣고 어느새 달려 온 것이었다. 그는 유리 파편에 긁혀 죽어가고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는 처형인을 쏘아봤다.


"어째서 저런 짓을 한거냐."


"일부러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어. 옆방에 누가 있는 지도 몰랐으니까. 게다가 그 유리로 누가 다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내가 나갈 방법은 유리를 깨는 법 뿐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이 일이 정당화 될 거라고 생각하나?"


"애초부터 날 가두지 말던가."


"자네가 의뢰를 거절했잖나."


"말이 안 통하는 군. 됐다. 결정했어. 난 이곳을 나간다."


 그는 복도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겐 안 되지. 멈춰라."


"바이 바이. 잘 지내라고."


"멋대로 지껄이지마!"


 보다 못한 기관장이 라이플을 장전시켰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도 처형인은 멈추지 않았다. 


타다다당. 

 라이플이 총알을 내뱉었다. 라이플의 특성상 잠깐 눌렀지만 4발이 발사되고 말았다. 총알은 곧바로 처형인에게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엔 시각이라는 것이 있다. 수정체를 통해서 모아진 이 세상의 빛은 망막에 맺히고 그 빛에 따라 화학적인 성분들의 생성과 분해를 통해서 시신경세포에 자극이 생긴다. 그리고 거기서 생긴 전기적 자극은 구심신경-감각신경의 경로를 통해서 뇌로 가게 된다. 보통 말하는 시각이라는 것은 이런 방식으로 뇌에 감각으로 인식된다. 반사신경이라 함은 이 왕복 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길게는 1~2초, 짧게는 0.3~0.5초 가 걸리는 이 왕복시간으로 인해 사람은 보고도 반응하는 속도가 느린 것이었다.


"말도 안돼."


 그런데, 이 왕복 속도의 개선을 위해, 전기적 자극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운동신경으로 전달되면 어떨까. 물론,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뇌를 거치지 않는 이상 전기적 자극만으로 운동신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내 눈이 이상한 건 아니겠지?"


 하지만, 이 세상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수한 상황들이 있고,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존재한다. 1초 전이 과거가 되고, 꿈이 현실이 되는 현 시대에 이론 따위는 종이에 씌여진 글자에 불과하다.


"본능으로의 귀의. 그것만이 이 세계를 정복하는 길이지."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만 믿는 법이다. 반대로 말해 눈으로 봤다면, 믿지 않을 수 없는 말도 되겠다. 경비원들을 비롯한 개발과장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총알을 잡는 게 그렇게 신가한가."


 반사신경 만으로 총알을 잡아내는 사람.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과장은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서있기가 힘들었다. 다른 경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사람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 토터스 안에는 더 대단한 사람이 많다. 쿼터메인이나, 레이슈터(Ray Shooter). 닥터 글러브 (Dr.Gloves) 까지. 다들 대단하지. 나 따위는 축에도 못 껴. 게다가."


그때, 그에게로 전화가 왔다.


"잠시 실례."


"어. 계호 형. 오랜만이야. 그래. 잘 들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그 자식이 또 그랬단 말야? 거기 어디야. 스페인? 스페인 어디. 바스셀로나? 알았어. 내일 까지 갈게. 가서 또 연락할게. 그럼."


 벨을 누르는 듯한 효과음이 나며 전화가 끊겼다. 처형인은 고개를 들어 과장을 비롯한 사람들을 다시 쳐다봤다. 그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움찔거렸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우리는 워터리그와 부딪힐 생각이 전혀 없어. 비단 너희 아너스데이(Honor's Day) 쪽과도 마찬가지지. 그런데 우리가 왜 이 일에 끼어야하나? 난 내 입장만 생각할 수 없다고. 나 하나가 이 일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 토터스 전체가 이 일에 개입하는 게 돼. 생각해봐. 우리가 왜 이런 일에 목숨을 걸겠나?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한쪽은 빼앗으려 하고. 한쪽은 지키려 하지. 워터리그와 너희들 각자의 편에서 보면 그 사정이 정당화 되긴 해. 그게 너희들의 의지로까지 이어 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서로의 입장만 생각한 채 각자의 이해만 바라보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되겠나. 난 세계의 가치를, 전 세계의 의지를 나침반으로 삼을 뿐이야. 그게 옳다는 것이 증명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그럼 우린 어쩌란 말이요. 저들은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는데."


 기관장은 이 말이 하고 싶었다. 먼저 공격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움직였다는 말을 말이다.


"걱정 마. 그쪽에도 우리 팀원이 갔으니. 곧 소식이 올거야."


"그럼 협상을 하고 있다는 말이요?"


 기관장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 토터스라면 그들을 설득시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 배고픈데."


처형인이 말을 돌렸다. 아니, 이것이 그의 솔직한 생각일 수도 있었다.


"아 옛. 이리로 오시죠.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이후, VIP 실로 이동한 처형인은, 기관장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토터스 팀이 도착하자, 협상 건을 넘긴 뒤, 에스파냐로 출발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신문에 난 기사로 이 협상의 끝을 알 수 있었다.


“사우디 석유 기구 (SOS) 가 아너스 데이의 협상에 응함에 따라, 석유 값이 배럴당 50$ 밑으로 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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