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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혜근 Sep 30. 2015

토터스 : 정보생성자 (4)

TOTERS : Who making information

 ‘삶의 문제는 그것이 지겹다는 데 있어. 우리는 답을 이미 알고 있지만, 오히려 답을 너무나 빨리 찾았다는 이유로 그것이 답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삶이란 불필요한 과정을 건너뛸 수가 없지. 때론 장단을 맞춰주어야 하고, 때론 아양을 떨어야 할 때도 있지. 그래서 뒤에선 하품이 나와. 지겹고, 느린 인생.’


‘하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앞서가봤자 마지막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렇군. 그 생각은 못했네. 죽음이라...’


‘그래서 넌 뭐 할거냐?’


‘나? 세계정복.’


‘세계정복? 하하하 여전하군.’


‘그러는 형은?’


‘나? 나는 나만의 사진을 찍을거야.’


 에스파냐로 날아가고 있는 처형인의 머릿속에 잠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무릇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기에, 오래된 기억은 잊어버리지만, 추억과 같은 특별한 상황은 계속 기억되는 법이었다.

 처형인의 머릿 속에 떠오른 상황은 그들이 토터스(Toters) 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었다. 각자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싱겁게 살아가던 레이슈터와 처형인은, 토터스에 대해 알게 된 뒤, 그것의 매력이 빠지게 되었다. 물론 레이슈터, 처형인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얻은 것이었다.

 토터스가 재구성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는데, 그 중 레이슈터과 처형인이 거기에 속했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토터스의 각 팀장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랬다. 토터스 가입 전에 그들 모두는 자신만의 목표와 정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그 정의를 실현시킬 힘이 없었다. 그들은 힘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토터스는 정말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주어진 의뢰만 처리하면, 그 외의 힘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토터스라는 큰 틀 안에서 그들은 나름대로 자유로웠다.


 ‘그립군. 그때가.’


 하지만, 이미 10여년이 흘렀고, 토터스도 점점 세상에 물들어갔다. 정의를 내세우며 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돈을 우선시 하는 워터리그가 세계경제를 잡고 있는 지금,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현재였다. 과거의 정의보단 지금의 현실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란 일이니. 불만은 없다만.’


 어느새 비행기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제 3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기내에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방송이었다. 안내방송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로, 짐이 없는 처형인은 유유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성함이 루쉬 핑 따오?”


 국제 수사 기관의 집요한 추격에 지명수배자의 반열에 오른 처형인은 위조 여권이 아니면 세계 어느 나라도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의 눈매 덕에, 그는 위조 여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다닐 수 있었다. 그래도 세관은 늘 긴장해야 할 곳이었다. 국제 수사 기관에도 잡히지 않았던 사람이 우연히 세관에서 붙잡힌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


“방문 목적이 뭐죠?”


“산페르민 축제를 보려고요.”


“그 축제는 2일 전에 끝났는데요.”


“축제는, 끝난 뒤에 하는 파티가 더 재미있는 법입니다.”


 어색한 영어발음 외에는 서로 간에 대화를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몇 차례 질문이 더 있은 다음, 세관원은 그에게 여권을 돌려줬다. 


“좋은 여행되세요.”


“고마워. 발렌타인.”


“뭘요. 처형인 씨.”


 놀랍게도 세관원은 여권에 새겨진 중국 이름이 아닌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그 말을 듣는 쪽이었다. 처형인은 전혀 놀라지 않고 있었다. 사전에 서로 알고 있는 사이임에 틀림없었다. 세관원은 미소 지어 보이며 다음 사람의 여권을 받았다.


똑.똑.


“예. 들어오세요.”


방에 도착한 처형인이 노크를 하자, 민망할 정도로 빠른 대답이 방안 쪽에서 들려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야. 계호 형.”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너무 걱정 놓고 있는 것 아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떡하니 '토터스 파워' 라고 써놓다니.”


“세상은 오히려 진실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이렇게 해놔도 다들 몰라. 하하하. 웃긴 일이지. 게다가, 난 우울한 곳이 싫어. 너무 시끄러운 것도 싫지만, 이렇게 적당히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 좋아.”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4년만의 재회였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같은 토터스 파워에 속한 사람들 이었지만, 팀장이라는 위치로 인해 둘은 서로 만날 시간이 없었다. 수많은 토터스 요원들 중에 사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것은 그 둘을 더 가까운 사이로 만들어 주었다. 때문에 그들은 형 동생하는 사이였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만난 이유도 잊은 채,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가 울려 대화가 잠시 끊겼다.


“잠시만.”


 전화를 받는 레이슈터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시계를 잠시 쳐다보고는 전화를 끊었다.


“누구야?”


“팀원들이지 뭐.”


“가야 돼?”


“지금 아프리카 쪽으로 가야할 것 같아.”


“빨리 가야겠네. 무슨 일이 그렇게 바뻐?”


“일 때문이지. 아. 그래. 일 때문에 내가 너를 불렀었는데 이야기 하다가 그만 잊고 있었군.”


 레이슈터가 봉투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사진을 보니 산페르민 축제 사진이었다.


“오. 잘 찍혔는데?”


“너도 이 상황이 되 봐라. 발이 안보이게 뛸걸?”


“아무튼. 이 사진이 왜?”


“여길 봐.”


 그가 사진의 뒷부분을 가리켰다. 투우 소들이 갇혀있던 철제 울타리가 찍힌 부분이었는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울타리가 마치 찢어진 것처럼 되어있었다. 철로 된 울타리가 마치 종이가 찢어지듯 흩어져 있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 한 일인데다가,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래 논 것처럼 가지런히 일렬로 흩어져 있었다. 소들이 한 짓이 아니란 뜻이었다.


“그 놈 짓이네. 딱 보니까 티가나.”


“맞아. 그 놈이 틀림없어.”


“그렇다면 여기 있다는 소리야?”


“게다가 내 목숨을 노렸지.”


“이 번엔 놓치지 않아야겠어.”


“다신 그런 실수를 하지 마라.”


“이번엔 달라.”


“알았다. 그렇다면 너한테 맡기고 갈게.”


“보수는?”


“그건 나한테 물어보지마.”


“그럼 누가 아는데?”


“안녕하세요.”


 그때 상당히 어색한 한국어 인사말이 들려왔다. 방구석에 서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었다.


“오호라. 토터스 자료의 에이스께서 여긴 왠일이시래?”


 그녀의 이름은 안나 트루워커(Anna truewalker). 토터스 자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냉철한 성격과 철저한 계산력으로 유명한 여자였다. 견제기관인 파워에서도 유명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돈을 직접 투자하기 위해 왔죠.”


안경을 쓴 여자에 대한 편견이 이 여자로부터 생겼으리라. 


“형. 설마 이 여자랑 가야하는 건 아니겠지?”


 레이슈터는 말이 없었다. 대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전화하는 척 할 뿐이었다. 관여했다간 자신도 엮일 위험이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맙소사.”


“어서 가시죠. 처형인 씨.”


“잘 갔다 와. 난 아프리카로 떠날게.”


 이미 처형인의 귀엔 레이슈터의 인사가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이 여자를 떨쳐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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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속도로. 바르셀로나까지 180 km 전.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지 한 시간이 되었다. 10월 이었지만 아직도 햇볕은 따가웠다. 에스파냐 사막의 기후 탓이었다. 에스파냐의 사막은 일반적으로 사막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달랐다. 이곳에서 사막이란 모래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었다. 건조한 산과 들이 펼쳐져 있는 연 강수량이 100mm안팎인 ‘땅’ 이었다. 


“갤런 당 4유로라. 너무 비싸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그렇듯이 주유는 셀프인 덕에 처형인은 귀찮더라도 혼자 해야 했다. 게다가 안나는 네비게이션을 만지고 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얼마동안의 주유를 마치고 처형인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주유소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25유로 되겠습니다.”


“…….”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처형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안나를 쳐다봤다. 왜 가만히 있냐는 듯한 눈빛을 하며.


“왜 쳐다보죠? 마치 내가 돈을 내야한다는 것처럼.”


“당연하지. 당신이 비용 담당이잖아. 내 ‘재정적 도움’ 을 대주기 위해 여기 온 것 아니었어?”


“그건 맞죠.”


“그럼 어서 내줘요. 안. 나. 씨.”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아니라니?”


“토터스(Toters) 자료의 원칙 제 8조를 보면 토터스 파워와 협조 시, 작전 실행 때부터 당신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주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직 작전이 실행되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낼 수 없으시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처형인의 속에 있던 짜증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이봐요. 말다툼은 돈을 내시고 하시죠?”


 기다리다 못한 주유소 직원이 말을 했다.


“으으으.”


 처형인은 잠시 핸들을 꽉 부여잡았다. 그러더니.


“카드. 카드 되죠?”


“그럼요.”


그는 마지못해 카드를 내주었다. 안나를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계산을 마친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안내는 똑바로 하겠지?”


“그럼요.”


 이 말을 끝으로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서로에 대한 신경질이 대화를 막히게 했다. 황량한 벌판에 일직선으로 나 있는 도로를 차는 두 시간 이상 달렸다. 가도 가도 같은 광경이라 슬슬 지겨워졌다. 처형인은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는 멕시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확대 망원경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확대 망원경은 라이플에 달려있었다. 그 라이플은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을 사냥할 때 주로 사용하는 사냥총이었다. 그런 위력적인 총이 처형인과 안나에게 겨눠지고 있었다. 어림잡아 봐도 200m는 족히 되어보이는 거리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숨어있었다. 그들은 알리가 없었다. 여전히 말없이 지겹게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터엉. 

 근처에 산이 없었기에 소리가 울려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큰 소리였다.


“이봐. 당신이 왜 내 일에 따라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총알이 날아왔다. 총알을 본 처형인은 핸들을 틀었다. 차가 급격히 반대방향으로 쏠렸다. 잠시 뒤, 총알을 쏜 저격수는 명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망원경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불발이었다. 다행히도 처형인 덕에 안나는 무사할 수 있었다. 총알은 뒷좌석 문을 뚫고 지나갔다.


“이런. 빗나갔나.”


 저격수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틀림없이 명중하리라 예상했었는데 빗나갔으니 말이다. 장전을 마친 저격수는 이번엔 격발로 다시 한번 그들을 노렸다.


“어디예요?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는 거예요?”


몇 발의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자, 안나는 공포에 온 몸을 떨었다.


“고개 숙여 이 여자야. 머리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그렇지만 당신은 운전해야 하지 않아요?”


“멍청아. 이 상황에서 운전하려 하면 죽을 뿐이야.”


“그럼 차는 어떡하고요? 이 곳을 빠져는 나가야 할 것 아녜요!”


“닥치고 앉아!”


 끼이이익. 

 아무도 운전대를 잡지 않은 덕에, 차는 비정상적으로 대로변에 멈추었다. 다행히도 주변이 평지였기에, 차는 별다른 이상없이 무사히 멈추게 되었다. 차가 멈추는 즉시, 그들은 즉시 총알이 날아온 반대쪽으로 갔고, 차 뒤에 숨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저격수는 그들을 향해 총알을 쏴댔다. 처형인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상황판단을 했다.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처형인 이었으니까.


“안나 씨.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 좀 빌려도 될까?”


“물은 갑자기 왜요? 그리고 손수건은 왜 또 꺼내요?”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않겠어?”


처형인은 가지고 있는 손수건을 물에 적셨다. 


“설마?”


그는 대답대신 웃을 뿐이었다.


“상대는 저격수예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 모른다고요.”


“난 처형인이야.”


“미쳤어. 죽으러 가는 거예요?”



“걱정마. 난 총알 따위는 무섭지 않으니까.”


“몰라. 난 여기있을 거예요. 도와주나 봐라.”


“바라지도 않았어.”


처형인은 안나의 걱정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뭐야. 스스로 나왔잖아.”


 저격수의 망원경에 처형인이 보였다. 물에 적신 손수건을 든 그는 당당하게 저격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쏴볼테면 쏴보라는 듯이 말이다.


“미쳤군.”


 잠시 중얼거리던 그는 총을 잡고는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처형인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왔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쉬이이익. 

 젖었던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가 낮아진 손수건과, 빠른 회전력으로 인해 온도가 높은 총알이 닿으면서 수증기가 발생했다. 처형인의 젖은 손수건에 저격수의 총알이 움직임을 멈춘 채 있었다. 처형인은 저격수가 발사한 총알을 젖은 손수건으로 잡은 낸 것이었다.


“말도 안돼.”


 처형인의 능력을 처음 본 사람들의 행동은 대부분 같았다. 총알을 잡는 사람의 모습이 어디 흔한가.


“뜨거워서 그렇지 총알 따위를 무서워 할리가 없잖아.”


 그랬다. 손수건을 물에 적신 이유는 뜨거운 총알을 잡기 위함이었다. 


“과연 대단해. 처형인 씨.”


 안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일을 맡기 전에 있었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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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 토터스 자료 국.


“뭐라고요? 저보고 파워 팀에 직접 지원을 가라고요?”


“내 말을 잘 들어보세요. 안나. 파워의 어턴(Autumn) 팀장이 자료로 보낸 사진을 보면, 타그니토 암스트롱이 확실해요. 우리는 그와 꼭 접촉할 필요가 있어요.”


 그녀 앞에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토터스(Toters) 자료국장 이었다. 이름은 필립 블랙타이거(Philip Blacktiger) 였다. 한 번 말한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상대에게 계약 시키는 방식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말이 씨도 안 먹힐지 알고는 있었지만, 찔러는 보자는 식으로 대꾸했다.


“전 이제 겨우 1년 된 신참이라고요. 제가 뭘 알겠어요?”


“그러니까 가라는 거예요. 게다가 당신은 파워 팀에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요. 당신만큼 이 일에 적당한 사람도 없어요.”


 블랙타이거가 턱살을 출렁이며 이 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핑계거리가 떨어진 안나는,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제가 졌어요. 가죠. 갈게요.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요?”


“뭔가요. 안나양.”


블랙타이거가 웃음지어 보이며 물었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인가요? 처형인 말이예요.”


“처형인 조혜근 말인가요?”


“이렇게 무서운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면 필시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서요.”


“무서워 하지마세요. 그 사람도 사람일 뿐이예요. 단지 우리와 다른 사고를 할 뿐이죠. 그 사람의 정신은 너무도 강해서 신체 능력마저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 인간 몸의 힘은 ‘고통’ 이라는 제어장치에 의해 억제되어 있을 뿐’ 말 들어는 보셨죠? 이 유명한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예요. 그는 그 ‘제어장치’ 를 자유자재로 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죠.”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고 나아가 발전시킬 수 까지 있다. 이것이 처형인 조혜근의 사고방식이었다. 안나는 그 말을 떠올리고 그를 다시 쳐다봤다. 하지만, 총알을 잡는 모습을 직접 본, 안나의 머릿 속엔 이해가 됐다는 생각보단, ‘괴물’ 이라는 단어만이 생각날 뿐이었다.


뚜두둑. 


“아아악”


뼈가 절단되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소리도 함께.


“말할게. 말할테니 제발 이러지마.”


 처형인은 이미 저격수를 잡은 상태였다. 5발을 발사하면 장전해야하는 사냥용 라이플의 특성상 저격수가 쏜 첫 5발이 명중하지 못하자, 그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도 못한 채 잡히고 말았던 것이었다.


“우릴 왜 공격한 것이지?”


“그냥 돈이 없어서 강도짓이나 해보려고. 아아악.”


 그의 왼팔이 다시 뒤로 젖혀졌다. 정상적으로는 휠 수 없는 동작이 되자, 저격수는 고통스러워했다. 관절이 빠져 신경을 건들었기 때문이었다.


“웃기지마. 한 발에 600달러나 하는 총알로 겨우 강도짓?”


 처형인은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번엔 다리의 뼈를 몇 개 부러뜨릴 심산이었다. 저격수는 처형인이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 예상했다. 그는 고통에 못 이겨 입을 열었다.


“타그니토. 타그니토가 시켰어. 너흴 죽이라고.”


“오호라. 이제 그 이름이 나오시는 구만.”


 드디어 그가 찾는 이름이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는 어디에 있지?”


 중저음의 목소리가 저격수의 귀를 타고 뇌에 전해졌다. 저격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죽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상태였으니까.


“마...마드리드. 마드리드에 있어.”


“뭐 하러 거기에 간거야?”


“모... 몰라 난 단지 너희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았을 뿐이야.”


 처형인은 저격수를 잡고 있던 손을 놨다. 들을 만한 정보는 이미 다 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상은 알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됐어요? 괜찮아요? 다친 덴 없어요?”


 무사히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그에게 안나가 소리쳤다. 차 뒤에 숨어서.


“없어.”


“저격수는요? 숨통을 끊어놨어요?”


“무슨 여자가 그렇게 잔인해?”


“우릴 죽이려 했잖아요. 우린 죽을 뻔 했어요. 살인미수라고요.”


“그래서? 우린 안 죽었잖아.”


“……그렇긴 하죠.”


안나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부르르릉. 

처형인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어디로 가요?”


“마드리드.”


“거긴 왜요?”


“잡아야지.”


“저격수에게 뭔가를 알아냈군요?”


 일행은 이제 마드리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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