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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 '채식주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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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KSPO MAGAZINE>의 '스포츠 헬시' 코너에 고정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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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 ‘비건(Vegan)’

채식주의를 논하다.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비건(Vegan)’ 열풍이다.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보편적 단어인 ‘비건’은 이제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식은 물론 화장품, 옷에도 ‘비건’이 붙는다. 더이상 비건은 단순히 채식을 섭취하는 식습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동물성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하나의 라이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별종으로 취급되었던 채식주의자들은 이제 당당히 자신만의 신념을 밝히며 비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삶의 기준을 채식에 두고 실천하는 비거니즘. 오늘은 비건 라이프에 대하여 알아보자.



왜 ‘비거니즘(Veganism)’인가?

더 이상 비건은 음식으로만 분류되는 채식주의가 아니라 건강한 가치를 추구하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비거니즘의 핵심 가치에는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 포함된다.

먼저 지구를 고통에 빠뜨리는 온실가스의 출처를 살펴보자. 흔히 수많은 자동차, 거대한 트럭,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놀랍게도 지구를 병들게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은 육류 소비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육류와 부산물의 생산과정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마어마한 온실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 소의 사료를 만들고 먹이며, 나의 식탁까지 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약 3시간동안 질주하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고기와 유제품을 적게 먹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동시에 식용을 목적으로 가축들을 가혹하게 키우는 문제에 대한 죄책감 역시 가벼워질 수 있다.


채식 위주의 비건 라이프가 건강에 이로운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꾸준한 채식은 혈관 속에 쌓여있는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심급경색이나 협심증을 예방한다. 또한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결장암, 위장암 등의 암 발생률을 줄여준다. 칼로리가 낮은데다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비건 식단은 다이어트 효과와 얼굴색이 밝아지는 뷰티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극단적인 채식은 단백질, 철분, 칼슘, 비타민D, 엽산 등의 영양소 결핍으로 이어져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건강한 비건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잡곡류로 탄수화물을, 콩류로 단백질을, 견과류로 지방을 섭취하며 필요하다면 영양제도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채식만 한다고 영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육식을 한다고 영양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어떻게 먹느냐가 관건이기에 자신의 신체 컨디션에 맞는 융통성 있고 현명한 식단 구성이 지속적인 비건 라이프의 핵심 포인트다.



입문자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넓은 스펙트럼

채식에도 섭취 가능한 육식의 범위에 따라 세심하게 단계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ism)’은 대부분의 식단을 채식으로 구성하며, 공장식으로 사육된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논란되고 있는 육식섭취에 대해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갖고 윤리적인 식습관에 신경 쓰고 있다면 플렉시테리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페스코(Pescetarianism)’는 먹을 수 있는 비건 품목에 어류와 해산물, 달걀, 유제품을 포함하며 ‘세미 베지테리어니즘(Semi Vegetarianism)’ 은 육류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자유롭게 먹는 사람이다. 페스코와 세미 베지테리어니즘 정도가 채식 입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락토-오보(Lacto-Ovo)’는 비건을 추구하지만 계란과 유제품까지는 허용한다. 계란, 우유, 치즈, 버터, 크림, 요구르트 등은 올바른 생산과정을 거쳤다는 전제하에 자유롭게 먹는다. 채식주의자 가운데 이 락토 오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채식을 하면서 가장 문제시 되는 부족한 단백질 섭취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우 비건(Raw-Vegun)’은 생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식을 가열조리 하지 않고 자연 상태 또는 말려서 먹는다. 다음은 순수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ism)’이 있다. 말 그대로 동물에서 나오는 모든 음식을 금한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거부하고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섭취한다.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소스에도 동물성 색소 등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마지막으로 채식주의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프루테리언(Frutarianism)’이다.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극단적인 식습관을 고수한다. 이들은 과일 중에서도 떨어진 과일, 즉 낙과와 견과류만 먹는다. 식물도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닌 떨어진 과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범주에 넣는다. 이러한 극단적인 음식 섭취는 여지없이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플루테리언은 아주 극소수만 존재한다.


이러한 비건 단계를 마치 채식 실력을 분류하는 기준표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기준보다는 채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마음 편히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지침 정도로 보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커다란 움직임

채식주의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채식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채식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있으며, 식품업계는 앞 다투어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콩, 버섯, 견과류, 호박, 글루텐 등을 이용해 만든 ‘대체 고기’는 ‘식물성 고기’라고 불린다. 이 대체 고기의 맛과 식감을 어떻게 진짜 육류처럼 구현할지 그 기발한 레시피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 역시 동물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옷, 운동화 등 이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까지 비건 열풍이 닿고 있다. 사람들은 기꺼이 이 ‘착한 제품’에 소비에 동참한다.


정신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비건을 실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식단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적 소비로 지구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미니멀 & 슬로우 라이프로 삶이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며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비건이 절대적으로 옳은 라이프 스타일이며, 무조건적인 강요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식습관을 넘어서 생활 습관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기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건강한 사회를 기대해본다.






*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KSPO MAGAZINE' 6월호에 연재한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P.32-35)

http://www.kspo.or.kr/popup_contents/webzine21/2022/202206/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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