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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매거진 / 6월] 샐러드 전성시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과 식사 약속을 하고 메뉴를 정할 때면 샐러드가 선택지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샐러드로 ‘배를 채운다’라거나 ‘돈을 내고 샐러드를 사 먹는다’는 개념이 어색하기만 하던 과거에 비하면 놀랄만한 변화입니다. 사무실에서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는 일명 ‘오피스 샐러드 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건강식을 원하는 직장인의 니즈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샐러드 시장의 공급이 잘 맞아떨어진 재미있는 현상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식단인 샐러드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MZ세대까지 비건 열풍이 불면서 채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샐러드 시장은 식품 외식업계의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샐러드 전성시대’입니다.


샐러드의 어원이 라틴어 ‘살라트 (Salat, 소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고대 로마에서 생채소를 먹을 때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려 먹은 것에서 지금의 샐러드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샐러드라고 하면 으레 최소한의 토핑, 담백한 드레싱으로 구성된 심플한 샐러드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메인 메뉴보다는 사이드 메뉴나 에피타이저의 개념으로만 인식되었죠.


하지만 최근 샐러드는 맛도, 모양도 그리고 그 위상도 바뀐 지 오래입니다. 소고기나 닭가슴살, 과일 등 다양한 토핑들이 샐러드 위에 푸짐하게 얹어집니다. 메인 요리용 그릇보다 더 큰 사이즈의 샐러드 볼에 플레이팅 되기도 하며 한 그릇을 다 비우면 웬만한 한 끼 식사만큼 배부른 포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올라갔지만요. 이제 더 이상 샐러드는 식전에 가볍게 즐기는 에피타이저나 메인 메뉴를 빛내주는 사이드 음식이 아닌,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가벼우면서도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Pig in the garden)’을 발견하면 얼마나 반갑던지요. 맛있으면서도 균형 잡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채소, 다양한 토핑, 맛을 살리는 드레싱의 조합으로 수십 가지의 샐러드 메뉴가 탄생하는 걸 보고 있자니 샐러드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구나하고 새삼 놀라게 됩니다. 좋아하는 채소와 토핑은 추가하고 선호하지 않는 재료는 뺀 나만의 맞춤 샐러드. 어쩐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이자 선물 같은 생각에 몸과 마음까지 싱그러워집니다.


샐러드만큼 자유자재로 레시피를 변형할 수 있는 메뉴가 또 있을까요. 들어가는 채소의 종류만 바뀌어도 그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야들야들한 어린잎을 넣으면 식감이 부드러워 다른 재료들과의 하모니가 좋고, 치커리처럼 향이 강하고 센 채소를 넣으면 함께 들어간 재료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지죠. 지금부터는 나라별로 고유한 개성을 가진 대표 샐러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독일의 친근한 ‘감자샐러드’부터 살펴볼까요. 비록 아삭한 생채소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즐겨 먹는 엄연한 대표 샐러드 중 하나입니다. 독일의 감자샐러드는 삶은 감자에 식초, 겨자, 오일 등을 넣어 담백하게 먹습니다. 독일인들은 이 클래식한 감자샐러드는 소시지나 독일 대표 요리인 슈니첼, 양배추절임인 사우어크라우트와 함께 곁들어 먹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감자샐러드는 마요네즈와 계란이 듬뿍 들어간 레시피인데요. 이는 사실 미국식으로 변형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정마다 우유, 요거트, 생크림 등으로 부드럽게 농도를 조절하기도 하며 버터, 옥수수 콘, 햄 등의 재료 추가해 자유자재로 레시피를 변형하기도 하죠.


다음은 매력적인 비주얼의 ‘콥 샐러드 (Cobb salad)’입니다. 미국 요리사 ‘하워드 코브 (Robert Howard Cobb)’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샐러드는 다소 초라한 역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요리사 코브가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자투리 재료들을 한 그릇에 모아 만든 것이 콥 샐러드의 유력한 탄생설이기 때문입니다. 콥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는 정해진 것이 없지만 보통 색감이 뚜렷한 재료를 넣습니다. 빨간색의 토마토, 연두색의 아보카도, 검은색의 올리브 등 자연이 주는 화려한 색감의 식재료를 가지런히 그릇에 담으면 마치 무지개를 연상케 하는 샐러드가 완성됩니다. 덕분에 지금은 크리스마스나 손님맞이용 요리로 사랑받는 샐러드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태국의 전통 샐러드 ‘솜 탐 (som tam)’입니다. 아직 덜 익어 푸른빛이 도는 그린 파파야를 베이스로 라임의 짜릿한 신 맛, 피시소스의 짭짤한 맛, 마늘과 고추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진 샐러드입니다. ‘신맛이 나는 재료(som)를 빻은 것(tam)’이라는 뜻의 ‘솜 탐’은 생선이나 고기 요리와 먹으면 입맛을 돋워주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그린 파파야 대신에 비슷한 식감의 참외나 콜라비를 넣어 만들면 ‘한국식 솜 탐’이 완성된답니다.


마지막은 프랑스의 대표 샐러드 ‘니수아즈 샐러드 (Nicoise Salad)’입니다. 프랑스 니스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로 니스풍의 샐러드라고도 불립니다. 토마토, 삶은 계란, 앤초비, 참치가 메인 재료이고 드레싱은 비네그레트 소스를 뿌려줍니다. 니수아즈 샐러드의 핵심 재료는 참치입니다. 생참치를 겉면만 구운 타다끼 상태로 올려도 좋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는 참치캔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샐러드 모두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진 요리이다 보니 취향껏 변형시킨 우리 집만의 레시피도 존재하죠. 비교적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으니 집에서 만들어 보는걸 추천합니다.


샐러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수분 제거’입니다. 사실 샐러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맛없는 채소나 드레싱이 아닌 수분입니다. 채소의 물기가 드레싱을 분리하면서 입 안에서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맛으로 겉돌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샐러드 만들기의 첫걸음은 꼼꼼한 수분 제거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완벽한 샐러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사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스쳐 지나간 음식들은 많습니다. 잠깐 반짝하고 인기를 끌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런 음식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맛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내지만 대체로 자극적이거나 오래 즐기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샐러드는 지금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사랑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샐러드는 먹는게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화려한 요리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었죠. 그러나 이제는 샐러드도 맛있는 한 끼 식사이자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건강식이면서 맛까지 한층 더 다채로워진 이 무적의 샐러드는 앞으로도 한동안 견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지 않을까요? 샐러드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또 어떻게 우리 삶을 더 이롭고 맛있게 만들어줄지 기대하겠습니다.






                                                                                                                                                                                                                                                                            

* 본 글은 SPC매거진에 정기 연재중인 6월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spcmagazine.com/샐러드-전성시대_happy4_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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