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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매운맛 열풍'을 파헤치다 / 인터뷰 전문

               

* 아리랑 tv에서 방영하는 'What is' 프로그램 3화에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칼럼니스트로 인터뷰한 내용중 편집된 부분입니다.                                                
푸드 칼럼니스트, 요리 연구가 이주현 



Q. 요즘 식품업계에서 매운맛 제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를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지?

A. 가장 먼저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증가를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에 앞서 매운맛이 주는 중독성 강한 특징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대표적인 맛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 있죠. 이 네가지 맛은 혀의 미각세포에 의해 입 안에서 곧바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매운맛은 혀의 통각을 자극합니다. 이 통증이 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되는데요. 우리 뇌에서는 통증이 일어났다고 착각하고 이를 상쇄시키기 위한 호르몬인 엔돌핀, 아드레날린 등을 분비합니다. 결국 매운맛으로 인한 고통은 금세 휘발되고 은근한 쾌감이 남는 거죠. 이러한 매운맛의 메커니즘이 교묘히 뇌를 속이는겁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안 좋을때면 뇌는 자연스럽게 매운 음식을 찾게 됩니다. 헬조선이라고 불릴만큼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대한민국에서 매운 음식을 끊기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두 번째로 꼽는 이유는 바로 'k-푸드'의 열풍입니다. 단순히 한국인만 매운맛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외국인부터 매니아층이 되어버린 외국인까지, 모두가 한국의 매운맛에 열광하고 있죠. 유투브, 각종 sns에는 매운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영상, 극강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자랑합니다. 이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실제로 따라 하는 챌린지 문화로 나타나고 있죠. 식품업계에서는 자사 제품이 저절로 홍보가 되는 셈이니 이러한 흐름을 타고 매운맛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겁니다.




Q. 언젠가부터 매운맛 매니아들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점점 더 매운걸 찾는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입맛도 변한걸까?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사실 매운맛 열풍이 부는 것도 한 몫을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좀 더 자극적으로 변한 이유도 있습니다. 점차 외식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배달음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점차 짜고 매운 맛에 길들여져 왔거든요. 이제는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은 맛이 없다라고 느끼는거죠. 이러한 현상은 특정 연령, 특정 성별, 특정 음식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역에 결쳐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오래전부터 먹던 전통음식까지 레시피가 변형되고 있는데요. 생선찌개에 들어가는 고추장 사용량만 살펴볼까요? 몇십년 사이에 고추장 사용량이 세배나 증가했죠. 이제 1큰술만 들어가서는 더 이상 맵다고도 맛있다고도 느끼지 않는 겁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고전음식인 갈비찜은 대체로 달고 짭잘한 간장 소스를 베이스로 만듭니다. 하지만 매운맛 열풍이 불면서 아주 매운 갈비찜이 등장하였고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맛에 열광했습니다. 기존 레시피에서 더욱 자극적으로 변형되는 것은 물론 아예 색다른 매운맛 레시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입맛 뿐만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겠죠.




Q 사회적으로 큰 변화나 위기가 있을 때
사람들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는설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연구가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매운 음식을 찾는다' 라는 말을 일반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매운 것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상당수 존재할겁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따지면 사회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와 아닐떄의 고추 소비량이 비례하지도 않았습니다.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공식처럼 일반화 시키는 것을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매운맛의 시대적 트렌드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떡볶이를 한 번 살펴볼까요. 매운맛의 떡볶이가 산업화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입니다. 그 때만 해도 보통의 매운맛 떡볶이가 대중화 되어 있다가 2010년부터 맵게 먹는 것으로 변화했고, 2012년쯤에 정점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는 매운맛의 정도를 세분화하고, 더욱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내기 위한 갖가지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이후부터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운맛에 열광하는 걸까요? 아닐겁니다. 결국은 매운맛이 반짝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매운맛은 존재했지만, 이 매운맛을 덜 찾거나 더 찾게 되는 시기가 존재할 뿐입니다.




Q. 일반적으로 매운 음식을 즐기는 국가들은 어디가 있을까요?
(나라와 대표 음식들을 예시로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외국의 매운맛으로 ‘마라’를 들수 있죠. 중국을 대표하는 매운맛 마라는 ‘맵고 얼얼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마라탕은 중국 사천 지역의 대표 음식입니다. 이 마라소스의 매운맛이 한국의 매운맛과 다른 점은 입 안 전체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에 있습니다. 마치 치과에서 마취를 한 것처럼 입과 혀 전체가 얼얼해지는 매운맛이 특징입니다.


또한 중국 사천지방의 샤부샤부인 '훠궈' 역시 한국에서 대중화된 매운 음식이죠. 사천 고추로 만든 고추기름이 들어간 육수에 소고기, 양고기, 두부, 채소등을 넣어 살짝 익혀 먹는 중국 전통 요리입니다.


한국인 못지 않게 매운맛을 사랑하는 멕시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멕시코에는 100여개가 넘는 풍종의 고추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매운 고추가 ‘하바네로’ 란 이름의 품종입니다. 이 하바네로 고추를 넣고, 초록색의 토마토로 만든 초록 빛깔의 ‘베르데 소스’는 멕시코의 매운 살사 소스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이열치열과 같이 더위를 매운맛으로 이기는 자메이카의 ‘저크치킨’도 빼놓을 수 없는 매운 요리입니다. 닭고기에 여러 고추와 대표 향신료를 입혀 구운 치킨 요리인데요. 몇 년 전부터 포브스 잡지에서 이 저크 치킨을 세계에서 가장 매운 음식 중 하나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반드시 최소 물 6잔과 함께 먹으라는 경고가 따라다니기도 한다고 합니다.)


인도로 넘어가보면 여러 커리 중에서도 ‘빈달루 커리’는 가장 매운 커리로 손꼽히는데요, 인도의 향신료에 아주 매운 고추를 넣고 만든 커리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인도의 매운맛으로는 탄두리 치킨도 있죠. 닭 표면에 매운 카이엔 고추, 강황 등의 양념을 바르는데 먹기도 전에 그 붉은색에서부터 매운 맛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2편에 계속)




                                                                                                                                            

<영상 다시 보기>

아리랑tv 'What is'  3화. 한국인은 왜 매운맛에 열광할까?                                              

https://www.youtube.com/watch?v=-kQ4b1AQN-Q

                                                                                                                                              <출연 Time Line>

18:35 한국인이 매운맛에 유독 강한 이유는?

19:40 해외에서 즐겨먹는 이색요리는?

22:40 매운맛 열풍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인터뷰 관련 포스팅>

https://blog.naver.com/mood_cook/22282086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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