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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매운맛 열풍'을 파헤치다 / 인터뷰 전문


아리랑 tv에서 방영하는 'What is' 프로그램 3화에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칼럼니스트로 인터뷰한 내용중 편집된 부분입니다.                                                
푸드 칼럼니스트, 요리 연구가 이주현 






Q.음식재료들이 갖고있는 다양한 매운 맛이 있는데
 (고추냉이, 마늘, 커리, 후추)
한국 사람들이 유독 고추(캡사이신)를 즐기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한국인의 고추장을 먹어야 힘을 내는 사람들이지요(ㅎㅎ). 후추, 마늘의 매운 맛은 기본 양념 정도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매운맛이란 혀 전체가 불타는 듯한 강도는 되어야 합니다. 후추는 코끝을 매캐하게 만드는 매운맛이 있고, 고추냉이는 코끝을 찡하게 감싸는 매운맛이 있죠. 하지만 고추의 강렬한 매운맛을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이는 문화적 특성과도 연관을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김치의 민족이죠. 요즘 시대만큼의 강렬한 매운맛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릴때부터 김치의 매콤한 감칠맛에 익숙해져왔습니다. 김치의 민족인 한국인에게 매운맛을 내는 대표 향신료를 뽑으라고 하면 99프로는 고추라고 답할 겁니다. 한국인이 고추를 처음 접하기 시작한 것은 대부분 임진왜란 이후로 알고 있지만, 삼국시대에 고추 농사를 지었다는 기록도 있고, 황희 정승이 검소한 밥상을 위해 고추에 된장만 찍어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DNA속에는 저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고추의 매운맛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로는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매운 향신료가 고추이기 때문입니다. 고추냉이, 커리, 후추 등도 지금은 많이 대중화되어 여러 요리에 사용되지만 사실 고추만큼 한식에 두루두루 쉽게 쓰일 수 있는 재료가 없습니다. 매운 맛이 입 안에서 오래 지속되고, 칼칼한 맛까지 나서 한식과 잘 어울리죠. 일식에 고추냉이, 양식에 후추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한식이 주식인 한국인이 고추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으로 왜 유독 한국인이
매운맛에 강하다고(좋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마늘과 쑥을 100일동안 먹으며 버틴 곰의 후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농담입니다^^)

고추로 만든 소스에 생고추를 찍어먹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을 겁니다. 매운맛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맵부심이란 단어까지 만들어낸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는 말처럼 매운 맛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인은 오랜 시간동안 식문화에서 매운맛을 접해 왔고 또 매운맛에 익숙합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 라면, 닭발, 떡볶이 등은 대부분 다 매운맛이 주를 이루죠. 한국인에게 마음의 평화와 매운맛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매운맛의 특징 중 하나가 매운맛에 자주 노출될수록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매운 맛을 많이 맛볼수록 매운맛에 역치(맛을 느낄 수 있는 최소농도)가 더욱 높아지는거죠. 이제 약간의 매운맛으로도 ‘맵다’라고 인지 못하고 더 높은 강도의 매운맛을 찾게 됩니다. 매운맛이 매운맛을 부르는거죠. 한국인은 오랜 기간 동안 매운맛에 단련되어 온 민족입니다.


맵고 뜨거운 국물을 먹고 난 뒤에 ‘으,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이 고통스러운 매운맛을 심리적인 시원함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늘 함께 하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불같은 성격도 매운맛에서부터 그 원동력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만큼 무엇이든 빨리 빨리 해내야 하고, 급격하게 발전해온 경제 강국이 또 있을까요. 저는 그 불같은 화끈한 성격도 바로 이런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성에서부터 온다고 봐요. 눈물콧물이 날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그 뒤에 느끼는 시원함. 그리고 나서 다시 치열한 삶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삶의 모습이 아닐까요.



Q. 매운맛을 즐기는 요즘 유행에 대해
연구가님의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사진 출처 : 아리랑tv 프로그램 'What is' )

A. 사실 저는 요즘의 이 유행이 너무너무 즐거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재미있지 않나요?!^^

매운 음식을 먹다 보면 어쩔땐 물과 우유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먹을 때는 내가 이걸 왜 먹나 싶다가도 나중에 결국 또 다시 생각이 나요. 이런 매운맛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어’ 하고 도전장을 내미는 여러 첼린지들이 나오고, 겨우 그 매운맛을 정복했다 싶으면  한층 더 강력한 매운맛의 제품이 나오고...그 소식들이 SNS에 올라오잖아요. 너무 매운맛의 음식이나 제품은 어떻게 하면 덜 맵게 먹을 수 있는지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하죠. 그 유명한 불닭볶음면의 경우에는 삼각김밥과 치즈를 함께 먹으면 덜 매우면서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로 공공연하게 뽑히기도 했죠. 기존에 나온 제품이 히트를 치면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레벨의 업그레이드 된 매운맛 또는 한 단계 낮은, 중화된 매운맛의 제품이 추가 출시되기도 합니다. 매운맛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셈이죠.


또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과 매운맛을 조합하면서 의외의 궁합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예전만 해도 누가 아몬드에 매운맛을 입힐 생각을 했겠어요. 매운맛이란 고기나 해산물같이 본연의 맛이 강한 음식에 양념을 덧입히는 개념으로 요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운맛 그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위한 레시피를 개발합니다. 되도록 담백하고,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음식을 골라 그 위에 매운맛을 입힙니다. 예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들이 속출하고 있어요. 매운맛의 국물 라면은 국물을 없앤 볶음 라면으로 신제품이 출시되고, 튀김옷이 노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빨간 고추맛의 튀김옷을 입은 너겟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매운맛이 단순히 미각을 뛰어넘어 시각적인 부분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거죠. 이는 모두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으로 인해 가능해진 현상입니다.


이제는 매운 맛을 즐기는 하나의 공식이 생기고, 매운맛 매니아층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매운맛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놀이로 자리 잡은거죠. 그리고 이런 것들이 SNS,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만 매운맛을 즐긴다면 아주 즐겁고 경쾌한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출연 영상 다시 보기>                                                                                                              아리랑 TV 'What is' 3화. 한국인은 왜 매운맛에 열광할까?

https://youtu.be/-kQ4b1AQN-Q                        

                                                  

<출연 Time Line>

18:35 한국인이 매운맛에 유독 강한 이유는?

19:40 해외에서 즐겨먹는 이색요리는?

22:40 매운맛 열풍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인터뷰 관련 포스팅>

https://blog.naver.com/mood_cook/222820861704











































                                              























<출연 Time Line>

18:35 한국인이 매운맛에 유독 강한 이유는?

19:40 해외에서 즐겨먹는 이색요리는?

22:40 매운맛 열풍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https://blog.naver.com/mood_cook/22282086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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