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맛있는 음식 인문학>
한국일보 오피니언 섹션에
매달 칼럼을 연재합니다.
31번째 칼럼 주제는 '사찰음식'입니다.
즐겁게 읽어 주세요 :)
Q: 평소 외식을 즐기는 A(65)씨는 최근 자극적인 음식 대신 건강식을 먹으려 노력 중이다. 인공조미료를 확 줄이고 담백하게 조리한 음식들로 밥상을 채운 지 2주차. 그러나 이내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지만, 영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맵고 짠 것,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진 A씨는 전처럼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다. 건강식 식사는 역시 어려운 숙제처럼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A: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식이 각광받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건강식단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인공조미료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우리 혀가 식재료 본연의 맛을 맛있다고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 그렇다고 당장 입에만 맛있는 음식에 계속해서 의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럴 때는 자연의 이치가 담긴 ‘사찰음식’이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절밥’이 대세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5월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사찰음식 축제도 열렸다. 흥미로운 점은 방문객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는 사실이다. 요즘 저속노화, 웰빙, 식생활 개선 등 건강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가 주목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찰음식이 새롭게 각광받는 분야임을 의미한다.
사찰음식의 핵심은 ‘생명 존중’과 ‘절제의 미덕’이다. 육류와 생선을 금하며,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오신채(五辛菜,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자극적인 5가지 채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도파민 분비가 미덕인 시대에 말 그대로 역행하는 식사법이다. 스님들에게는 식사 시간 역시 수행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사찰에서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스님들은 인공조미료 대신에 자연에서 얻은 천연조미료로 맛을 채운다. 버섯가루, 다시마 가루, 제피가루, 들깨가루, 날콩가루가 대표적이다. 이 천연조미료는 각종 사찰 음식에 풍미를 더하고 영양까지 채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씨처럼 건강식이 맛이 없어 고민이라면 다양한 천연조미료를 구비해두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천연조미료가 세밀한 맛을 채운다면, 음식 전체 맛을 좌우하는 역할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발효 양념이 맡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발효식품이 면역력 증진에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사찰음식은 해외에서도 건강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식문화가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에 눈을 뜬다면, 사찰음식이 선사하는 이점은 명확하다. 밥상이 자연스럽게 저염, 저당, 저칼로리 음식으로 채워진다. 소금과 설탕의 빈자리에 건강을 해치지 않는 감칠맛이 은은히 배어든다. 덕분에 사찰음식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준다.
또 사찰에서는 백미보다는 현미를 먹고, 채소는 뿌리와 껍질도 남김없이 다 먹는다. 그러다보니 암과 만성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피토케미칼’ 성분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최근 열풍 중인 저속노화 조리법과 궤를 같이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찰음식에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지방은 어떻게 보완할까. 해답은 콩과 견과류에 있다. 콩, 두부, 들깨는 사찰음식에 빠질 수 없는 단골 식재료다. 사찰에서는 두부구이, 콩조림 등의 음식을 매끼 챙겨 먹는다. 견과류는 따로 간식으로 섭취하기보다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활용해 먹는다.
두부 토마토 무침
개운하고 청량한 맛을 내는 두부요리다. 먼저 두부 80g을 깍둑 썰기한다. 방울토마토 5개를 반으로 썬다. 견과류는 다져서 준비한다. 냉채 양념은 간장 1.5큰술, 식초 1큰술, 매실청 1큰술, 설탕 1큰술을 넣고 섞는다. 준비한 재료와 양념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기호에 따라 고수나 바질 등의 허브를 올려 완성한다. 미리 만들면 토마토에서 물이 나오니 주의한다.
두부 버섯 냉채
두부 100g을 납작하게 썬다. 소금을 뿌려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한 김 식힌 후 길게 썰어 놓는다. 만가닥 버섯 30g을 센 불에서 소금 간을 하여 볶는다. 미나리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무침 양념은 간장 1.5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올리브오일 1큰술, 통깨 1큰술을 넣고 섞는다. 두부 위에 만가닥 버섯과 미나리를 올리고 양념을 끼얹어 완성한다. 만가닥 버섯 외에 다양한 버섯을 활용해도 좋다.
우엉 두부 잡채
당면 200g을 차가운 물에 불려 10㎝ 길이로 썬다. 우엉 반개를 5㎝ 길이로 얇게 채썬다.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우엉을 볶다가 간장 1큰술, 채수 1큰술 넣고 숨이 죽게 볶는다. 두부는 얇게 저며 들기름에 노릇하게 지진 다음 5㎝ 길이로 얇게 채썬다. 팬에 채수 2분의 1 컵, 간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조청 2큰술을 넣고 끓으면 당면을 넣고 볶는다. 그릇에 당면, 우엉, 두부, 참기름, 통깨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칼로리를 더 낮추려면 당면의 양을 줄인다.
불가에서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을 중시한다. 음식이 곧 약이자 의술이라는 가르침이다. 당뇨와 혈압 등 생활습관 질환으로 고생하는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을 먹더라도 마음이 정돈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의 몸과 마음까지 치유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한 끼의 식사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까지가 사찰음식의 완성임을 잊지 말자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칼럼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5.7.2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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