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종이 즐겨찾던 여름 보양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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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맛있는 음식 인문학>
한국일보 오피니언 섹션에
매달 칼럼을 연재합니다.

32번째 칼럼 주제는 '보양식'입니다.
즐겁게 읽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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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da15493-d96a-4faf-bad1-8b8ccfad6321.jpg 전복초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 제공)



Q : 65세 여성 A다. 요즘 찌는듯한 무더위에 맥을 못 춘다.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없고 잘 먹지를 못하니 늘 기운이 없다. 남들은 이럴 때 보양식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다던데, 매년 먹는 고만고만한 보양식에도 딱히 눈길이 가지 않는다. 아직 여름이 끝나려면 한참이나 남은 이 시점, 입맛을 살릴 음식은 없을까.


A : 우리 선조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을 동일시 여기곤 했다. 특히 왕의 밥상에는 온갖 귀한 음식과 산해진미가 올라갔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 그는 즐겨 먹는 음식도 남달랐다. 무더운 여름, 약이 되는 보양식이 필요하다면 세종의 수라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소문난 고기 애호가였다. 아버지 태종 이방원은 “주상은 젊은 시절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는 걸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하들 또한 “전하께서는 평소 고기가 없으면 수라를 드시지 않으셨다”고 했을 정도. 그의 유별난 고기 사랑을 알 수 있는 일화 역시 여럿 있다. 세종은 본인 기준으로 소고기가 최고의 음식이라 생각하여 나이든 신하에게 소고기를 하사했다. 이빨이 허약한 신하가 소고기를 잘 먹지 못하자 세종은 앞뒤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서운해 했다고 한다. 잔칫상에 고기가 적게 올라오자 관계자를 문초한 기록도 있다. “나를 능멸하는 게냐!”며 성을 낼 정도였다고 하니 고기를 향한 그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그가 유일하게 고기를 안 먹던 기간이 있었다. 유교 예법에 따라 큰아버지 정종의 초상 때는 채소만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이를 본 아버지 태종은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매우 놀랐다고 한다. 아들이 금육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게 아닐까. 그토록 좋아하던 고기를 참아야 하는 아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는지, 훗날 태종은 “내가 죽었을 땐 (세종이)고기를 드시게 해라”라는 유언을 주변에 남겼다.


소고기는 예로부터 몸에 좋은 약재로 여겨졌다. 어의(御醫) 전순의가 지은 <식료찬요>를 살펴보면 소고기를 먹으면 속이 따듯해지고 기운을 북돋우며, 비위를 기르고, 골수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도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소고기는 성장기 어린아이부터 회복기 환자, 노인까지 모두가 섭취해야 할 양질의 음식이기도 하다. 근육 손실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중장년층이라면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baf76388-3c74-4612-a48b-9cb44dd62d18.jpg 표고버섯 소고기 완자찜 (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 제공)


무더운 계절 기력을 보충시켜주는 소고기 요리로 ‘표고버섯 소고기 완자찜’을 소개한다. 다진 소고기200g에 다진 양파 2분의1개, 다진 마늘 3큰술, 전분가루 5큰술, 소금, 후추를 넣고 완자를 빚는다. 냄비에 양배추를 깔고 소고기 완자를 얹고 물을 넉넉히 넣어 10분간 끓인다. 소고기 완자가 얼추 익으면 채 썬 표고버섯 3개, 채 썬 양파 2분의1개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여기에 간장과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채우면 완성이다. 맑고 담백한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데운다.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먹고 나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며 몸 전체에 기운이 올라온다.


세종은 매 끼마다 고기를 배불리 먹고 자리에 앉아 글만 읽고 정사를 돌보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보니 신하들이 운동을 권할 만큼 비만이었다. 40대부터는 당뇨를 앓아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런 세종을 위해 그의 아들 문종이 가져온 특별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전복’이었다.


“아들 문종이 전복을 직접 썰어드리자 세종이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구절이다. 과거에 전복은 구하기 매우 어려운 귀한 음식이었다. 전복 껍데기는 눈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석결명(石決明,눈을 밝게 해주는 딱딱한 물질)’이라 불렸다. 문종이 직접 전복을 공수하여 손질까지 마치자, 세종은 아들의 효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세종처럼 당뇨를 앓지 않더라도 무더운 여름 전복을 보양식으로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복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근육 생성과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부족한 기력과 영양을 채워줘서 회복기 환자에게도 더 없이 좋은 음식이다. 전복의 비타민B12와 아연은 면역 세포를 활성 시켜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항산화 물질은 염증 반응을 완화시키며 피부 미용에도 아주 좋다. 마지막으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니 체중 조절 기간에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착한 보양식이다.


1.%EB%A9%94%EC%9D%B8_%EC%A0%84%EB%B3%B5%EC%B4%88.jpg?type=w966 전복초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 제공)


무더운 계절 먹기 좋은 전복 요리로 ‘전복초’가 있다. 식재료에 양념한 간장을 넣어 윤기 나게 볶은 음식을 ‘초(炒)’라고 한다. 전복초는 궁궐 안에서 많이 만들었던 음식으로 ‘전복숙’ 또는 ‘전복숙장아찌’라고 불리기도 했다. 예로부터 왕이 먹던 귀한 보양 음식으로 지금은 고급 폐백 음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1924년에 지어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 “마른 전복을 불려 얇게 저며서 진간장과 기름과 꿀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조려 만든다”라고 전복초 조리법을 소개했다. 전복 뿐만 아니라 황육, 해삼, 문어, 홍합 등을 넣어 같이 졸이기도 했다. 특히 전복과 소고기를 같이 먹으면 칼슘과 인의 섭취가 조화를 이뤄 자양강장 효능이 배가 된다.


가정에서도 간단하게 전복초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전복 8마리 내장과 이를 제거한다. 조림 양념은 냄비에 물 800㎖, 간장 100㎖, 맛술 4큰술, 청주 3큰술, 설탕 3큰술, 청양고추, 생강, 통마늘을 넣고 끓인다. 체에 거른 양념 2분의1에 전복을 넣고 약불에서 졸인다. 농도가 되직해지고 윤기가 나면 불을 끈다. 잣, 대추, 고추 등의 고명을 얹어 완성한다. 도톰하게 저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위에 올려 먹으면 이만한 보약이 따로 없다.


조선시대에는 우금령이 내려져 소고기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전복 역시 해녀들이 잠수하여 깊은 바다에서 한 마리씩 채취해 와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임금님만 먹던 진귀한 음식을 지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수월하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수많은 보양식이 앞 다투어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소고기와 전복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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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이트에서 칼럼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5.7.30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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