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새해, 세 나라의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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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새해, 세 나라의 다른 이야기


“재료는 같아도 해석은 다르다”

떡국, 오조니, 탕위안에 담긴 문화적 인사이트


새해가 밝았다. 어느 나라든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1월 1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 한 구석에 각기 다른 소망을 품는다. 새로운 한 해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보내고 싶은 마음. 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새해를 맞이하는 ‘의례 음식’을 먹는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 1차적인 목표는 영양 섭취에 있다. 우리는 허기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먹을 것을 찾게 된다. 그렇게 생리적 차원에서 포만감을 느끼면 그 다음 음식의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음식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다. 한국인은 설날이 오면 정성스레 떡국을 끓여 가족과 함께 먹는다. 떡국이라는 음식은 이 2차적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표적 음식이다. 우리가 설날에 수고스럽게 떡국을 끓여 먹는 이유는 맛과 영양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되새기기 위함이다.


그렇다보니 각 나라의 새해 음식들은 자연스럽게 그 나라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녹아있다. 과연 한국, 중국, 일본의 새해 음식은 어떨까. 떡을 이용한 요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세 가지 요리로 발전했다. 세 나라가 각기 다르게 해석한 새해의 음식을 살펴보자.




한국은 설날 전통 음식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맑은 사골 육수를 기반으로 얇게 썬 가래떡을 넣고 끓인다.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가는 가래떡은 그만큼 오래 살기를 바라는 장수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래떡을 얇게 썬 떡 모양은 마치 과거 엽전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엽전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처럼 떡을 수북하게 넣은 떡국을 먹으며 재물운이 좋아지기를 염원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떡국은 나이와 직결된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 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국인은 설날(음력 1월 1일)에 떡국을 먹어야 정식으로 나이가 한 살 더 올라간다고 여긴다.

이외에도 떡국은 우리의 전통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낸 요리이다. 대체로 떡국은 흰 사골국물에 흰 떡들이 담겨 있고 그 위에 오방색의 고명이 올라간다. 우리는 예로부터 음양오행 사상에 기초하여 오방색을 중요하게 여겼다. 하얀색 계란지단, 노란색 계란지단, 초록색 고추, 빨간색 실고추, 검은색 김이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다섯 가지 색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떡국을 먹으면 더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한국인에게 떡국이란 맛, 영양뿐만 아니라 과학적 원리까지 담아낸 종합예술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일본의 새해 음식 ‘오조니(お雑煮)’이다. 오세치와 함께 먹는 일본의 대표 새해 음식으로 우리나라 떡국과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처럼 음력 설날을 지내지 않기 때문에 보통 새해 첫날에 오조니를 먹는다. 대개 맑은 국물에 고기, 채소, 떡을 넣고 끓여 만든다. 우리는 가래떡을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찹쌀로 만든 ‘키리모치’라는 일본 떡을 사용한다. 키리모치는 가래떡처럼 쫀득하기보다 마치 치즈처럼 쭉 늘어나는 식감을 갖고 있다. 국물로 사용하는 육수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관동 지방에서는 가다랑어나 간장 등을 이용한 맑은 국물을 사용한다. 반면 관서 지방에서는 한국의 된장국과 비슷한 미소 국물을 주로 사용한다.

오조니는 들어가는 재료가 굉장히 심플한 편이지만, 키리모치의 쫄깃한 식감과 국물의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지역에 따라 된장, 간장, 맑은 국으로 국물이 다르며 모치의 형태도 달라져서 지역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담긴 음식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오조니를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긴다.


마지막 중국의 새해 음식은 ‘탕위안(湯圓)’이다. 중국 역시 최대의 명절인 춘절(음력설)에 새해의 소망과 가족의 행복을 염원하는 음식을 챙겨 먹는다. 탕위안은 중국 남방 지역에서 춘절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탕위안(湯圓)의 ‘圓(원)’이 ‘완전함’을 상징하여 가족의 화합과 복을 상징한다. 한국의 떡국, 일본의 오조니와 달리 중국의 탕위안은 디저트형 스프로 볼 수 있다. 탕위안은 생강탕, 물, 술에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넣어 만든다. 집마다 새알심을 빚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깨, 땅콩, 콩 등의 속을 채우거나 아예 속을 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쫀득쫀득한 새알심의 식감은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빙수,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에 접목시키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한국의 떡국, 일본의 오조니, 중국의 탕위안은 모두 새해의 중요한 가치를 음식으로 형상화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들어가는 재료, 모양과 색, 이름에 담긴 의미 등 어떤 형태로든 가족 간의 화합, 행복을 상징하고 있다. 모두 찰기 있는 곡물 기반의 의례용 떡을 사용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이 세 가지 요리는 각국의 문화에 따라 완전히 다른 메뉴로 진화했다. 굽기, 삶기, 모양 변형 등 조리법에 변주를 줌으로써 색다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또한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각각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재해석한다면 얼마든지 차별화된 컨셉의 요리가 나올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세 나라가 해석한 새해의 한 그릇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적 인사이트가 흥미롭다.





* 26년도부터 한국외식업중앙회 매거진 <닮았지만 다른음식>에 매달 칼럼을 연재합니다. 1월호 칼럼입니다.

https://blog.naver.com/mood_cook/224159073063


** 이번 호는 마지막 과정에서 지면 디자인 이슈로 원고 분량을 줄여서 발행되었습니다. 원래 원고도 함께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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