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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표고버섯이 박힌 고기를 빼내버렸네!

원래 오리지널 레시피보다 더 맛있어서 아예 대체 재료로 레시피를 바꿔버린 적이 있다. 이 주객전도 된 상황의 주인공은 바로 ‘표고버섯 깐풍기’이다. 지글지글 튀긴 고기를 매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깐풍기를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중국집에 가면 탕수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깐풍기를 떠올려보자. 과연 고기 대신에 표고버섯으로 그 당당한 위엄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부터 든다. 이것이 평소 표고버섯 깐풍기 레시피를 볼 때마다 든 나의 생각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이 얼마나 편협하고 옹졸한 사고였는지...      


아마 그 날, 서늘한 베란다의 선반 깊은 곳에서 표고버섯이 무더기로 든 쇼핑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난 여전히 이 편협한 생각에서 못 벗어났을 것이다. 몇 달 전, 가까운 지인이 직접 농가에서 말린 표고버섯이라며 쇼핑백 가득 애정을 담아 건네주었다. 이 소중한 것을 잘 소분해서 보관해야지 하고 선반 안에 ‘잠시’ 넣어두었는데,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금세 기억에서 사라져 ‘잠시’가 무려 ‘몇 달’이 되고 만 것이다. 지인이 나를 떠올리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말린 이 표고버섯. 이 소중한 것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단 소리를 들을까 고민이 됐다. 그 때였다. 갑자기 바로 이 ‘표고버섯 깐풍기’ 레시피가 떠올랐다.      








표고버섯 깐풍기 

전분 가루를 묻혀 튀긴 표고버섯은 정말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식감이 예술이었다. 그 쫀득함과 바삭함이 내가 지금 표고버섯을 씹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 입 안에서 먹고 있으면서도 헷갈릴 정도였다, 고기와는 결이 다른 진한 감칠맛이 입 안 가득히 퍼졌는데, 그 특유의 진한 향은 어떤 고기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니 표고버섯 깐풍기는 고기 깐풍기를 대체하는 비건 레시피 정도로 그칠 수준이 아니었다. 고기가 있어도 일부러 표고버섯을 이용하거나, 표고버섯이 없다면 마트에 가서 사오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큼 강한 임팩트가 있었다.     




■ 필요한 재료

표고버섯 7개, 파프리카 1/3개씩, 양파 1/2개, 튀김가루, 전분가루, 물

*깐풍기 소스 : 다진마늘 1큰술, 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굴소스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물 5큰술 



■ 만드는 과정 

1. 튀김가루 3 :전분가루 2의 비율을 맞춘 후, 되직할 정도로 물을 섞어 튀김 반죽을 만든다.


2. 4등분한 표고버섯에 튀김반죽을 골고루 묻힌다.


3. 기름에 튀긴다.  두 번 튀겨야 바삭하다.


4. 손질한 채소를 기름을 두른 팬에서 볶는다.


5. 깐풍기 소스를 넣고 졸인다.


6. 튀긴 표고버섯을 넣고 재빨리 섞은 후 불을 끈다.







요리를 할 때 말랑말랑한 생 표고버섯 보다는 꼬들꼬들한 건 표고버섯을 추천한다. 더욱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표고버섯은 ‘숲 속의 고기’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햇볕에 말린 건 표고버섯은 정말 고기가 아닐까 싶은 식감이 난다. 게다가 표고버섯은 햇볕을 받으면 에르고스테롤 성분이 비타민D로 전환되어 비타민의 저장소가 된다. 표고버섯이 햇빛 샤워를 마치고 나면 많은 장점이 생긴다. 집에 생 표고버섯이 있고, 해가 쨍쨍하게 뜬 날이면 그 볕에 표고버섯을 말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이 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식품/요리 전문가 필진으로 기고한 10월 칼럼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리, 사진, 글 = 이주현)


https://blog.naver.com/nhicblog/22252062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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