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과 함께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화사한 계절의 불청객인 ‘춘곤증’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맘 때면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돋아나면서 자연은 경쾌한 생명력으로 가득 차곤 하죠. 그에 반해 우리 몸은 어쩐지 무기력해지고, 자고 또 자도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덩달아 입맛까지 없어지고, 기분이 센치해지면서 ‘봄을 탄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는 모두 춘곤증 증상의 일부입니다.
특히 점심을 먹은 직후에 춘곤증 증상은 정점을 찍습니다.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고개가 뒤로 휙 젖혀질 것만 같은 직장인의 모습. 정말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아찔해집니다. 올 봄에도 이렇게 춘곤증의 공격에 맥없이 당해야만 하는 걸까요?
춘곤증이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부적응 현상입니다. 봄이 되면 기온이 올라감과 동시에 우리 몸의 기초 대사량이 같이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활동량이 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 역시 증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생활 습관이 겨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에너지 요구량은 증가했는데 공급은 예전과 같으니 결국 우리 몸이 에너지 부족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춘곤증의 대표 증상인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 발생하는 겁니다. 결국 식상한 방안일 수 있겠으나, 충분한 영양 섭취와 건강한 생활습관이 춘곤증을 예방하는 최선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평소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정도 증가합니다. 이 때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요. 특히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비타민B와 면역력에 좋은 비타민C는 춘곤증 예방에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쌀의 민족인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은 편이죠. 그만큼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비타민B군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견과류, 잡곡밥 등을 통해 비타민B1을 섭취할 수 있으며, 봄나물인 냉이에도 비타민B1,B2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또한 봄처럼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충분한 비타민C 섭취 역시 필수입니다. 특히 신선한 과일 중에서도 봄이 제철인 딸기는 비타민C의 저장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귤의 1.5배, 사과의 10배에 해당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는데요. 하루에 6~7개만 먹어도 일일 비타민C 섭취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사실 과일을 챙겨먹는 것이 쉬운 일이면서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운 바쁜 직장인에게 과일은 끼니처럼 ‘필수’가 아니라, 기회가 될 때 챙겨 먹는 ‘선택’에 가깝죠.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기회는 의식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자주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 제가 권해드리는 방법이 바로 과일 음료입니다. 생과일주스나 스무디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비타민까지 섭취할 수 있어 효율적인데요. 특히 제철과일을 엄선하여 건강 음료를 만드는 '잠바주스(jamba juice)'는 이 맘 때면 더욱 자주 찾게 되는 곳입니다.
베스트 셀러인 ‘스트로베리 와일드’는 딸기가 가득 들어있어 춘곤증 예방에도 효과적이죠. 빨대로 한 입 시원하게 쭉 빨면 새콤달콤한 딸기 스무디가 잠든 몸을 시원하게 깨워주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식후에 커피 대신에 제철 과일로 만든 음료 한 잔을 손에 들고 가보는 건 어떨까요? 비타민 덕분에 오후 내내 밀려오는 춘곤증의 공격에도 끄떡없을 겁니다.
사실 피곤할수록 커피를 찾기 쉬운데 이는 춘곤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카페인 음료는 일시적으로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밤에 숙면을 방해하여 오히려 피로를 증가시킬 수 있거든요. 충분히 수면을 취하되 잠이 부족한 경우 오후 2시 이전으로 10~15분 정도 낮잠은 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점심 후 가벼운 산책, 관자놀이 등의 지압점을 눌러주는 것도 졸음을 물리칠 수 있어요.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가 중요합니다. 귀찮다고 아침을 거르면 두뇌 활동에도 지장을 받으며, 점심에 과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 졸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운동도 지나치게 무리해서 하기 보다는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가벼운 정도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봄이 되면 졸업, 취직 등 새로운 일이 시작되고 많은 변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희망찬 기대와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이 계속되기도 하죠. 그 때 받은 스트레스가 피로로 이어지면서 수면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추운 겨울 내내 경직되었던 몸이 따듯한 봄을 만나면 부드럽게 이완되는데요. 우리 마음에도 따스한 봄 햇살 한 조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각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꾸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만, 그럴수록 여유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삶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테니깐요. 다가오는 4월에는 새콤달콤한 비타민 충전과 함께 몸에는 생기를, 마음에는 넉넉함을 선물하여 생기 넘치는 봄날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 이 글은 SPC매거진 3월호에 기고한 칼럼으로, 전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