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실제 시급은 얼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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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공무원 월급. 궁금하신가요? :) 어디 소속되어있든 직장인은 사실 특별한 일 없으면 급여명세도 잘 안 열어보지 않나요? 저는 인터넷에서 공무원 월급이 갑자기 화제가 되면 궁금해서 가끔 제 명세서를 열어본답니다. ‘혹시 나 모르게 급여가 막 대폭 인상됐나??? 아니네….’
공무원이 얼마나 버는지 인터넷에 잘 나오죠. 각종 수당까지 자세히 분석 해놓은 글들도 보이더라고요. 블라인드 같은 사이트에선 공무원 월급을 놓고, 누군가는 거지 취급을 하고요. 누구는 세금 훔쳐 가는 도둑이라 하고요. 퇴직할 때까지 모으면 엄청 많이 받는 거라고도 하고요.
이 글에서 박봉이니 뭐니 그런 이야기는 안 하려고요. 공무원 월급은 정부 예산과 관련돼 이렇듯 다 공개되니까요. 그 금액이 많은지 적은지 판단은 각자 자신만의 기준으로 할 수 있겠지요.
누가 뭐라 하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내가 그만두지 않는 한 그 월급을 받을 거고, 그 월급으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죠. 대기업에 다니든, 중소기업에 다니든 월급 생활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머슴살이도 대감집이라지만, 이런 걸로 서로 싸워봐야 노예 족쇄 뽐내기밖에 더 될까요?
누칼협이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누가 거기 들어가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누가 그 땅을 주식을 사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이런 말이라면서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자영업이든, 그래요. 결국 내가 선택했잖아요.
이직하거나 창업하거나 그런 대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 우선 지금 하는 일을 당분간 계속할 생각이라면, 월급 많고 적음. 뽐내기 헐뜯기보단 내 삶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근 카후라는 유머를 봤어요. 웃기면서도 정말 맞는 말이다 싶었어요. 사람들은 ‘카드 쓸 거 다 쓰고 무슨 카후냐’는 말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저는 카후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카드를 쓰다 보면 실제로 월급 받았을 때 쓸 거 다 쓴 게 아니라 쓴 것도 없이 카드값만 소매치기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나요?
알아요. 물론 실제로는 다 내가 썼지요.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카드 명세서를 계산기로 하나하나 더해본 적 없는 분 있나요? 분명 우리가 결제한 건 1,000원, 3,000원이었잖아요? 근데 카드 대금 낼 때는 10억 막 이렇게 되는 느낌 우리 다 알잖아요??? 물론 그런 한도도 안되지만….
카드를 쓰다 보면 전달 결제 금액이 50만 원이면 다음 달은 단돈 100원이라도 늘어나게 되더라고요. 다음 달엔 50만 100원 이렇게요. 실제론 100원만 늘어나는 때는 있지도 않죠. 아무튼, 이렇게 카드 대금이 늘어나는 게 문제지요.
카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전통 경제학에서처럼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설정할 때의 이야기겠지요. ‘지난달에 내가 필요한 건 다 샀으니, 이달에는 카드 쓸 일이 없네.’처럼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 같은 책으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죠. 인간이 합리적 경제 주체가 아니기에 카후는 우리 개인 경제생활에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지난달에 카드 다 썼다고 이달의 핫딜에 초연한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시급 이야기를 하려다 좀 돌아왔네요. 카후보다 중요한 건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건 시급입니다. 최저임금이나 생활임금이 아닌 실제 시급이요. 여러분은 본인이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지 아시나요? 저는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실제 시급을 계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봉으로 통하는 공무원이라면 더욱 더요.
‘비키 로빈’이 쓴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에는 자신의 실제 시급을 계산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예요.
그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입거나 신지 않을 옷이나 신발을 구매하는 비용. 저 같은 경우는 구두나 정장이 되겠지요. 만약 한 시간씩 운전해서 출근한다면 주유비와 그로 인한 자동차 운행에 따른 차량 정비 비용 증가분.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서 술 먹지 않을 사람들에게 쓴 돈. 여기서 내가 친한 친구와 술 먹는데 쓰는 돈은 포함되지 않아요.
즉,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쓰지 않을 비용을 전부 계산 합니다. 평소 즐기는 커피가 아니라 직장 생활 때문에 사 먹는 커피까지요.
그리고 1년 동안 실제 통장에 찍히는 모든 종류의 급여 수입을 계산합니다. 성과금, 복지 카드 대금까지요.
1년 총급여 수입에서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뺍니다. 그리고 그 금액을 실제 1년 총 근로 시간으로 나눠가며 시급을 계산합니다.
근로 시간은 직장 때문에 사용하는 시간을 모두 포함해 계산합니다. 1년 동안 대략 회식에 참여하느라 쓰는 시간, 직장 동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시간까지요. 물론 정확하게 계산하는 건 힘들겠지요.
자세한 방법은 ‘비키 로빈’의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나옵니다. 월급쟁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조기 은퇴를 말하는 FIRE의 원조 격인 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은퇴를 조장하는 책은 아니고요. 돈을 시간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돈을 시간으로 보면 내 삶에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가 얼마를 받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제 ‘리얼 시급’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담배를 안 피우고, 모임으로 술 마시는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입니다. 1시간씩 출퇴근하는 동료들과 달리 저는 10분 이내 혹은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위치에 삽니다. 그렇기에 다른 동료들보다 시급이 분명 높습니다.
6급인 제 시급은 얼마였을까요? 2022년에 계산했을 때 17,789원입니다.
어느 날 평일 오후에 차가 고장 나서 고치러 갔어요. 돌아오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유명한 냉면집이 보이기에 들렀습니다. 혼자여서 만두까지 시키자니 양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자주 지나는 곳이 아니라 물냉면 한 그릇에 만두 한 접시를 주문했죠.
심심한 평양냉면에 만두 다섯 개를 먹었습니다. 영수증을 보니 17,000원이 찍혀있더라고요. 평소 같았으면 신경도 안 쓸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급을 계산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였어요. 제 마음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태가 됐습니다.
‘아, 내가 한 시간 일 해야 겨우 냉면을 먹을 수 있구나.’
사진: Unsplash의lucas Fa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