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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28. 2023

예상외로 공무원이 제일 힘들어하는 1시간은?

“아... 저 그냥 굶으면 안 돼요?”


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시리즈 전편 편하게 보기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이라는 점심. 그런데, 차라리 굶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휴식. 달콤한 이 시간. 왜 고통스러울까?     


고위직은

편식쟁이     


편식은 젊은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론 고 연차 팀장이나 과장님들 편식이 더 심하다.


그분들은 말한다. “나는 뭐 가리는 게 없어.” “아이고. 난 못 먹는 거 없어. 아무거나 먹어, 다 괜찮아.”     


“파스타 어떠세요?” “햄버거 괜찮으세요?”     


대답은? “국밥이나 먹으러 가지.”


심지어 한국인의 쏘울 메뉴. 돈가스도 안 드시는 분 많다. 더운 여름. 냉면이나 막국수도 안 드신다는 분 꽤 많다.     


그래. 남녀노소. 국밥 싫어하는 한국인이 어딨겠는가. 콩나물국밥,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생각만 해도 군침 돈다.     


문제는? 매일 국밥이다. 국밥집과 유착관계가 의심될 정도다.      


팍팍한 직장생활. 점심시간 잠깐.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전환이라도 해야 할 직장인. 기운 빠진다.


혼자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런 점심시간 갈등. 각자 혼자 먹으면? 문제없다. 국밥을 먹든, 샐러드를 먹든. 같이 먹기 때문에 괴롭다.


같이 먹으면 결국 상사 의견에 맞추게 된다. 본인이 전날 술을 마셔서 꼭 해장국을 먹어야겠다면, 혼자 먹으면 되지만 그럴 수 없다.


한 칼럼니스트가 혼밥하는 사람을 ‘짐승’, ‘사회적 자폐인’이라고 표현한 일도 있었다. 기성세대 한국인은 그만큼 ‘혼자’를 견디지 못하고 비정상으로 본다.


올 6월 이런 기사가 났다.     


“월 200 말단 공무원이 국·과장 식사 대접” 공직사회 여전한 ‘모시는 날’ 악습(일요신문, 2023.06.16.)


아마 그 칼럼니스트는 이런 일을 안 겪어봐서, 저런 말을 한 것 같다.


공무원 조직에서 특히 국장 모시는 날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장이 되면 보통 혼자 근무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성세대가 혼자 밥 먹는 걸 두려워한다.     


점심시간은

무급이다.     


공무원 아닌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팀점’ 대신 점심시간만이라도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 젊은 세대 삶은 팍팍하다. 유일한 휴식 시간. 게다가 무급인 점심시간. 먹고 싶지도 않은 메뉴를 돈까지 내며 먹고 싶지 않을 거다.


난 조직에서 딱 중간의 위치와 연차에 있다. 요즘 선배님들과 대화 하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게, 우리는 그게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살았잖아.’ 잘못된 조직문화가 새로운 세대로 인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점심시간이 무급이라도, 점심시간에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그때 일 안 하겠다는 직원은 없다.


아무리 미디어에서 Z세대를 희화화해도 그런 직원은 보지 못했다.


선배님들이 지내 온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무급인 점심시간은 이제 개인의 자유시간으로 주는 게 맞다.


그래도

변하고 있다


옷 좀 잘 입고 다니라고 조언해주셨던 내가 존경했던 면장님. 그분은 국장이 되시곤, 점심 모시는 문화를 없애셨다.


(“돈 들어도 옷 좀 사” ... 면장님의 인생 조언)     


비서께 여쭤보니 집에 가서 드시는 것 같은데, 언제나 조용히 나가셔서 잘은 모르겠다고 했다. 공직자의 바른 자세를 강조하신 선배님답다고 생각했다.


모든 공직사회가 그렇진 않겠지만, 저녁 회식도 사라지는 추세다.


인사발령 시즌이 되면 삼겹살로 1차 저녁을 먹고, 2차 전 직원이 노래방 가는 게 법률에 나와 있나 싶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떠나는 직원이 있어도 점심만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복날 개고기 먹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직원도 많았다. 사회 인식이 변하면서 직장에서 복날 개고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이렇게 절대 안 변할 것 같던 일들도 결국 바뀐다. 팀장이 먼저 팀원들에게 밥을 따로 먹겠다고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40대인 나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될까 봐, 점심을 건너뛰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떨 땐 커피에 빵 한 조각 먹고, 산책하고 싶을 때도 있다. 실제로 가끔 그런다.     


그런 때도 내가 밥을 먹지 않으면, 선배님이 혼자 드실까 봐 먹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Z세대에게 강요할 순 없다.     


점심은 온전히 자유시간인 게 맞다.



사진 출처 : 글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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