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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11. 2023

“오래가는 놈이 강하다” ... 공무원으로 남은 당신.

 “퇴사하지 않고, 오늘도 출근한 당신. 실패하지 않았다. 시시포스 형벌 같은 일상을 묵묵히 견뎌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뭔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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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퇴사.     


대 퇴사 시대. 공무원 아니라도 퇴사가 유행이다. 사유는 다양하다. 좀 더 좋은 공직이나 회사에 합격한 경우.


아예 다른 직종으로 전직이나 창업. 좋다. 인생의 방향을 내 손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언제나 멋지다. 

    

안타까운 일도 있다. 젊은 꼰대 때문이다. 저 연차 공무원들이 젊은 꼰대 때문에 힘들다며, 내게 하소연해서 알았다.


젊은 꼰대가 직원 하나를 퇴사시켰는데, 본인들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젊은 꼰대를 퇴직시키는 게 맞는데, 세상은 늘 피해자가 더 참고 산다.


일을 알려주지 않는 공직 시스템 때문에, 신입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전 글에 썼다.


앉아서 글을 쓰다가 갑자기 돼지 축사를 드나드는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2년마다 바뀌는 업무에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성장을 위해서든, 피하고 싶어서든, 코인이 대박 났든, 부동산이 대박 났든.     


아무튼, 퇴사는 계속된다.     


정말 대퇴사 시대고, 모두가 퇴사하는가?

결국, 활동적 소수.


퇴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조직원이 1,000명이면, 갑작스러운 퇴사자가 100명은 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예정에 없던 퇴사를 하는 사람이 제로였던 시대에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시대로 변화일 뿐이다.     


SNS시대. 고자극 시대다. 소수가 다수로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을 케이블 티비 프로그램에 빗대어 ‘화성인’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소수 특별한 사람의 모습이 모든 사람의 모습인 것처럼 묘사된다. 뉴미디어는 특별한 모습을 모두가 따라 하길 바란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 

    

퇴사시대가 별거 아니니 잘못된 임금 체계, 조직 문화를 내버려 두자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따로 있다.     


공무원 나무 심기,

무기력을 만들어내는 시대  

   

미디어는 물론이고, 최근엔 공조직까지 나섰다. 한 지역은 젊은 공무원이 떠나는 걸 막겠다며, 나무 심는 행사를 해서 조롱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그 시에선 작년에 10명이 퇴사했다고 한다. 그곳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총 공무원 수는 1,841명이다.      


모두 지나치게 퇴사자에 집중하고 있다.   

   

저 뉴스를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조롱하고 싶지 않다. 공무원 임금이나 인사 제도를 손볼 권한이 없는 지자체에서 생각해낸 정말 절박한 정책이었을 것이다.


남은 공직자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시도였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것이 남은 공무원들, 남은 직장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와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들은 말이다. 

    

‘능력 없는 사람들만 퇴사하지 않고 남았어요.’   


SNS를 비롯한 각종 뉴미디어. 조직의 대응까지 퇴사자에 집중되고 있다. 퇴사하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이고, 계속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실패자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지 마라     


공무원 X 같다는 이야기를 쓰는 게 유행이다. 이혼한 이야기가 재밌고, 퇴사한 이야기가 재밌고, 우울 배틀이 깊이 있게 느껴진다.

   

아무 일없는 가정생활, 출근해서 워드 치고 복사하는 일상, 큰 불행 없는 조용한 삶은 이야기가 되기 어려우니까. 그래야 재밌으니까. 클릭도 올라가니까 괜찮다.


그런데 그런 글을 쓰는 본인도 괜찮으신가? 퇴사하고 그런 글을 쓰는 건 좋다. 공무원 X 같아서 나왔다. 썰 풀어본다. 얼마나 신나겠는가.  

   

남아서 여기 X 같다. 남들 승진하는데 나는 못 한다. 아무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예술가이기라도 했지.


그렇게 혐오스러운 공무원을 계속 다니는 건, 삶을 갉아 먹는 것은 아닐까.     


오래가는

당신이 강하다. 

    

공무원은 지역 전출 제한이 있다. 그래서 다른 시청이나 군청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힘을 사용해 대도시나, 생활 여건이 좋은 곳으로 가는 사람은 늘 있다.      


남은 자들은 그런 것에 분노한다. 나는 분노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 준다.


“아우 갈 사람들은 빨리 가야 돼. 이왕이면 나랑 같은 행정직으로. 하하하. 그래야 승진 경쟁자가 줄어들지. 얼마나 좋아.”     


떠난 사람은 그곳에서 계급이 강등되기도 하고, 조직문화적으로 승진에서 늦기도 한다. 결국 오래가는 사람이 강하다.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한다. 조직을 혐오하면서까지 다니는 건 본인 자신과 조직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왜 떠나는지 정확하게 들어야 한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 조직도 제도도 문화도.    

 

무언가 바꿀 때는 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조직을 오늘도 굴려가는 것은 결국 남은 사람들이다.


퇴사하지 않고, 오늘도 출근한 당신. 실패하지 않았다. 시시포스 형벌 같은 일상을 묵묵히 견뎌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뭔가 해냈다.     


퇴사자만큼이나 당신도 성공한 사람이다.




사진: UnsplashTobias Mrz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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