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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31. 2023

공무원 1%, 12만 꿈을 조롱하지 마라

99%는 지금도 공직을 무던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돈 때문이든, 자신의 소명 때문이든.

우리 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든,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든.



브런치 매거진 ‘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서문



퇴직 열풍.


요란합니다. 언론 인터넷서.

 

공무원 전원 사표라도 낸 것 같습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젊은 공무원이 떠나는 걸 막겠다며 행사를 개최한 시청이 있었습니다.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그렇게 떠난 퇴사자는 전체 구성원의 1%도 안 됩니다.     


1%도 안 되니, 문제가 없다. 그런 말이 아닙니다. 공직이든 기업이든,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험난한 과정을 뚫느라 시간, 돈, 에너지. 많은 자원이 투입됩니다. 그러니 조기 퇴사가 발생하는 건, 개인과 사회 모두에 큰 손실입니다.


공무원이 좋으니, 계속 다니라는 말도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 세상이 되면서, 직업 다양성이 매우 증가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은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직장인 월급은 우습다고 하지요.

  

돈을 떠나 자신이 품고 있던 꿈을 펼치는 분들이 생겨났습니다. 공직을 어렵게 들어왔지만, 자신에게 더 맞는 꿈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그런 경험을 글로 쓰시는 분도 있습니다. 다양한 인생을 경험해 보겠다며, 공직을 그만두고 여러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입니다.


안정된 틀을 깨는 그런 분들을 보면, 경외감이 들기도 합니다.


공범.


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인터넷 플랫폼에 글 쓰는 현직 공직자들은 대부분 불평만 쏟아냅니다.


아무 대안도 없는 불평이 대부분입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척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바꿔 달라는 그럴싸한 의미 없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불평만 제기하는 현직자들도 결국 현재 조직 문화의 공범입니다.


공직 퇴사자들은 더러운 공무원 생활 썰을 풉니다. 공무원을 떠났지만 지박령처럼 계속 공직생활을 돌아봅니다.


더럽다면서, 그 과거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합니다.


Z세대의

열정.


저는 2008년. 9급 지방 행정직 공무원이 됐습니다. 면사무소 버스승강장 업무부터 시장님 비서까지 업무를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그 업무의 다양함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겉모습만 다를 뿐 모두 비슷한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덕분에, 6급인 제게 업무와 직장생활을 물어오는 20대 후대들이 있습니다. 젊은 그들은 한결같이 열정이 있었습니다.


초보 공직자라서 당연히 서툴지만, 배우려는 열정이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봤던 Z세대와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퇴사 열풍을 보며 제게 “저희는 능력이 없어서 퇴사 못 하고 남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이 퇴사 열풍으로 꺾이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게 무엇이든 묻는 직원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알려줬습니다. 후배들이 요청하면 공직생활 동안 작성했던 보고서 파일, 프리젠테이션 파일들을 상황에 맞게 정리해서 보내줍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식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후배들이 제게 묻는 건 늘 같았습니다. 저도 늘 같은 대답을 하고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주로 묻는 말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제 나름의 생각과 해답을 써나갑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3년 국가직 9급 필기시험 접수자 수가 몇 명인지 아시나요?


12만 명입니다. 숫자가 아니라 12만의 사람입니다.


공시생이라는 분이 퇴사 소식을 보며 심란했는데, 제 글에 힘을 얻고 간다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1%도 안 되는 활동적 소수의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부정적인 목소리는 인터넷에서 확산력이 넓지요.


99%는 지금도 공직을 무던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돈 때문이든, 자신의 소명 때문이든. 우리 사회 시스템을 지탱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든,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든.


공직 퇴사자 여러분, 소수의 불평 많은 현직자 여러분.


12만 도전자의 열정을 우습게 만들지 맙시다.


공시생 여러분. 공직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는 동료분들.


고민 끝에 공직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더라도, 그 결론이 다른 누구의 불평 때문이 아니었길 바랍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선택에. 단 한 명에게라도. 제 글들이 도움이 된다면 제 인생에 큰 보람이겠습니다.


☞ 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시리즈 전편 편하게 보기





사진: UnsplashJoshua Ear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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