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합격, 이른 학원

by 포리

면접을 봤던 두 곳 모두 합격했다. 한 곳은 6개월 계약직, 다른 한 곳은 1년 계약직. 고민이 되긴 했지만 기간이 짧아도 커리어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를 선택했다. 이전보다 연봉도 직급도 낮아졌지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설 연휴를 포함하여 3주 뒤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출근을 앞두고 보니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주중에만 처리할 수 있는 동사무소 및 은행 업무, 미리 예약한 아들 치과 검진이 생각났다. 출근하는 달에 이삿날도 잡혀 있었다. 3주 동안 바쁘게 다니면 방문해야 할 것들은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사도 회사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무급휴가를 받기로 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들의 겨울방학이 아직 한 달이나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달랑 피아노 학원 하나, 방과 후 수업 두 개를 다니는 아들은 학기 중에도 2~4시면 집에 왔다. 일찍 퇴근하면 6시 반이니까 11살짜리를 적게는 2시간 반, 많게는 4시간 반을 혼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마침 남편이 당분간 집에 있을 수 있었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는 건 부담스러워했다. 남편에게 점심 먹는 것까지만 챙겨달라고 하고 오후에는 아들의 학원 일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들, 내일 영어, 수학 테스트 있으니까 집에 5시까지 와야 해."
"테스트? 왜? 어디서?"
"엄마가 회사에 다니게 됐어. 그래서 이제 네가 문제집 푸는 걸 봐줄 시간이 없거든. 그래서 보니까 너네 피아노 학원 옆에 영수 학원이 있더라. 가까워서 다니기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먼저 간단하게 테스트를 본대."
"싫은데.. 꼭 봐야 돼?"
"응, 뭘 알고 뭘 모르나 보려는 거니까 부담 없이 봐봐."

내가 이력서를 쓸 때마다 불안한 눈빛으로 회사가지 말라고 하던 아들은 영 반갑지 않은 눈치였다. 엄마랑 매일 풀던 문제집은 30분이면 끝났는데, 이젠 두 시간으로 늘어난다니. 테스트 당일 책상에 놓인 젤리를 전부 먹어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학원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개별 수업이라서 좋아하는 티볼과 축구 방과 후 수업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엄마, 일단 한 달만 다녀볼게."
"좋아! 한 달 뒤에 다시 얘기하자."

아들은 7세가 되어서야 한글을 뗐고 선행보다는 현행과 복습이 더 필요한 아이였기에 가급적 학습 학원은 초등 졸업 후에나 보내고 싶었다. 예상보다 빨리 학원을 등록하게 되면서 사실 불안한 건 아들보다 오히려 나였다. 그렇지만 이제 아들도, 학원도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다가온 출근 전날 밤, 어떻게든 6개월만 버텨보자고 되뇌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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