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날부터 지각은 절대 안 된다. 경쾌한 알람 소리에 부리나케 일어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알람을 끄고 뭉그적거리며 유튜브를 열어볼 시간이었다. 세안을 하고 거울 앞에 앉았다. 얼마 전까지 잘 안 보이던 새치 머리카락이 어찌나 많던지.
'세상에.. 언제 이렇게 난 거야.'
급한 대로 유난히 삐죽 나온 흰머리를 몇 가닥 뽑았다. 오랜만에 출근하는 직장에서 '나이 때문에..'라는 핑계로 버벅대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흔 중반이라는 나이를 자꾸 의식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사에 가자마자 미리 안내받았던 인사팀에 먼저 들렀다. 테이블에 먼저 도착한 신입 직원이 앉아 있었다. 딱 봐도 대학을 갓 졸업한 앳되고 하얀 얼굴의 청년이었다. 직장에선 나이보다 직급이 먼저 아니던가. 나는 입사 동기가 있다는 사실이 내심 반가웠다.
"혹시 이번에 새로 오신..?"
"네, 국내사업팀에요."
"아 전 나눔커뮤니케이션팀에 들어왔어요."
서로 인사를 나누던 중에 각자의 팀으로 이동할 시간이 되었다.
내가 지원한 나눔커뮤니케이션팀은 4층에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모니터를 향하고 있던 여섯 명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재빨리 레이더를 굴렸다. 온라인 모금과 SNS를 관리하는 팀이라서 그런지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젊은 직원들이었다. 하물며 팀장님까지도..! 요즘 유행하는 밈도 모르는 내가 이들과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됐다. 자리를 배정받고 팀모임 시간을 가졌다. 각자 이름과 맡은 업무를 소개했다. 나이를 말하거나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 일만 잘하면 되지.'
팀 모임이 끝나고 면접 때 뵈었던 본부장님을 만났다. 회사 앞 커피숍에서 마주 앉은 그녀는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오실까 봐 걱정했어요!"
걱정했다는 말이 이렇게 감동적인 말이었던가? 그녀는 새로 구성된 우리 팀에 경력자가 꼭 필요했다며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 어딘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정말 있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벅차올랐다. 숨기고 싶었던 내 나이가 경력과 경험이라는 보석을 달고 반짝거렸다.
"We all have marks on our face. This is the map that shows where we've been and it's never, ever ugly."
"우린 모두 얼굴에 (주름을 비롯하여) 자국이나 흔적이 있어. 이 자국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지도 같은 거야. 그 흔적은 절대로, 절대로 추할 수가 없단다."
영화 <Wonder 원더> 엄마의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