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엄마도 도와줬어?

by 포리

비영리에서 모금 업무를 하다 보면 삶이 힘겨운 분의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게 된다. 나처럼 외부 모금채널을 담당하면 여러 타기관의 모금함의 사연도 마주하게 된다. 요즘엔 SNS 앱을 열 때마다 알고리즘의 인도로 비영리 콘텐츠와 광고까지 나를 반긴다. 그러다 보면 사연을 대하는 내가 무뎌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와.. 이 장면 어떻게 찍었지? 이 페이지 디자인 괜찮은데?'

딱한 사연보다 사례자를 마케팅적으로 어떻게 담아냈는지에 더 관심이 가고, 어차피 물리적으로 다 도울 수 없으니 그분들을 위해 모금하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자족하기도 한다.

산불 취재를 다녀왔을 때 아들이 물었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산불 난 지역에 다녀왔지. 불이 나서 갑자기 어려워지신 분들을 사람들한테 알려서 도와드리려고."
"그래서 엄마도 도와줬어?"
"어? 어...... 그래야지."

생각지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 않을 것을 했다고 할 수도 없고, 기부하는 곳이 이미 있어서 '이분들은' 돕지 않을 거라는 궁색한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지나가는 말로 한 질문인 것을 알면서도 신경 쓰였다.

'뭐, 20대 때는 누군가를 돕겠다는 들끓는 열망으로 일을 시작했었지.'

비록 지금은 월급을 받겠다는 마음 하나로 입사했지만. 그래도 아들에게 당당하고 싶은 엄마로서 작은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다만 당장 지출을 늘리지 않고 간단하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했다.

'콩을 모으자!'
내가 담당하는 외부 모금채널 중 하나인 해피빈에는 콩 기부라는 것이 있다. 콩 하나는 100원에 해당하는 기부금이 된다. 그 콩을 모으는 방법 중에 개인의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 있다. 글을 업로드하면 콩 한 개, 해피빈 광고 배너까지 클릭하면 콩 한 개를 더 받을 수 있다. 즉 블로그 글 하나에 최대 200원씩 기부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데 써보지. 뭐.'

그날부터 나는 인생 계획에 없던 블로거가 되었다. 막상 적다 보니 이렇게 할 말이 많았나 싶게 글이 길어졌다. 혹시 누군가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번 더 수정을 하고 덧대었다. 이왕 적은 글 아까우니까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도 공유했다. 그렇게 콩이 쌓이기 시작했고 내가 만든 모금함에 기부할 때마다 뿌듯함도 배가가 되었다. 이 글도 곧 100원어치의 콩이 될 예정이다.

아들은 그날 이후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기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당분간 소소한 기부의 즐거움을 누릴 생각이다. 요즘 엄마가 메모장에 뭘 자꾸 기록하는 건지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언젠가 얘기해주려고 한다. 덕분에 엄마가 따스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숟가락을 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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