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에 아기가 된 선호 씨

by 포리

나는 잔인하거나 무서운 영화는 거의 못 보는 편인데, 실제 사례자의 적나라한 아픔을 마주해야 할 때면 더 괴롭다. 선호 씨의 뼈 마른 사진을 처음 봤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마흔 중반을 넘어갈 즈음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의식을 잃었다. 몇 달 만에 눈을 떴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혼자 힘으로 먹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지낸 5년여 시간 동안 170cm가 넘는 그는 35kg에 불과할 정도로 여의었다.

선호 씨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 촬영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말은 못 해도 들을 수는 있기에 부모님이 인터뷰하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아버지의 울음 섞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기를 바랐다.

칠순을 훌쩍 넘은 연로한 그의 부모는 노인 단기 일자리를 다니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계셨다. 우리가 모금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기저귀와 의료비, 생계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것뿐이었다.

나는 사례자를 너무 불쌍하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선호 씨는 앙상한 팔, 다리만으로도 이미 자극적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캠페인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홈페이지에선 원본 그대로 오픈했지만,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외부 모금 채널에선 선호 씨 얼굴이 삭제되었다.

사진을 마주하는 것과 달리 외부 모금함을 위한 글을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도 사고로 병실에 누워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걷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타인에게 배변처리를 맡겨야 했던 시간이었다. 선호 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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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이 잘 안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많은 분들이 온정을 보내주셨다. 지난주엔 선호 씨 가정에 보낼 1차 지원금에 대한 기안과 지출결의서를 작성했다. 몇 달 동안은 기저귀와 의료용품을 걱정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남은 생애 동안 아들을 간병해야 하는 어르신과 선호 씨에게 이번 나눔은 어떤 의미가 될까. 내가 병원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을 때, 시누이네 식구들이 문병을 오면서 시골 농장에서 갓 수확한 딸기를 들고 왔다. 그때 입안 가득했던 딸기의 신선함과 달달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선호씨네 가정에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향기로운 시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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