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무명아기

by 포리

추운 겨울, 상가 화장실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됐다. 차가운 냉기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작은 생명체는 신속하게 신생아 중환자실로 보내졌다. 다행히 아기는 건강했다. 한편, 경찰에서 찾아낸 엄마는 아기를 키울 경제적 여력이 없는 외국인이었다.

엄마가 있음이 확인된 아기는 내가 캠페인을 맡은 생후 4개월이 되도록 이름이 없었다. 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도 고스란히 아기의 빚으로 남았다. 나의 역할은 부채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었다.

"혹시 엄마를 찾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유기아동/요보호아동으로서 이름도 생기고 백신접종과 병원비 등 의료 지원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담당자가 말했다.

맑고 큰 눈을 가진 작은 아기가 사진 속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기를 보면서 뒤집기만 해도, 걸음마만 해도 칭찬받던 아들 생각이 났다. 아기가 자신의 나라와 엄마에게 돌아가도 환영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캠페인 페이지에서만큼은 예쁨 받기를 바라며 환하고 귀엽게 꾸몄다. 그래도 아기의 상황은 설명해야 하는데 '버려졌다'는 날것의 단어가 어찌나 싫던지. 한 겹 눌러서 '유기됐다'는 한자어를 사용했다.

"분위기가 너무 밝은 것 같아요. 더 힘들어 보일 수 없나요? 단어도 더 쉽게 해 주시고요."

작업을 잘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내 바람과는 다른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어린 아기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집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그대로 하겠다고 우기고 싶었다. 그러나 모금엔 정답이 없고 내 직급은 낮기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끝끝내 사용하기 싫었던 단어를 사용했다.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울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괜스레 마음에 걸렸다.

꽃 같은 아가야, 네 삶이 존중과 사랑으로 가득하길 축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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