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아침부터 아들에게 인상을 썼다. 아침마다 아들에게 밀가루만 먹이는 것 같이 미안하던 요즘이었다. 아침부터 소고기를 굽고 버섯과 양파도 볶아서 얹었다. 고기라면 육해공을 안 가리던 아들이 씹는 내내 식감이 이상하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남은 출근 시간을 분단위로 체크해야 하는 아침이라서 더 예민해진 탓인지, 바쁜 아침에 수고한 마음을 몰라준 것이 서운해서였는지 나는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먹기 싫으면 그만 먹어. 엄마가 먹을 거야."
아들은 나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주눅 든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시간이 없어서 아들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어색하게 아들과 헤어진 후, 출근길 내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랐다. 안 그래도 일하느라 아들과 마주할 시간은 줄었는데 그 시간마저 잔소리로 채우고 있다니.
'이게 아닌데..'
회사에 도착해 내 자리에 앉았다. 평소처럼 하룻밤 사이에 같이 가치와 해피빈에 쌓인 모금액부터 확인했다. 몇 백 원, 몇 만 원,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목표 금액까지 한참 남은 모금함들. 일도 육아도 멋지게 해내고 싶은데 아침부터 fail 점수를 받은 기분이었다.
"응원합니다."
같이가치에선 댓글을 남기면 카카오에서 100원을 대신 기부한다. 그래서 기부자들이 흔쾌히 댓글을 남기곤 하는데 10명 중 8명은 '응원합니다'라고 가볍게 적는다. 사례자들을 향한 말임을 알기에 무심코 지나쳤던 응원이 오늘만큼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 ○○초 6학년 4반'
'좋은 날이 곧 오길..'
'회복하시길 기도할게요.'
'힘내요 파이팅~'
그중엔 진짜로 내게 남긴 글도 있었다.
'글 쓰신 분이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쓰신 게 느껴져서 울컥하네요..'
300개가 넘는 긍정의 메시지에 나의 경직된 기분도 슬그머니 풀렸다. 감사한 마음에 댓글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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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아들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엄마는 내가 좋아?"
"그럼."
"내가 왜 좋아?"
"너도 엄마가 좋아?"
"당연하지."
"너는 엄마가 왜 좋은데?"
"그냥 좋지. 엄마니까."
"엄마도 그래. 그냥 좋아."
아들은 기분이 좋은지 어제 엄마 몰래 했던 마크던 게임을 어떻게 공략했는지 어떤 무기를 얻었는지 신나게 늘어놓았다. 나는 글 쓰려던 것을 참고 고개를 끄덕이며 빛나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길게 눈을 마주친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들은 내친김에 게임 공략집을 만들겠다며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도 여유 있게 글을 적었다. 평안한 밤이다. 응원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