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의 맛

by 포리

8월에 대전 출장이 있었다. 아침 일찍 KTX를 타러 집을 나서려는데 남편이 역까지 태워주겠다고 한다. 역 앞에서 맛난 것을 사오라는 남편에게 적당히 얼버무리며 차에서 내렸다.

'카메라 가방만으로도 충분히 무겁다고..'

함께 출장을 가는 동료들과 촬영과 회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편과의 말은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막 도착한 대전역 기둥마다 한화 야구 선수들 얼굴이 붙어 있는 것 아닌가. '한화 팬인 남편이 봤어야 했는데.'

대상자를 만나 인터뷰와 촬영을 마치고 나자 돌아오는 기차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다. 동행했던 동료가 말했다.

"여기 성심당 유명한 거 아시죠? 사실 아내가 빵 사 달라고 했거든요. 바로 근처래요."
"저도 사 갈 생각이었는데."

평소의 나는 출장지에서 굳이 기념품이나 특산품을 챙기는 편이 아니다. 누가 산다고 같이 구매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가족을 챙기는 두 아빠 동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남편 생각이 났다.

남편은 요즘 일을 쉬고 있다. 본인도 가장 노릇을 하고 싶지만 좀처럼 일이 구해지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매일같이 중계되는 야구 경기가 그나마 낙이라면 낙이다. 답답한 일상 중에 소소한 기쁨이 되길 바라며 남편이 좋아하는 롤케이크를 집었다. 아들이 좋아할 법한 카스테라 비슷한 빵도 추가했다.


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빵 포장지를 열어 보았다. 롤케이크 빵 안에 흰 크림이 듬뿍 들어 있었는데 상큼한 과일 향이 은은하게 맴돌았다. 남편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니 빵집에서 줄 서서 기다린 보람이 느껴졌다. 이 기분을 남편도 곧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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