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그후
뜨거웠던 여름이 슬슬 뒷모습을 보일 듯 말 듯한 요즘이다. 지난봄에 진행했던 모금 캠페인들도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다. 어떤 대상자에겐 이미 모금액 전달과 지원이 마무리된 경우도 있다.
선호 씨에겐 웅크리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한 환자 침대가 생겼다. 집 앞에 도착한 기저귀와 일회용 매트, 환자 영양식 택배 박스 사진을 보니 앞으로 6개월은 생계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위해 같이가치 후원자들의 응원 댓글을 모아 편지로 만들어 드렸다. 아버님이 편지를 읽고 많이 우셨다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유기되었던 무명아기의 병원 빚은 모두 해결됐다. 아기는 건강하게 친엄마의 품으로 돌아가 진짜 이름이 생겼다. 담당 공무원은 무국적 아동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라서 도와줄 기관을 찾는데만 2박 3일이 걸렸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민재 엄마는 곰팡이와 낙서가 가득한 집에서 여름에도 선풍기 바람을 쐬며 혼자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모금을 통해 장판과 벽지를 깨끗하게 교체하고 에어컨도 설치했다. 인터뷰 때도 말이 거의 없던 그녀는 삶에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희망이 생겼다며 장문의 인사를 보내어 담당 복지사도 나도 놀랐다.
물론 모든 모금이 목표했던 것만큼 된 건 아니었다. 올해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민혁이의 학원비는 한 달 치도 모이지 않았다. 쪽방촌 독거 어르신 120명을 위한 여름나기 물품은 50명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화상으로 입원하여 병원비를 모금했던 민구 씨는 치료 기간이 더 길어졌다. 그럼에도 쌓인 마음과 정성은 하나같이 귀했다.
며칠 동안 후원자들을 위한 결과 보고만 여러 건, 각 채널에 맞춰 작성하는데 지루하지가 않았다.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보고를 위해 담당 복지사에게 더 많은 사진과 증빙 서류를 요청했다.
후원자들은 알까? 결과 보고 페이지마다 담긴 '감사'라는 단어에 겹겹이 쌓인 대상자의 안도와 복지사의 수고와 모금가의 희열을. 이를 통해 누구보다 후원자가 미소 짓길 바라는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