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에어'를 읽고, The Alchemist(연금술사)도 읽으면서
지난 4월, 연남동 서점 리스본에 들렀다가 처음으로 2층에 올라가봤다. 공간이 넓진 않았지만 한 쪽에 생일책 그리고 한 쪽에 가지런하게 꽂혀있는 수십권의 고전 소설들을 모아두기엔 충분한 공간. 언젠가 '제인에어'에서 발췌한 문장을 읽고 '멋지다, 근데 나는 아직 이런 유명한 고전을 읽어보지도 않았네!'라는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인지, 두툼한 '제인에어'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어떻게 해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고, 아무래도 내가 '여자'다 보니 이 책을 고른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읽어본 적은 없어도 어떤 소설인지는 알고 있었다. '시대에 맞선 당당하고 멋진 여성의 소설'. Chat GPT에게 30자 이내로 '제인에어'를 설명하라고 하면 이 표현도 틀렸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표현되기엔 내가 몰랐던 굉장한 디테일과 깊이를 알게되었고, 소설 속 인물에게 오랜만에 현실에 존재해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에어'가 가장 멋있다고 느낀 지점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이고, 행복하고, 좋다고 정립해놓은 통념(이 소설에서는 '참한 숙녀는 귀족 남자와 화려하게 결혼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게 행복하다'는 통념이라고 볼 수 있다.)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거절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세분화해보면 2가지 놀라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이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혼자서만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외부로부터 그 어떤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충분히 내재화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만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따라서 평소 스스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노출되는 사회 통념에 대해 '난 그렇게 느끼지 않아'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조차도 그렇다. 대학교를 졸업해서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야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어색하다'고 생각한 적은 잘 없다. 오히려 그렇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솔직히 불안함이 가중되었을 뿐이다.가끔은 '정말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제인에어 그녀의 마음가짐이 놀랍고 멋지다.
두 번째는 통념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그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더 어려운 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그러한 다른(그래서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할 확률이 높은)견해를 드러내는 것이다. 표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감내하는 것 또한 보통 일이 아니다. 제인에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기 자신이 동등한 관계이길 그리고 조건없는 진정한 사랑을 원했다.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그대로 행했다.
그리고 재밌게도 2가지 놀라운 점은 최근 읽고 있는 영문판 연금술사의 한 구절과 맞닿아 있었다!
"When someone sees the same people everyday, they wind up becoming a part of that person's life. And then they want the person to change. If someone isn't what others want them to be, the others become angry. Every seems to have a clear idea of how other peopel should lead their lives, but none about his or her own."
나의 직업 그리고 사람 관계에 대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아는 멋진 어른이고 싶다. 아직도 그걸 잘 모르냐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싶은지 실질적으로 (계속)고민하는 것이 바로 진짜 나를 알아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오히려 설레는 마음을 가져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게다가 이런 나의 생각을 책을 통해 인지하고 글로 표현하고 있으니 좋은 징조임에 틀림없다.
오랜 시간동안 '제인 에어'라는 책은 몇 백년 전 사회 분위기와 통념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히며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점에 있어 '사람'보다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서 좀 더 주목받아왔다. 이제는 한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인에어가 그 당시 여자로서 사회에 느꼈던 고난과 한계 못지 않게 치열한 삶을 요구하고 있고, 이건 단순히 여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이 시대에 '제인에어'를 읽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보수적이고 치열한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소중한 내 삶을 (남자든 여자든)이끌어 나갈지에 주목해야한다. 제인에어가 설령 남자 주인공이었더라도 그 '사람'은 여전히 강력하고 놀라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감 속에서 나만의 메세지를 읽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