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긍정 Jun 12. 2022

주말 텃밭에서 배운 세 가지 성장 전략

나의 9호선 해방일지

이 글의 bgm으로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OST <나의 봄은>을 권합니다.

조금 늦은 저녁 길
나를 앞서 걷는 사람들
행복할까
느린 걸음 때문에 내겐 늦는 걸까 안 오려는 걸까

눈 감아보면 들리는 맘  
샘내듯 갖고 싶던 다른 내일
또 하루만 또 하루만 미뤄놓은 약속  
긴 밤은 나무라듯 잠을 청해

- 나의 봄은 가사 中





프롤로그

지방선거와 현충일 덕분에 일주일 동안 본가인 대구에 다녀왔다.

평일에 집밥을 먹으며 찐 재택근무를 하는데, 아빠가 주말에는 꼭 새로 생긴 텃밭에 가보자며 신신당부(?)를 했다. 때마침 요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를 통해 평일에는 서울에서 열심히 직장생활을, 주말에는 가족들과 농사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 힐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숭고한 노동 뒤의 막걸리를 위해 나도 따라나섰다. 


출처: 드라마 공식홈페이지


오늘의 할 일!

1. 장터 가서 식물 지지대 사기

2. 잡초 제거하기

3. 토마토 지지대 엮어주기

4. 구 씨 찾기

5. 추앙하기




1. 잡생각은 머리채가 아닌 뿌리 뽑기

잡초는 생길 수밖에 없다. 자연의 섭리랄까. 근데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잘 자랄 수 있는 아이들까지 시들기 때문에 1) 자주 체크해야 하고, 2) 꼭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잡초를 제거할 땐 겉으로 보이는 머리채가 아닌 디깅을 해서 뿌리를 찾아 뽑아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제거하지 않으면 더 성장할 수 있는 나 혹은 팀을 시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마음 상태를 체크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 오히려 혼자 속에서 썩지 않고, 눈에 보여 발견하는 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잡생각을 뽑을 땐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왜" 이런 마음이 들거나 상황이 벌어졌는지 원인을 찾는 것에 집중했고, 계속 뽑다 보면 지치거나 힘에 부치기도 한다. 마음의 잡초를 뽑는 것에도 잠깐의 쉼이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던 하루.




2. 어느 정도 혼자 자랄 순 있지만,
더 크고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시니어 같은 멘토일 수도 있고, 같은 팀원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흙을 만지고 바람을 느꼈던 하루.

텃밭에 가기 전에 먼저 장터에 가서 식물 지지대를 샀었다. 구석 한편에 심은 토마토가 어느 정도 자랐는데, 스스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축 처져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얼른 땅을 파고 지지대를 꽂아 위로 클 수 있도록 끈으로 방향을 잡아주었다.


주니어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혼자 어느 정도 클 수 있다. 근데 그 무게가 점점 스스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축 널브러진 토마토를 보는데 왜 내 어깨 같지 (ㅠㅋㅋㅋ) 쨌든 그래서 시니어 같은 멘토든, 같은 팀원이든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로든 옆으로든 상황에 맞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방향을 누군가가 잡아주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끈처럼 서로를 엮어주는 믿음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덕트도 농사랑 비슷한 것 같다.

날씨처럼 운도 따라주어야 하고, 지지대처럼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협업도 필요하고, 결실이 났다면 시들기 전에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영업 농부도 필요하고, 더 잘 팔아주는 마케팅 농부도 필요하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건 없다.




 3. 상대를 이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저 날 나는 잡초를 뽑았지만, 부모님은 장터에서 어느 정도 조금 자란 상추와 당근을 사 와서 심으셨다. 상추와 당근을 마이그레이션 하며 (ㅠㅋㅋㅋ) 결실이 나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또 한 번 상기했다.


2월 초부터 준비한 프로젝트가 이제야 론칭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나는 2주 단위로 애자일 하게 제품을 고도화하는 일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이렇게 긴 호흡을 갖고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이 처음에는 삼삼했달까..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한동안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에 프로덕트 농사를 지으며 건강한 결실을 위해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심기 전부터 어디 뿌리가 싱싱한지 장터에서 레퍼런스를 찾고, 땅을 파듯 히스토리를 뒤지고, 기존 정책과 신규 기획을 적절히 섞어 뿌리를 굳히고, 매일같이 스크럼 물을 주며 상태를 확인하고, 버그도 잡고 잡초도 뽑고, 어느 정도 작업한 다음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다른 팀의 도움도 받고.. 이 모든 과정에는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최근 바뀐 점이 있다면,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유가 생겼다는 것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무언갈 급하게 우당탕탕 처리하거나 감정적으로 예민한 날들이 꽤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시간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효과를 본 걸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게 상대방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 이유에는 재택근무라는 환경의 특성도 있겠지만 뭐랄까.. 상대도 지금 열심히 자신만의 농사를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과 이해, 공감이라는 게 예전보다 생긴 것 같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나... 성장한 것 같은데?




에필로그


의도치않은 여기어때 덕질현장

본가에서 다 같이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는데 여기 어때 광고가 나왔다. 또 서울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홍대입구역에서 환승하는 통로에도 여기 어때 옥외광고로 온통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이번 여기어때 여름 모델은 윤종신, 장기하, 미주, 미 노이, 빠니보틀, 노홍철, 장윤주, 아누팜으로 무려 8명이다 +_+ ~~  올여름 여행할때 여기어때로 도배된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스테이시도

여기어때도

건강하게 성장중이군!



주말 텃밭 일기를 빙자한

스물여덟 짤 나 자신 키우기 마침.

작가의 이전글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앱. 쓰시겠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