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긍정 Apr 05. 2023

23년 1분기 독서결산.txt

2023년에도 독서결산은 계속된다!

이 글의 BGM으로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OST <참새>를 권합니다. 

의미를 몇 개나 넘고서야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어리석어도 괜찮아, 추해도 괜찮아.
올바름 그 너머에서
너와 손을 잡고 싶어.

- すずめ (참새) 가사 中





프롤로그.

미루기 마저 미루던 내게 브런치가 말을 걸어왔다. 

"글 좀 써라!!! 이 작가야!!!"

브런치의 작가 독촉(?) 알림

구독 후 새 글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가 64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니 뜨끔했다.  ༎ຶ‿༎ຶ

브런치 이 자식들. 대시보드도 제대로 안 만들어주면서 작가의 양심을 찌르다니! 괘씸한 마음과는 별개로 나의 게으름을 인정하고자 오랜만에 에디터를 열었다. 


이 글의 썸네일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중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스즈메가 문단속을 하려면 단순히 문을 닫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쇠로 확실히 잠가야 비로소 끝이 난다. 


독서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브런치에 독서결산을 남길 때 그제야 이 책들을 다 읽었다는, 이번 분기도 많이 배우고 잘 살아냈다는 기분이 든다. 4월이 되어서야 나는 지난 1, 2, 3월을 비로소 끝내 본다. 이번 글은 1분기 독서결산 겸 회고 글이다.



1분기 독서리스트

(1) 킵고잉(KEEP GOING)
(2)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3)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4)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6) 유튜브 엑시트
(7) 내 일로 건너가는 법




1월

 (1) 킵고잉 (KEEP GOING) 

이 책을 첫 책으로 선택했던 이유는 당시 내가 맡고 있던 사업이자 제품인 '공간대여'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사임당 하면 '스마트스토어'를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알고 보니 신사임당의 스마트스토어 이전에는 공간대여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공간대여 부업을 통해 수입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퇴사 후 2호점으로 확장해 자본금을 마련하였으며, 당시 렌탈 스튜디오 주 고객들의 스마트스토어가 잘 되는 것 같아 따라 시작했고 대박이 났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그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생각하는 날과 행동하는 날을 구분하는 것이다.

신사임당은 매주 일요일을 생각하는 날로 정하고, 아무 실행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요일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실행할 일 목록을 짠 다음 -> 업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나 개선안을 생각하지 않고 실행만 하는 것이다. 이 대목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하는 그만의 비결이라 생각되어 추천하고 싶다. 



 (2)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김유진 변호사님의 꾸준한 미라클모닝을 닮고자 읽은 책. (그치만 오늘도 실패했다.)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Unlearn'
나의 삶을 리셋하기 위해 먼저 과거에 학습한 태도를 고의적으로 잊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의 여러 가지 예시를 들어주는데, 가장 공감할 사례로는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성장하며 겪는 태도가 있다. 학생 때는 공부하다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답을 모른다고 머뭇거려도 문제가 되질 않지만, 변호사(직장인)는 주어진 업무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그 태도를 먼저 언런했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고의적으로 배운 것을 잊는다는 개념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그러한 태도가 부족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 곧 불만으로 이어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걸 알고 나니 지난날들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되새기기!



 (3)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나중에 동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기초에 충실하면서도 참 센스 있던 책.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상사에게 역할을 주어라"였다. 
뻔히 정해진 일도 최종 판단을 맡기면 통보가 아닌 보고가 된다.

예전엔 서점에 가면 왜 보고서나 보고에 대한 책들이 늘 베스트셀러에 있는지 이해되질 못했다. 그러다 수직적인 보고 체계를 경험해 보니 정말 문서와 발표의 순서, 단어 하나도 기획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사실 책도 좋지만 나는 당시에 그걸 잘하는 멘토 같은 동료분을 찾아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개발자 분들이 큰 모니터를 보며 다함께 코드리뷰 하듯 내 원페이저의 문제, 가설, 데이터, 솔루션 등에 대해 하나하나 치열하게 토론했다.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는 과정속에 타인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도 많았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던 시간들이 지금도 기억나고 참 소중하다. 회사에 그런 멘토를 찾지 못했다면, 이 책을 랜선 사수로 써보길 추천한다. 



 (4)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이 책은 전 직장에서 선물해 주신 책인데 1년 뒤에나 읽게 되었다. 요상하게 습관 책들이 더 손이 안간다. 새해맞이 청소하다 발견해 하루에 60p씩 읽었다.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반복하라".
<양 vs 퀄리티>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질이 낮아도 수없이 도전한 양이 우세하다.

책에서 재밌는 한 실험내용을 소개한다. 한 대학교의 교수님이 사진 수업 첫날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A) 사진의 양으로만 평가하는 그룹
B) 사진의 질적인 부분으로 평가하는 그룹


학기 말 가장 완성도 높은 사진은 뜻밖에도 퀄리티로만 평가받던 B그룹이 아닌, A그룹에서 나왔다. 몇 백장을 촬영하느라 반복을 거듭하며 작은 실수들을 개선해 나가며 더 많이 배운 것이다. 반대로 사진의 완성도만 신경 쓰던 B그룹은 이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이때 책은 A그룹은 '실행', B그룹은 '동작'이라고 비유하는데, 묘하게 그동안 동작하는 것에 내가 학습되어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다시 동작하는 기계가 아닌, 실행하는 사람처럼 내 태도와 하루를 재정비 하려 한다.



2월 

 (5)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이 책은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닌, 독립을 위한 퇴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즐겨보는 알로하융,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인터뷰를 통해 우연히 '스몰브랜더'를 알게 되었고 이직 대신 독립을 택한 마인드가 공감 가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유독 하이라이트를 칠한 곳이 많아 몇 문장을 직접 나열하려 한다. 


10p "회사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으면 다시 시도할 기회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저는 몇백 번이고 저 자신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요."
46p "나에게는 분명한 강점이 있고,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왜 나 자신을 계속 탓하고만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 저는 부족한 직원일 수 있지만,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드디어 깨달은 거예요.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준을 다른 사람이나 어떤 상황이 아닌 나 자신에게 두는 게 중요합니다.
93p "앞으로는 'OO회사에 다니는 누구'가 아닌, 'OO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누구'처럼 프로젝트로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질 거예요.

퇴사를 권유하고 싶진 않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퇴사를 한번 공부해 보시길 바란다. 그냥 퇴사는 일단 지르면 되지만, 현명한 퇴사에는 공부와 정성이 필요하다.



 (6) 지무비의 유튜브 엑시트 

2월에 유튜브를 다시 시작하려 했는데, 퇴사하자마자 더 큰 기회가 와서 일단 그것부터 하고 있다. 책 자체는 유튜브라는 콘텐츠 기획과 채널 운영에 대한 이야기지만, 나는 서비스 기획과 제품 운영에 대입하며 봐도 무방했다.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내 일이 안 되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잘되더라도 그 이유를 계속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무비는 영상 배포 후 우상향을 그리는지, 하향을 그리는지, 하향을 그린다면 빠르게 어떤 것들을 체크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사실 제품 배포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사실 유튜브는 '조회수', '구독자 수'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지무비는 중요 지표로 '공유'와 '저장률'을 꼽는다.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이 책을 조회수를 DAU, 구독자수를 회원가입수, 공유를 레퍼럴, 저장률을 리텐션으로 대입해 가며 읽으면 더 재밌을 것이다.



3월

 (7)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책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밀리의서재에 안현모 님 버전을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카피라이터 작가님 답게 센스가 가득한 책이다. 


이 책에서 남기고픈 부분은
日職集愛 加高拾多 일직집에 가고십다, 
우리는 모두 퇴사 예정자. 

일직집에 가고십다에서는 하루 업무에 애정을 모아야 능률도 오르고 얻는 것도 많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여섯 시에 퇴근하는 것을 '내 생활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선언'이라 비유한다. 내 일인데 언제 끝날지 내가 모른다는 것을 '내 일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 것이란 표현에 무릎을 쳤다. 정말 그렇네?


끝으로 책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퇴사 예정자. 늦거나 빠르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준비가 많이 되어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언젠가 퇴사를 한다. 이보다 더 공평한 명제는 없다."



이번 분기의 추천 도서. 

1)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2)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이번 분기에는 '이직 없는 퇴사'라는 선택을 통해 업무와 삶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두 책을 내 구독자 분들께 추천하는 이유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치열하고 즐겁게 일하는 경험도 중요하고, 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온전히 몰입해 보기도, 미친 척 용기 내보기도 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성격이 다른 두 책을 같이 권해본다. 




에필로그.

독서리스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분기별 독서결산이 재밌는 이유는 내 본연의 욕심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 움직임들이 명확히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생이 더 재밌는 이유는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어도 삶은 내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3월에는 퇴사를 위해 복지포인트를 쓰느라 예정에 없던 호캉스와 글램핑을 다녔고, 내 이름으로 된 일을 하기 위해 매일매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나를 설명해야 했다. 미팅 다니며 깨달았는데 명함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_ㅜ


쨌든 열심히 여러 프로젝트와 회사에 긍정 씨앗을 뿌렸고, 그 덕분에 4월에는 도장을 찍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4월의 크고 작은 결정들로 인해 5, 6월은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은 가늠도 되질 않는다. 솔직히 퇴사했다고 엄청 자유롭지도, 즐겁지도 않다. 무기력으로 초반에는 내 시간을 잠자느라 허비했고, 정신 차린 다음엔 하루에 12시간씩 메일을 쓰고, 데드라인을 정하고, 글을 쓰고, 글을 쓰고, 또 글쓰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고, 나를 향한 믿음이 회복되었고, 내 모든 시간을 나 자신을 알아가고 위하는데 쓸 수 있음에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행복하다' 보다는 '온전하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온전한 나로 살았다. 1분기는 잃어버린 나다움을 되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2분기는 조금씩 나다움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다음 결산은 어떤 내용을 쓰게 되더라도, 
진짜 진짜 잘했다고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길고 길었던 스즈메테이시의 

1분기 문단속. 끝! �



p.s. 제품, 팀, 책에 대한 홍보나 글 대행이 필요하다면 '제안하기'로 연락주세요 ◟(ᵔ ̮ ᵔ) �

의미를 몇 개나 넘고서야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어리석어도 괜찮아, 추해도 괜찮아.
올바름 그 너머에서
너와 손을 잡고 싶어. 
- すずめ (참새) 가사 中
출처: 스즈메의 문단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