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선 노트

좋은 관성 있으면 소개 시켜줘~

by 시선

“아니 생긴 건 진~짜 그렇게 안 생겼는데 왜 이렇게 급해요?” 나의 양치질을 지켜보며 객관적이면서도 나이스 한 치위생사가 말했다. 그 말을 해놓고 본인도 웃겼는지 손거울을 잠시 떨구며 우리는 서로 깔깔대며 웃었다. 내가 그렇게 빠른지 몰랐다. 나의 속도 역사에서 최고 기록은 100미터 달리기라 알고 있었는데 양치질이 한발 앞서 있었나 보다.

양치질을 다시 배웠다. 몰랐던 규칙도 몇 가지 새로 알게 됐다. 단단히 힘을 주고 천천히 닦기, 이빨 사이만 왕복 운동하지 말고 잇몸까지 닦기, 맷돌 돌리듯이 원을 그리며 닦기 등등. 치간 칫솔 사용하는 법을 새로 배우고, 지난주에 배웠던 치실 쓰는 법도 한 번 더 배웠다.

알고 보면 양치질은 엄청난 관성의 영역이었다. 새로 배운 지 2주가 지나자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다. "와. 양치질 진~짜 좋아졌네요. 정말 잘했어요!" 칭찬의 맛이 멘톨 치약처럼 개운했다.

치과 다닐 동안 언제나 기분이 개운했던 것은 아니었다. 양치질을 건너 띄었을 때의 찜찜함처럼 내보내야 할 것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진료 다니는 내내 꼼꼼히 치료해주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마음에 감동해서 ‘엄청’ 고마운 만큼 감사를 ‘듬뿍’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때의 일이다.

몇 달의 신경 치료와 충치 치료가 끝나는 날, 덧 씌운 치아를 보았는데 시커먼 색에 가까운 메탈이 반짝였다. 미리 설명 들은 것보다도 면적이 압도적으로 넓어진 시커먼 치아 색, 색에 너무 예민한 터라 실망감에 슬퍼졌다. 거울을 보고 또 보고 까만 치아색에 정신이 팔린 나는 모든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아주 조용히 감사의 말을 건넬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 작은 인사가 못내 아쉬웠다. 몇 달을 아쉬움으로 안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양치질을 배우며 고마움을 가득 내보일 수 있었다. 표현하는 맛에 기쁨도 대 방출되었다.

생각해보면 관성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같이 인사하는 것도,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관성적인 일이니까. 앞으로 관성을 자주 들여다 봐야겠다. 어떤 면에서는 관성적이게, 그러나 관성적이지 않은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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