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이 찌는 이유

by 지나

내 나이대 평균 키에, 가는 뼈대의 나는 늘 저체중이었다. 먹는 것에 흥미가 없었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무게는 늘 40kg 초반을 유지했다. 그 당시엔 이게 당연한 내 모습이었고, 제 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일이 없었기에 내가 얼마나 말랐는지 몰랐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몸매와 얼굴이 점점 내가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젊은 나이 덕에 청순했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중년의 펑퍼짐한 아줌마가 된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절망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는 '다이어트'를 다짐하지만, 평생 해본 적이 없어서 이 또한 성공해본 적이 없다.


보통 다이어트의 적은 보통 나 자신이다. 의지가 부족해 '이 정도쯤이야', '내일부터 해야지' 하며 미루다 보면 체중계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내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가 갱년기가 시작되며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수치들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위기감을 느낀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생전 처음 하는 운동에 하루 이틀 하고 나면 몸살을 앓기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아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은 하지 않으면 생기기 시작한 근육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먹을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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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취미가 없다. 젊었을 때처럼 소식을 유지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먹는 양은 늘었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지니 몸이 부을 수밖에 없다.


남편은 나와 밥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행복하단다. 내가 잘 먹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단다. 그래서 회사에서 맛있는 간식을 동료가 사와도 안 먹고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가방에 소중히 넣어서 집에 가져온다. "이거, 애기 꺼." 하며 내게 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회식이나 회사 사람들과 맛집에 가면 그곳을 기억해 두고, "애기랑 거기 꼭 가야지" 하며 내게 말한다. 우연히 온라인 스토어에 갔다가 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이나 음식을 발견하면 잔뜩 주문하고 내게 말하지 않는다. 괜찮다, 안 먹어도 된다, 살 빼야 한다는 내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비밀로 하고 문 앞에 배송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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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사회생활 속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나와 밥 먹는 시간이라니, 나는 저녁을 먹었어도 늦은 퇴근을 마친 남편 옆에 앉아 함께 먹는다. 제 시간에 퇴근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루틴. 그리고 내가 잘 먹는 걸 보면 좋다는 남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너무나도 쉽다. 그래서 나는 젊었을 때처럼 날씬해지는 것보다는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로 했다. 남편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도 더 행복하니까. 그리고 남편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웃는 얼굴을 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행복하게 걸어가는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대신 체중계 위의 내 몸무게에서 앞자리가 4가 되는 바람은 그냥 뒤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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