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니 이 짧은 문장 하나에 인생의 길이가 담겨 있다고 느낀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소한 순간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내 기분이 하루하루 달라진다. 어차피 고칠 수 없는 것이라면 수용하는 것이 내 마음이 편할 때도 있고, 그 상태를 지나 미소가 살짝 지어지는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말은 자주 언급했었다. 생각도 많고, 인간의 오감 중 청각에 특히 예민하다. 여기에 더해서 나이가 들수록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조용'해야 한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효과음은 '멜로디'가 없는 잔잔한 빗소리 같은 ASMR까지만 허용한다. 조금이라도 밝으면 잘 수가 없어서 얼마 전부터는 아주 가벼운 느낌의 안대를 하고 자기 시작했다. 이토록 까다로운 인간이라니...
안대까지 한 이유는 남편이 밤에 잘 때 스마트폰을 한참 보다가 자기 때문에 그 빛이 자꾸 내 눈에 들어와서이기도 하고, 나를 배려한 남편이 스탠드마저 끄고 깜깜한 상태에서 폰 화면을 보기 때문이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와서 본인이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 보는 남편에게 그런 재미마저 빼앗고 싶지 않아서 "그럼 스탠드는 켜고 봐"라고 하고 나는 안대를 덮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하다 보니 그 덕분인지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어서 그 이후로는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복병이 생겼다. 내가 먼저 잠들 때는 모르겠는데 (나는 불면증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잠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남편이 먼저 잠들면 '코골이' 때문에 힘들었다. 피곤하거나 술이라도 한 잔 한 날에는 그 강도가 세져서 숙면은 커녕 잠들기도 힘든 날들이 많아졌다. 잠든 남편의 머리를 돌려 보아도 잠깐 뿐 다시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매일 심한 것도 아니라서 짜증을 낼 수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말해 봤자 남편이 미안해할 거 뻔하니까. 그렇다고 "내가 나가서 잘게", 또는 "당신이 나가서 자"라는 말을 할 수도 없다. 부부는 항상 같이 자야 한다는 남편이 얼마나 서운해할지 눈에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잠든 모습을 보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금방 잠이 들다니.'
몇 년 전, 남편은 회사 일이 힘들었던 것인지 잠이 안 온다며 뒤척일 때가 자주 있었다. 일의 강도도 난이도도 부담도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나 보다. 그렇다고 나한테 전후사정을 다 말해 봤자 (보통 남편은 미주알고주알 나한테 다 이야기하는 편이다) 내가 더 심하게 걱정할 거 잘 알아서 혼자 앓았던 것 같다. 잠들기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나도 깊이 물어보지도 못하고 걱정했던 그 때가 갑자기 생각난 것은 왜일까. 어차피 잠도 잘 못 자는 나인데, 남편이 겨우 코고는 것 하나 가지고 시끄럽다고 당신 때문에 잠도 못 자겠다고 불평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애기 잘 자여' 하고 인사하자마자 몇 분 내에 잠드는 남편을 보면 코를 골던 아니던 내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푹 자기를 피로가 풀리기를 바라며 남편의 '드르렁'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래, 잘 자는 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니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남편의 손에서 슬그머니 손을 빼고 옆으로 돌아누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