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결혼 20주년이었다.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30년을 함께한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남들이 겪는 건 다 경험해 본 것 같다. 즐거운 신혼 시절도 있었고, 뭔가 어긋나기 시작하며 힘든 권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며 그 시기를 견뎌낸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진다.
권태기를 생각할 때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늦은 나이에 이직해 새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힘들었을 텐데, 풍족하지 않은 경제 상황을 견디며 가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이라고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이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남편의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에 내가 올라가 앉고 싶기까지 하지 않다. 많은 무게를 덜어낼 수는 없어도, 집에 오면 기분 좋고 편하게 하고 싶다. 집은 늘 돌아가고 싶은 곳, 쉴 수 있는 곳, 그리고 늘 나를 반겨주는 아늑한 고향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에 오면 더 반겨주고, 오늘도 수고했다고 어깨도 두들겨준다. 가끔은 남편이 오는 길에 마중도 나가서 같이 들어온다. 오는 시간에 맞춰 현관문을 열어 놓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남편 역시 내 성격을 더 이해해주려고 한다. 걱정이 많고, 불안증도 심한, 조바심 내는 내 성격을 따뜻하게 안아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은 되도록이면, 본인이 불편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가끔은 뾰족해지는 내 행동과 말도 듣고 넘기려고 한다. 그 모습이 뻔히 보이지만, 무슨 자존심인지 바로 풀지 못하고 툴툴대는 나는 결국 다음 날 사과한다. "내가 어제 미안했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모, 경제력, 성격, 집안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개인일지라도 그런 두 사람이 모인다고 온전한 조합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둘이 물과 기름일 수도 있으니까.
부부가 잘 산다는 것은
내가 당신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저러는 이유가 뭘까?' 늘 궁금해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너무 좋은 모습만 보이려 애쓰지 않고
나의 부족함도 기꺼이 보여줄 수 있고
그의 모자람도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사소한 것을 함께하며 기뻐하고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며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나에게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남편 자신이 아닌 타인인 나의 편에 기꺼이 서주는 사람이다.
나의 모든 모습을 기꺼워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