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다. 요리와 살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모든 것에 서툴다. 같은 요리도 조금 어렵고 복잡하면,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가며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미숙하다. 조금은 발전했지만, 20년 동안의 가정주부 경력을 자랑하기엔 여전히 부끄럽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나이 든 자녀가 엄마의 요리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뜨끔한다.
"앗, 나는 그렇게까지 잘하는 요리가 없는데!"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안 하는 요리를 하면, 남편은 늘 "맛있어. 애기는 요리에 소질이 있다니까!"라며 칭찬하고, 기쁘게 먹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설거지를 맡아 한다.
요리하느라 힘들었으니, 낮 동안 일하고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힘들었으니 쉬라며 뽀득뽀득 깨끗하게 그릇을 닦는다. 뜨거운 물로 1차로 그릇을 닦고, 세제로 그릇에 묻은 것들을 닦고 찬물로 정성스럽게 헹군다.
그러면 나는 미안해서 옆에 서서 행주로 그릇의 물기를 닦아 정리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일.
남편은 음식물 쓰레기가 모이면 거의 버려주기까지 한다. 내가 한다고 해도, "애기 피곤할 텐데 쉬어야지" 하며 본인이 나선다. 사실 몸이 약한 것도 있지만, 피곤한 건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고 다시 일하러 들어오는 본인일 텐데.
외식을 해도 나는 잘 먹어주기만 하면 된다.
남편은 고기를 굽고 자르고, 다 먹은 반찬은 리필해 온다. 물컵에 물을 따라주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나 양념류는 내 앞에 가져다 준다.
고기가 익으면 내 앞접시와 딸의 앞접시에 먼저 놓아주고, 본인은 나중에 먹는다.
문제는 이런 풍경에 내가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고기를 먹으러 가면 난 자연스럽게 가만히 있는다.
사실 내가 구우려 해도 익숙하지 않아 자르기도, 뒤집기도 어렵다. 나이 50이 넘도록 이렇게 살았다니, 가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고 그래도 노력은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니, 말하지 못한다. 남편 자랑 같아서.
남편은 늘 내가 먼저다.
내가 해 주는 게 좋으니 가만 있어라고 한다.
애기처럼, 공주처럼 대하니
내가 이 나이가 되어도 철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남편 앞에서 이런 철없는 내가, 철부지 같은 내가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선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늘 책임감과 의무감에 찌들어서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내 삶 속의 유일한 숨 쉴 틈이랄까.
남편 앞에서는 평소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될 수 있어서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