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주인공은 논란에 휘말린 영화감독 김곤을 향한 애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곤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팩트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하지 말자"는 태도로 그를 지지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길티 클럽'에 가입한다. 이곳에서 화자는 자신의 팬심을 '합리적인 판단'으로 정당화하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죄책감과 불안이 숨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이 어떤 경계 위에 서 있는지 점점 자각하게 된다. 결국 김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목격하며, 덕질의 뿌리가 사라진 듯한 허망함을 느끼고, 여행지 치앙마이에서 만난 '무기력한 호랑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팬심이 아니라 죄책감이 섞인 쾌락임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핵심은 호랑이를 만지는 체험에 대한 비유에서 비롯된다. 치앙마이의 타이거 킹덤에서 관광객들은 자이언트 호랑이를 만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호랑이는 이미 발톱과 송곳니가 제거되어 있고, 야생 본능을 잃은 채 관광객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주인공은 그 호랑이를 만지며, 죄책감과 쾌락을 동시에 느낀다. 그 기시감은 바로 김곤에게 가졌던 감정과도 연결된다. 한때 강한 존재였던 김곤이 이제는 대중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길들이고, 팬들의 기준에 맞춰 '좋은 사람'처럼 변해버린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길티 플레저'가 단순히 쾌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좋아해서 안 될 것’을 좋아하고, ‘지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지하기도 한다. 그 감정이 결국 어떤 쾌감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사회적 윤리와 충돌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또한, 팬덤이라는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위계와 '진정성 검열'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허함을 드러낸다.
주인공은 김곤을 비판하는 동시에, 사실 그 자신도 윤리적 순수함을 지키지 못한 존재임을 자각한다. 그는 호랑이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대상을 소비하고, 그 감정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자각한다. 이처럼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우리가 품은 죄책감과 쾌락,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모순을 직시하게 만든다. 작품의 마지막은 단순히 '팬심'과 '덕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이 어떻게 감정을 소비하고, 대상을 숭배하며, 동시에 그것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내 안의 감정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이해받는 것 같기도 하다. '호랑이를 만지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주인공처럼, 당신도 아마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그 호랑이를 진짜로 만졌던 사람인지, 아니면 이미 오래전에 그 본능을 잃어버린 존재의 등을 쓰다듬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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