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된 진짜, ‘혼모노’의 질문

성해나 <혼모노>

by 지나


성해나의 <혼모노>는 읽고 난 후에도 그 장면들이 오래도록 떠오른다. 무속이라는 낯설고 서늘한 세계를 넘어서면, 어느새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소설은 ‘나는 진짜인가?’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장수할멈 신이 더 이상 내려오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이 ‘가짜’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신이 떠나면서 그는 무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그 뒤 등장한 젊은 무당 신애기는 문수가 모셔온 신을 바로 받으며 굿을 연다. 문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다시 작두에 올라 ‘진짜임을 증명하려’ 한다.


이 소설의 절정은 마지막 굿판 장면이다. 문수는 신이 떠난 몸으로 피를 흘리며 작두에 오른다. 그가 보여주는 몸짓은 단순히 무당의 대결이 아니라, ‘진짜’가 되기 위한 인간의 필사적인 몸짓이다. 문수는 신 없이도 진짜가 되기 위해 싸운다. 그 속에서 던지는 한 마디,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은 결국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혼모노>는 무속이라는 이질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신이 떠난 무당 문수는 자영업이 무너진 사람, 자리를 빼앗긴 직장인, 시대에 퇴장당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한 삶 속에서,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나’뿐이다.


소설은 결말을 명확히 짓지 않으며 독자에게 ‘누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진짜와 가짜, 선과 악,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책은 무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몸짓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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