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의 방 앞에서, 나를 마주하다

카프카 <변신>

by 지나
ChatGPT Image 2025년 7월 18일 오전 11_38_02.png 모든 이미지는 ai로 생성합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곧 출근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그렇게 시작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처음엔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웃음은 사라지고, 그레고르의 방 안에서 나는 자꾸만 멈춰 서게 된다.

그 방은 낯설지 않았다.

내 안에도 그런 방이 있다는 걸,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레고르는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온종일 고객의 눈치를 보고, 상사의 질책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벌레가 되었고,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게 되자, 가족은 그의 방 문을 닫아버렸다. 그 문은 시간과 함께 무거워졌고, 끝내는 완전히 닫혀버렸다.

나는 그 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왜 그토록 익숙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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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의 외로움이 자꾸만 내 마음을 건드렸을까.

어쩌면 나도 이미 오래전부터 벌레처럼 느껴졌던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기대를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혹은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살아가다 보면, 문득 ‘나는 누구였지?’라는 질문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을 꺼낼 수 없는 방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웅크리게 된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건, 여동생 그레테의 변화였다.

처음엔 유일하게 그레고르의 방에 들어가 먹을 것을 챙기고, 그의 존재를 지켜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오빠’로 보지 않았다.

그레테는 결국 말했다. “이 괴물은 없애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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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숨이 막혔다.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를, 혹은 스스로를 ‘괴물’이라 여긴 적은 없었을까.

사랑했지만 버린 적, 이해하고 싶었지만 외면한 적, 혹은 그 반대의 입장에서 ‘나는 왜 이토록 외면당할까’ 하고 속으로 울었던 기억들.

『변신』은 그런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짧지만 오래 남는다.


책을 덮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나는, 지금, 나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떤 역할을 위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천천히 벌레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카프카는 그레고르를 벌레로 만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끔찍한 건 그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감정이 닿지 않고, 사랑이 사라지고… 결국 그는 조용히 사라졌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 이곳, 나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변신』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이야기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소외되고, 외면받고,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들.

그리고 그 중에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있을지 모른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벌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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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바탕으로 조금 더 긴 서평과 관련 책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겨 두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gina_booklover/22393806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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