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관계
짐작은 했지만, 몽이는 열다섯 살 무렵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좌심방과 우심방의 판막이 망가져 혈액이 역류했고, 폐동맥 고혈압과 신부전까지 겹쳤다. 심장은 정상보다 크게 비대해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은 “심장병 중기를 지나 말기로 가는 B2~C 단계 사이”라고 설명했다. 폐수종이 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두가 내 잘못 같았다. 노견이니 정기 검진을 했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몇 년을 미뤘다. 겉으로는 여전히 활발하고 식욕도 좋아서 젊고 건강하다고 착각했다. 어쩌면 늙지 않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믿음에 기대어 1~2년을 흘려보냈다.
몽이는 아픈 기색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아픔을 감추려 한다는데, 몽이도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정성껏 닭가슴살을 삶아 주고, 북어를 불려 국물을 내 주었다. 하지만 심장에는 좋았을지 몰라도, 신장에는 치명적인 단백질이 되고 말았다. 몽이는 맛있게 먹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지와 무관심 속에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심장병과 신부전이 함께 오면 모든 게 시소 타기 같다. 심장에 좋은 것이 신장에는 해롭고, 신장에 좋은 것이 심장에는 나쁘다. 결국 치료의 중심을 ‘신장’에 두었다. 신장이 망가지면 예후가 나쁘고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사료를 신장 처방식으로 바꾸고, 심장약과 이뇨제를 하루 두 번 먹였다. 두 시간 뒤에는 신장 보호제를, 12시간 간격으로 반복했다. 여기에 영양제 두 가지도 추가했다.
이뇨제 때문에 음수량도 중요했다. 약을 먹으면 보통은 식욕이 줄어들지만, 몽이는 여전히 잘 먹었다. 가끔 신장 처방식 캔을 가리긴 해도, 이 정도면 다행이었다.
한 달 뒤, 이뇨제 용량을 늘리고 폐동맥 고혈압 약까지 증량한 상태에서 다시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심장 크기가 줄어 있었다. 컨디션도 양호했다. 여전히 먹는 걸 좋아했고, 가끔 약을 거부하다가도 배고프면 와서 잘 먹었다. 노견이라 뒷다리 근육이 빠져 걷는 모습은 어색했지만, 짧은 산책은 매일 나갔다.
이뇨제 용량도 조금 줄였다. 일주일 뒤 혈액검사를 했는데, 신장 수치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칼륨과 전해질 수치는 정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수의사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이 아프면 온 가족의 마음이 무겁다. 반려동물은 보험도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약을 거부해도 설득할 수도, 어디가 아픈지 물어볼 수도 없다.
나는 외출도 줄이고 몽이 곁에 붙어 있게 됐다. 폐동맥 고혈압 때문에 갑자기 실신할 수 있기에, 언제든 곁에서 지켜야 한다. 밥을 잘 먹으면 행복했고, 잘 걸으면 기특했다. 잠들 때는 간이 매트리스를 깔고 곁에서 토닥였다. 자다가 갑자기 놀라듯 일어나거나 숨을 못 쉴 수 있기에, 내가 함께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언젠가 읽은 글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는 마음껏 슬퍼해야 한다고.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고, 그를 잘 보내줄 수 있다고.
나는 아직 가족을 떠나보낸 적은 없다. 하지만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은 있다. 몇 년 전, 심장병으로 내 무릎 위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나리가 그랬다. 몽이 역시 나와 함께할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리에게 했던 것처럼, 몽이에게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떠나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 슬프겠지만, 가슴에 남는 찌꺼기는 없을 것이다. 껌딱지처럼 내 곁에 머무는 이 생명에게, 지금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