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과 성찰
이 시리즈를 매일 쓰기 시작하면서, 문득 예전에 다른 곳에 썼던 글과 겹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오래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것들이라서, 불쑥불쑥 떠올라 나를 괴롭히는 동시에 아직 해결되지 못한 기억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내가 받은 상처들이고, 잊고 싶은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자꾸 글로 쓰는 이유는, 글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내 마음을 정리할 기회가 된다. *그랬었지, 힘들었겠다, 아팠겠다, 불쌍하다* 하며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위로하기도 한다. 그렇게 풀어내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내가 더 단단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 좋은 일을 하는 봉사단체가 있었다. 밝고 기운 넘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고마운 모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 보니 소문처럼 부정적인 말들이 많았다. 나는 열심히 잘할 거라며 추천을 받고, 관계자의 설득 끝에 가입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몇 년이 지나도록 깊이 친해지진 못했다.
그러던 중 A와 B가 가까워졌고, A는 자주 내게 B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와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A는 잦은 전화와 메시지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외향적이지 않고 타인을 챙기는 성격도 아니어서, 억지로 보답하기보다는 그저 연락을 잘 받아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B 역시 좋은 사람이었다. 항상 밝고 아이들에게도 잘했다. 하지만 접점이 많지 않아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와 B의 사이가 급격히 틀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고, 나는 A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말하니, A 역시 그랬다. 문제는, A가 B뿐 아니라 단체 사람들의 뒷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속사정을 알고 있었고, 나는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지경이었다.
결국 A와 B의 불화는 단체 전체의 분위기까지 흔들었다. A는 내 이름을 빌려 “나도 그들을 나쁘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떠들고 다닌 듯했다. 나는 그저 듣고 가볍게 동조한 것뿐인데, 어느새 단체에서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피해 다니거나 인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마음이 떠나 탈퇴했고, 지금은 그 단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가만히 있다가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 기억이 너무도 아프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몇 년이나 봐 왔는데도, 그렇게 쉽게 오해했을까? 내가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정말 몰랐을까? 그 일 이후로 나는 원래도 싫어하던 ‘말 많은 사람’을 더 경계하게 되었다.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실수할 기회도 많다는 뜻이니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자기 방패로만 삼는 빅마우스라면 사양이다.
나는 더 적극적으로 해명했어야 했을까? 하지만 이미 틀어진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나 또한 A의 험담에 영향을 받아, 그 사람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가스라이팅이라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아직도 A가 했던 말, 그때 들었던 저주 같은 표현들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들을 떠올리면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다.
지금은 단체를 떠났으니 우연이 아니면 그들을 다시 볼 일은 없다. A가, 그 단체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도 나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받은 상처가 아무리 커도, 그들이 잘 살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회의 일원이니까.
그저 바람이 있다면 이것뿐이다.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함부로 확정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타인에 대한 험담이나 저주는, 아예 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