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상상력을 잃어버린다는 것"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by 지나


기성세대에게 흔히 '꼰대'라는 말을 쓴다. 늘 "나 때는 말이야~"하면서 본인이 살았던 과거가 절대적인 정답인 양 이야기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시대가 느리게 바뀌던 옛날의 어느 시대에는 경험이 많은 어르신의 말이 진리인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것들이 자꾸 나타나 그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 유독 사회의 중심이 되는 기성세대는 변화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요즘 것들'이라며 폄훼하기를 꺼려하지 않을까?


그건 익숙함의 구덩이에 빠져서 그곳에서 안락함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익숙함은 남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며 같은 곳을 향해서 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와보니 튀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니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무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어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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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린 왕자>에서 나는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원시림에 관한 책을 읽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주었지만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건 '모자'여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린 그림이 아래의 작품 2호, 보아뱀의 내부를 투시한 그림이다. 어른들은 설명을 해 줘야 안다며 그렸지만 그런 쓸데없는 건 그리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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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의하면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작품 1호를 '모자'가 아닌 다른 답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듯하다. 정답인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린왕자>를 최근 몇 년 사이에 영어 버전을 포함해서 세 번 읽었는데 다시 '나만의 필사책' 시리즈로 나온 <어린왕자> 필사를 해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어른들은 참 답답하군'이라고 단순하게 느꼈다면 지금은 나 또한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상상력이 지극히 부족한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 편으론 부끄럽고 한 편으론 한숨이 나온다. 나라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겠는가? 어린 시절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멍 때리는 시간도 많았고 그걸 글로 쓴다고 끄적이기도 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 아무리 '저건 보아뱀'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보아도 도'모자'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보아뱀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것이라고 상상하면 억지로 된다고 쳐도 나의 상상력은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KakaoTalk_20250226_130330125_02.jpg 나만의 필사책 <어린왕자>/ 마음시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뻣뻣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머리까지 딱딱해져 버린 것이 분명하다. 시선은 늘 옆쪽 시선을 가리고 달리기만 하는 경주마처럼 앞만 바라보고 있다. 인생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좋은 집, 좋은 차, 자녀의 좋은 대학 진학이 목표인 평범한 사람. 아닌 척하고 있지만 아니라고 할 수 없는 현실. 모두가 같은 목표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사회가 이렇게 치열한 경쟁구도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나를 이루면 그다음이 그리고 또 다른 다음이 연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그것들을 차례로 이루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남들이 보기에 성공한 사람이 되면 나는 진정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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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한 가지의 생각도 더 깊어져서 그 속에 묻혀 있는 보석을 찾을 수 있다. 더군다나 책 한 권을 손글씨를 통해 느리게 읽는다면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내가 <어린왕자>를 네 번 읽는다고 모자로 보이던 것이 보아뱀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같은 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려 하는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언젠가 어린아이가 내게 와서 평범한 그림을 보여주며 상상초월한 설명을 한다 해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할 할 수 있는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와! 정말 대단하구나!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리고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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