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회초리는 폭력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에는 다른 책 보다 유난히 밑줄이 많다. 그만큼 나 역시 '자녀'의 입장에서, 혹은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도 많았다. 책의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기 전, 저자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미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동안 믿어왔던 것의 절반 이상이 사회의 가스라이팅이었나? 잘못된 가치관이었나?'
이 깨달음이 주는 충격은 상당했다. 나는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걸까? 이 책은 두 번, 세 번 곱씹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 링크는 이 책의 객관적인 리뷰만 요약한 내용이다.
https://blog.naver.com/gina_booklover/223762405021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이와 소통하려 노력했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으려 했으며,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는 욕심도 부렸다. 배움이 빠른 아이를 보며 기특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더 높은 단계를 요구하며 문제를 풀게 했고, 실수를 하면 비난하거나 꿀밤을 주기도 했다. 때론 문제집을 찢거나 던지며 경각심을 주려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행동이 신체적인 체벌을 하지 않았을 뿐, 결국 학대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 시기를 지나 아이에게 나의 잘못을 사과하고, 성숙한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를 바라보려 노력하지만, 당시의 혼란스러움이 핑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내가 낳은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내 안에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가르쳐야 할 대상' 혹은 '키워야 할 대상' 정도로만 여기며,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폭력을 가했다.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는데 오직 아이들만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리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한 대상이다.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자려를 소유물로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 p. 32
'사랑의 매'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부모가 지속적으로 "너는 맞아도 싼 행동을 했어"라고 주입했기 때문에 아이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성인이 된 후에도 폭력을 정당화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과거를 떠올려 보자. 부모로부터 회초리를 맞거나 폭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 경험이 정말로 나를 올바르게 변화시켰는가? 오히려 신체적 폭력은 물론, 무시하기, 창피 주기, 비난하기, 겁주기, 조롱하기 같은 비신체적 폭력까지도 피해자에게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폭력은 자존감, 도전 정신, 회복력, 자기애 등 긍정적인 요소들을 갉아먹어 결국 그 사람의 미래까지 어둡게 만든다.
체벌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비뚤어진 가치관을 갖게 하며, 자신이 받았던 대로 타인을 대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부모의 억압과 폭력 속에서 공부만 잘하는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그 인생이 과연 성공적일까? 오히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교화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이 생길 뿐이며, 이는 또 다른 2차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죄책감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도 없는 사람이 되기 쉽고, 자신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강해진다.
'사랑의 매'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폭력일 뿐이다. 사랑과 폭력은 결코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세상에 '맞아도 싼 행동'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 이런 일상적인 폭력이 위험한 이유는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거나 깊이 의지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힘을 휘두른다면, 이는 신체적 상해에 더해 상대의 마음을 악랄하게 모욕하는, 질이 나쁜 폭력이다. 다수의 가정폭력이 그렇고 데이트 폭력도 그 한 예다. p. 42
"내 아이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착각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저자는 가정에서의 체벌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생활 침해와는 엄연히 다르다. 생각해 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한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는 여성 역시 존중받아야 할 독립된 인격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미성숙한 것은 맞지만, 자라면서 하나씩 배워야 하는 존재다.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도 아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폭력이 필요할 이유는 없다.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체벌 금지법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일 뿐이다. 이는 가정 내에서 부모를 범죄자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폭력 없는 양육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가족의 사생활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 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가정폭력, 부부강간을 금지하듯 아이들에 대한 체벌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관심과 보호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성인과 동일하게 신체의 온전성을 보존할 권리를 누리려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p.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