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특정한 냄새나 맛을 느끼면 과거의 기억이 강렬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푸르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한다. 이 용어는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했으며, 특히 작품 속 ‘마들렌 에피소드’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마들렌 한 조각이 부드럽게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에 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입천장에 닿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몸속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의 작용과 같이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고, 삶의 무상함에 무심하게 만들었으며,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작용은 내 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 초라하고 우연적이며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마르셀)는 어느 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을 한 입 베어 물자,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그는 어린 시절, 고모가 주던 마들렌을 먹던 순간을 떠올리고, 이를 계기로 콩브레 마을에서 보낸 유년기의 추억들이 밀려온다. 푸르스트는 이를 감각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무의식적인 과정으로 묘사한다. 이는 우리가 특정한 냄새나 맛을 경험할 때, 의식적으로 기억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감정과 함께 과거의 순간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현상과 연결된다.
낯선 환경, 새로운 시작, 설렘, 환한 햇살, 조용한 광장, 성당의 종소리. 내게 아득한 이런 기억을 불러오는 향이 있다. 난생처음 집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생활해야 했던 타국에서의 어느 오후, 나는 향수 가게에 갔다. 유럽 사람들은 향수를 많이 뿌린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처음으로 향수를 골랐고,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향은 '디올의 뿌아종(Poison)'이었다. 진한 보랏빛 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이 향수가 아직 출시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향기를 다시 맡으면 그 순간의 아름다운 설렘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한국에서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새 출발할 수 있다는 행복감. 심장 박동이 기분 좋게 빨라지던 그 시절, 나와 늘 함께했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인간의 감각 중 후각은 특히 강력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는 후각이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과거를 논리적으로 떠올리려 하지만, 푸르스트 효과는 감각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되살린다. 내가 뿌아종의 향을 맡으면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처럼, 비 오는 날의 흙냄새를 맡으면 놀이터에서 축축한 모래로 성을 만들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어릴 때 먹던 음식의 냄새가 갑자기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거나, 특정 화장품의 향기가 과거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푸르스트 효과는 기억과 감각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경험한 모든 순간이 무의식적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는 우리의 기억이 감정과 경험이 얽힌 복합적인 요소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 현상은 행복이 거창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감각적 경험 속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들렌 한 조각이 주인공을 어린 시절로 데려간 것처럼, 우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뜻밖의 감동과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종종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사실은 사소한 경험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들렌을 먹는 작은 행동이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듯,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푸르스트는 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은 특별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억은 잊힌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남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되살아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나쳐버리는 사소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각을 열어 현재를 깊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경험 속에 있다.”
푸르스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결국 이와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