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비주(볼뽀뽀)와 함께
아침 30분의 루틴.
누군가 내가 일하면서 발견한 여느 한국 회사와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침 인사 방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과 Bisous (비주)라고 불리는 볼뽀뽀가 일상적인데, 얼굴을 마주치는 우리 팀, 옆 팀 동료들과 모두 인사하느라 (한 번도 재 본 적은 없지만) 아침시간 30분은 거뜬히 보낼 것이다.
처음에는 타이밍을 찾느라, 누구랑은 비주를 해야 하고 누구랑은 안 해야 하나 생각하느라 사실 머릿속으로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혹시나 아침 업무가 바빠 옆 팀에 나를 예뻐라 하는 동료들에게 비주를 놓치면 장난 섞인 서운한 티를 내기도 했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는 워낙 익숙한 일이 되어서, 비주하며 전하는 살가움이 좋았다.
비주라고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식 인사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프랑스어권 국가들이 비주를 한다. 그래서 프랑스식 인사라기보다,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인사라고 보는 게 더 맞겠다. 각각의 나라마다 사소한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면 벨기에에서는 왼쪽에서 시작해 양볼에 뽀뽀를 한 번씩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대게 한 번만 하거나 몇몇 지역에서는 세 번을 하기도 한다. 또 벨기에에서는 남자 여자 불문하고 모두 비주를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대부분 남자들끼리는 악수만 한다. 그리고 또 새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비주를 세 번 하기도 한다. 지금은 벨기에식 비주가 너무 익숙해져서, 프랑스에서는 왼쪽부터 시작했던가 오른쪽부터였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어느 볼에 뽀뽀를 하느냐 헷갈려하다가 입술이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으니, 참 재미있는 인사 방식이긴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코로나로 인해서 바뀌게 되었는데, 프랑스 대통령부터 벨기에 정부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회사까지도 사람들끼리 악수며 비주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정말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가까이 가지도 못하니, 멀리서만 지켜보고 손을 흔들어 아침 인사를 하는 게 전부다. 당연히 아침 인사하며 안부 묻는 재미도 없고, 혹시나 동료가 나이가 좀 있으면 내가 바이러스 벡터가 되지는 않을까 겁이 나 가까이 갈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2월 정도부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으니, 이제 조만간이면 비주가 없이 1년을 지낸 셈이다. 지금은, 참 어떻게 그렇게 매일같이 비주했지 싶을 정도로 비주를 하는 방법도 잊은 것만 같다. 상상도 안 되는 풍경이랄까. 언젠가 우리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번외로, 직장 내 인사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면 놀랍게도 우리 회사에서는 모든 사람과 인사를 잘 주고받는다. 왈로니아 출신 회사라서 유독 더 살가운 걸까.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료라도 인사를 하고, 잠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온 외주업체 사람들에게도 반갑게 인사한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의 눈이나 마주치지 않을까 땅을 보거나 앞만 쳐다보던 그런 불편한 순간만큼 여기서도 언제 눈을 마주쳐 인사해야 하지 고민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두 번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끔 응답 없는 인사에 시무룩해질 때가 있긴 했었지만, 인사를 안 해서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인사를 하고 나서 무시당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