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과 함께 동료들과도 로그아웃 (feat. 4시퇴근)
3개월 간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쿨한 동료들
그렇게 나는 혼자 머릿속으로는 이래저래 생각이 많으면서도 차차 일에 적응해나가고, 동료들과도 한층 더 편해지는 과정 속에 있었다. 산업에 대해서는, 내가 좀 막혀있었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일단 알아보고서 흥미롭다, 흥미롭지 않다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이 최첨단 의학 기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어떤 비전이 있는지 주체적으로 알아보고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무료함을 느끼지 않기러 다짐했더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두 명의 시니어와 은퇴 후 돌아온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모든 팀원들이 젊은 나이대라 다들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나처럼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들어오면 "컨설턴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정해진 계약 기간 동안 출장처럼 고객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나 포함 총 4명의 컨설턴트가 있었기에 초반엔 우리끼리 확실히 더 친해졌었다. 나는 계약 기간이 1년이고, 그 이후에 고객 회사에서 나를 고용하는 조건으로 채용이 되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짧게는 3개월만 계약되어 매번 갱신되는 경우도 있었기에 확실히 업무와 회사의 비전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다름을 인지했다. 1년만 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큰 그림을 못 보고 회사의 비전과 나의 목표에 합점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나는 3개월쯤 지났을 때, 그냥 나도 이 팀의 일원인 것처럼 일을 보고 행동하고자 마음먹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니까. 그 작은 시각의 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는데, 일단 다른 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과도 얘기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기에 더 쉬웠다. 또, 오래 있을 사람인 마냥 팀과 회사에 애착을 가지니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눈에 보였고 그런 것에 대해서 팀원들과 얘기하면서 대화의 폭이며 관계도 더 탄탄해져 갔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8시 전에 업무를 시작하고 4시가 되면 슬슬 퇴근하기 시작하는데, 나는 복잡한 출퇴근으로 9시 가까이 출근을 하고 5시에 퇴근을 하였다. 5시에 퇴근하려고 랩(Lab) 실에서 사무실로 이동하면 이미 사무실 불이 꺼져 당황스럽기 일쑤였다. 아니, 저녁 6시도 아니고, 5시에 벌써 불 꺼진 사무실이라니. 게다가 업무 후 개인 연락은 정말 일절 없음이 너무 좋았다. 초반 3개월 동안은 내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을 일도 없었다.
한 날은 로지스틱 팀의 동료와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 팀은 7시 반에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기에 4시에 무조건 퇴근을 한다. 나에게 퇴근 시간을 묻기에 5시라고 얘기했더니, "그건 너무 늦지 않아?"라고 되묻는데 속으로 아주 작은 문화충격이 오기도 했었다. 아니, 이 사람들 한국의 야근에 대해서 얘기 들으면 기절하겠네 싶었다. 칼퇴라는 단어가 왜 있는지는 이해도 못하겠다 싶기도 했다.